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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제3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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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제3부 <4>

후베이 상인(下) - :양파의 중심

①적벽

***첫 손님으로 여자를 받지 말라**

1999년 여름 휴가철 어느 날, 나는 후베이에 위치한 『삼국지』의 무대 적벽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적벽 근처의 언덕에서 제갈공명이 천문을 읽어 동남풍을 불렀다는 정자, 배풍대(拜風臺)가 거짓말하듯 참말로 나타났다.

후베이 상인은 미신에 탐닉한다. 광둥상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역사의 축적과 현실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후베이의 중난(中南)민족대학 황창링(黃長凌) 교수는 “옛 초(楚)나라가 자리했던 후베이 문화의 핵심은 귀신을 숭상하는 무속에 있다. 후베이 지역 고분에서 출토되는 봉황은 옛 초나라 원주민들이 섬겼던 토템에서 유래한 것으로 훗날 후베이의 상징이 됐다"라고 말한다.

후베이에서는 “괴이하고 난잡한 귀신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힘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괴이하고 환상적인 신화가 이 중국의 중심을 굵은 대못처럼 깊이 박혀있다. 초나라 사람의 후예인 후베이 사람에게는 사람과 신의 개념이 뒤섞인다. 종종 사람과 신 사이를 어떤 경계도 없이 훌쩍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현대중국의 사상교육은 그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다소 변화시켰다지만 뿌리깊은 귀신숭배의 민간신앙만큼은 어찌하지 못했다.

후베이 상인은 벼락부자가 되어도 신령 덕으로, 하루아침에 망해버려도 귀신 탓으로 돌린다. 이것은 가난한 산간벽촌이나 부유한 대도시나 마찬가지다. 미신은 마치 습기에 찬 안개처럼 후베이 도처에 자욱하게 끼어 있다. 특히 후베이 중부 시엔타오(仙桃)와 징저우(荊州) 등지의 귀신숭배 풍속은 극성스럽다. 여느 중국상인들과 마찬가지이지만 후베이 상인은 ‘6’과 ‘8'을 무척 좋아한다. 6은 순조롭고 8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6과 8이 들어가는 날을 골라 개업하거나 기공식과 준공식을 거행한다. 후베이의 시장에는 온통 6과 8이 난무한다. 그들은 매일 첫 손님과 마지막 손님에게 반드시 6과 8자를 넣어 물건을 팔려고 한다.

후베이 상인과 거래할 때는 될 수 있으면 6과 8이 든 날을 선택하고 6과 8이 첫수와 끝수인 금액으로 협상하는 게 좋다. 곁들여 이러한 방면에 나름대로 좀 연구를 했다며 은근히 과시하면 그들의 호감을 살 수도 있다.

미신에 몰두하는 만큼 후베이 상인은 금기가 많기로도 중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무수한 금기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 열 가지만 고르면 다음과 같다. 이는 여타 지역의 중국상인들 사이에서도 종종 통용되는 금기들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1. 아침 첫 손님으로 여자를 받지 말라. 하루 종일 재수가 없다.
2. 아침 첫 손님이 들어오면 꼭 물건을 사 가도록 하라. 그냥 가게 내버려두면 그날 장사 종친다.
3. 손님이 물건을 흥정할 때 한차례만 하게 놔두지 말라. 사지 않는다 해도 몇 번 흥정하는 척은 하게 만들어야 한다.
4. 문밖을 향해 돈을 세지 말라. 오던 돈도 밖으로 나간다.
5. 가게를 향해 오줌을 누거나 재채기를 하지 말라. 재신이 화를 낸다.
6. 손님이나 점원이 가게문을 등지고 앉지 않도록 하라. 할 일이 없는 것으로 보여 장사가 잘 안될 뿐만 아니라 재신에게 불경죄를 범하게 된다.
7. 손으로 문기둥을 잡지 말라. 재신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8. 점포 앞 장의자에 누워 자지 말라. 재신이 손님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9. 돈 상자나 카운터 위에 앉지 말라. 재신을 억눌러 장사가 망하게 된다.
10. 점포 바깥을 향해 바닥을 쓸지 말라. 재물이 문밖으로 쓸려나가 밑지는 장사가 된다.

②우한 중앙광장

***포커페이스의 달인**

중국 제1의 강 창장이 관통하고 중국 최대의 호수 동팅호를 알처럼 품어서일까, 후베이는 짙은 안개로 유명하다. 또한 『삼국지』의 주된 전쟁터였던 후베이는 『삼국지』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 많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 삼고초려한 샹판(襄樊)에서부터 시작해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의 적벽, 관우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조조에게 관용을 베푼 화용도, 그리고 관우가 양아들 관평과 함께 참수형을 당한 당양(當陽) 등등 헤아리자면 끝도 없다. 강과 호수와 안개가 많은 후베이는 신의와 배신, 충성과 온갖 모략이 넘쳤던 강호(江湖)의 세계라고 부를 만하다.

그렇다면 상업의 전쟁터는 어떠할까.
중국의 남쪽 상인이 북쪽에 올라와 장사할 때는 ‘얻어터지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북쪽의 상인이 남쪽에 가서
장사할 때는 ‘속지 않을까' 안달이다. 북방상인의 성격이 호방하다면 남방상인은 기민하다.

후베이 상인은 북방상인의 눈에는 남방상인으로, 남방상인에게는 북방상인으로 비친다. 북방의 호방함과 남방의 기민함을 겸비한 후베이 상인은 당연히 서부의 순박함과 동부의 영리함도 겸비했다. 이는 좋은 점만을 말했을 경우고 그만큼 약점도 가지고 있다. 후베이 상인은 북방의 야만성, 남방의 경박함, 서부의 우둔함, 동부의 교활함도 있다는 것이다. 후베이 상인은 양수겸장도 두 번 겸한 ‘슈퍼 양수겸장'이라고 할까. 그것도 아니면 어중간이다. 이도 저도 아니다. 뭔가 있을 법도 한데 양파의 중심처럼 비어 있는 것 같다.

후베이 상인은 상하이 상인보다 잘 입지 못하고, 베이징 상인보다 잘 놀지도 못하며 동북지방의 상인보다 잘 마시지 못한다. 또 후난 상인보다 잘 싸우지 못하고 광둥 상인보다는 잘 먹지도 못한다. 중국상인의 일반적 특성을 모두 갖고 있거나 혹은 모두 모자란 후베이 상인은 가장 표준적이면서도 평균적인 중국상인이라고 일컬어진다.

후베이가 나은 20세기 대표적 인물은 린뱌오(林彪)다. 자신을 후계자로까지 길러준 마오쩌둥을 배신한 그는 쿠테타 음모가 발각되자 비행기를 타고 당시 적국이었던 소련으로 야반도주하려다가 몽골 사막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린뱌오는 노출하지 않는 특성과 과묵한 것 같지만 등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중국인들은 후베이에 린뱌오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의 상인이 많다고 꼬집는다. 외국상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중국상인들조차 후베이 상인의 본심을 알 수 없다고 투덜댄다. 투덜대다가 종내에는 심연을 알 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극심한 공포에 치를 떨기도 한다.

후베이 상인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 비밀이 많고 복선을 항상 이면에 깔고 있다. 베이징 상인이나 텐진 상인에 비해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상대방을 누를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사물의 이면성을 의식하며 탐구를 계속해나간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는 비밀이 가득차서 그 속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10년쯤은 당연히 기다리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후베이 상인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 대부분 철두철미한 포커페이스다. 무표정의 포커페이스가 아니라 표정이 있지만 늘 변함이 없는 포커페이스다. 상대방이 아무리 최고의 제품을 최고의 조건으로 주어도 후베이 상인은 흡족함을 표시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 표정은 그렇다는 얘기다. 뱃속에 구렁이가 몇 마리나 들어앉아 있는지, 도무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③ 명승지 황학루(黃鶴樓)에서 내려다 본 우한 시 전경

***아홉 개의 머리 달린 새**

비단 뱃속의 구렁이만이 아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새머리가 여덟 개나 들어 있다.

“하늘에는 아홉 개의 머리가 달린 새, 땅 위에는 후베이 사람."

후베이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대련(對聯)이다. 아홉 개의 머리가 달린 새는 틀림없이 머리가 한 개인 새보다 영리할 것이다. 후베이 사람 한 명의 머릿속에는 여덟 개의 작은 머리가 또 들어 있어 그 영리함이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후베이 상인들이 그들의 교활함을 꼬집는 이 대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점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에서 ‘구두조’(九頭鳥)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상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상점의 주인들은 십중팔구 후베이 출신이다.

린위탕(林語堂)은 후베이 사람을 일컬어 “허심탄회한 맹세를 선언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평했다. 후베이는 왕년의 상인 랭킹 1, 2위를 다투던 안후이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안후이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안후이보다 주민소득이 훨씬 높은 까닭은 모두 영리한 후베이 상인 덕분이라고들 한다. 후베이 상인이 돈버는 일에 똑소리 난다면 얼리고 사기치고 홀려내는 일에는 아마 똑소리 열 번은 날 것이다. 후베이에 깃을 친 외지 상인들은 이렇게 호소한다.

“여기서 장사하려면 속지 않는 법보다 속고 나서 참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속고 나서도 할 말 없게 만드는 자들이 후베이의 장사치들이다. 간교하고 음흉한 그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마치 황련(黃蓮: 맛이 아주 쓴 한약재)을 먹고 난 벙어리의 고통일 것 같다."

좀 과장한 듯 싶으나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일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엉큼한 중국 장사꾼이, 같은 중국 장사꾼을 ‘간교’, ‘음흉’이란 극단적인 말까지 동원하며 비판하겠는가. 나는 아무리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써도 그들이 말하는 간교와 음흉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타고난 장사꾼이라 불리는 저장 상인도, 광둥 상인도 후베이에서 장사를 하면 평소에 여유만만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언제나 긴장한 표정이다. 그들은 후베이 상인의 잔머리 굴러가는 소리에 탄복하고 필생의 스승으로 모신다고 한다.

한커우의 한정지에는 해적판 전문 판매서점이 많다. 해적들이 남의 배 갑판에 장화를 신은 채로 오르듯, 중국 각지에서 신간서적이 출판되기가 무섭게 그곳 서점의 판매대에는 해적판 서적이 판을 친다. 그것은 정품가의 20퍼센트도 안 되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책방 주인들은 만릿길의 교통비도 아랑곳하지않고 한정지에까지 찾아와 무더기로 구입해 간다. 이곳 말고도 후베이에는 값싸고 질 좋은(?) 가짜상품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후베이 상인의 머리통은 8개의 작은 새머리를 담을 수 있을 만큼 크지만 간담은 콩알만큼 작다. 누구라도 후베이 상인과 동업을 하거나 거래를 하다 보면 알아챌 수 있다. 그들은 죽으면 죽었지 앞장서서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1인자보다 2인자가, 선봉장보다 후발대가 되려고 한다.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위험과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수작이다. 자기네 말로는 그게 바로 후베이 특유의 상술이자 경영전략이란다. 하지만 그것은 간담이 작은 그들의 천성에 기인한다.

2천년 동안 초나라 문화의 오랜 술항아리에서 발효된 저력이 후베이 상인이다. 초나라 문화의 최대 특징은 움직이면서도 멈추어 있는 듯한 동(動)과 정(靜)이 함께 생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넓고 크면서도 정세하고도 깊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후베이 상인은 어찌된 셈이지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후베이 상인의 가장 큰 단점은 게으름과 과단성 부족이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극을 받아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여 가능한 한 천천히 움직인다. 삶을 방관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움직이려고 한다. 이런 성품 때문에 후베이 상인은 능히 해낼 수 있는 일도 선뜻 시작하지 못한다.

후베이 상인이 겁쟁이가 된 자초지종의 실마리는 그들의 지나친 잔머리 굴리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옛말에도 있듯이, 사람이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담은 작아진다고 했다. 비지니스의 세계에서도 후베이 상인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늑대가 무섭고, 뒤로 물러서자니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으니 벌벌 떨기만 하고 간이 오그라들고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이런 좀팽이 같은 후베이 상인과 거래할 때는 먼저 앞에 나서라고 강요하여 반감을 살 것까지 없다. 그들과는 리스크가 큰 사업을 거론하거나 벤처기업을 하자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그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탈출구를 미연에 봉쇄해 놓아야 한다.

④산샤 댐 1기 건설완공으로 수몰되는 후베이 창장 유역의 도시(2003년 6월 3일).

***유명 브랜드라면 사족을 못쓰는 체면의 챔피언**

자고이래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한다. 후베이 사람은 중국인 가운데서도 체면차리기의 챔피언이다. 죽을 때도 연지 찍고 분을 다 발라야 관 속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후베이 사람은 체면을 목숨만큼 중시한다. 후베이 농촌지역 사람들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어도 이웃의 관혼상제에는 두둑한 봉투를 전달한다. 한 자료에 의하면 후베이의 한 가구당 연간 총지출액의 40퍼센트 이상이 관혼상제에 들어가는 부조금이다. 그들은 그래야만 품위와 체면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해마다 후베이의 가구당 부조금 부담은 20퍼센트 넘게 늘어나고 있다. “돈을 빌리려면 길흉사에 인사 가고, 집안이 망하려면 빚쟁이를 피하라”는 속담은 후베이 지방에 널리 퍼져 있다.

어쨌든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중국인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기본이겠지만 그 중국인이 후베이 상인일 경우에는 더욱 체면을 살려주어야(살려주는 체라도 해야) 한다.

후베이의 어느 가정집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간다면 그 집의 살림도구들 가운데 몇 가지는 유명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이 없더라도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후베이 소비자들의 특성이다. 그들은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발이 부르트도록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우창(武昌)에 사는 성이 치(戚)라는 한 중년남자는 우한 백화점에서 중국 제일의 가전 브랜드인 하이알 세탁기가 출시된다는 광고를 접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소비자들이 박이 터지는 광경을 보고 중난(中南)백화점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거기서도 물건이 벌써 다 팔려버렸다기에 다시 우한백화점으로 돌아와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살 수 있다.

후베이 소비자들의 소득대비 유명 브랜드에 대한 구매력은 중국 6대 도시 가운데 최고다. 전국적인 가루비누 브랜드인 후베이 생산 ‘훠리(活力) 28'은 정작 후베이에서의 판매량은 많지 않다. 그들은 멀리 있는 것은 향기로우나 가까이 있는 것은 악취가 나는가보다. 무조건 외지제품, 외국제품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후베이의 공업 기초는 좋은 편이나 좀처럼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조할 줄 모른다. 후베이의 중부 첸장(潛江) 시의 중대형 의류제조업체 싱푸푸좡(幸福服裝)은 후베이 지역의 판매실적은 땅바닥을 기지만 베이징에서는 훨훨 난다. 후베이 동부의 시세이(晞水) 현의 한 사료업체는 후베이에서 판로를 개척할 수 없어서 멀리 윈난까지 떠나야 했다.

후베이 사람은 성난 들소떼처럼 유명 브랜드라면 무조건 ‘돌격 앞으로!’다. 이는 저장의 유명 브랜드 심리와는 전혀 다르다. 저장 상품은 자신의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이다. 후베이가 모조품 천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체면중시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최고 수준의 값비싼 유명 브랜드를 구입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남에게는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모조품 구입을 통해 충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의 동기는 후베이 소비자의 체면의식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후베이의 소비자는 산둥과 산시, 허난과 허베이 등지의 중ㆍ북부 소비자에 비해 겉치레를 중시하는 편이고 사람을 판단할 때도 겉모습에 치중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겉모습이 화려할 때와 수수할 때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르다. 일견 남동부의 광둥과 비슷한 것 같지만 광둥소비자는 후베이 소비자와는 달리 실제로 돈이 많은 점이 전혀 다르다.

⑤후베이 이창에서 충칭까지 가는 쾌속정 안에서(2003년 6월 3일). 좌로부터 하성봉 한겨레신문 베이징 특파원, 필자, 포스코 충칭 지사장

***양파 속 같은 변화구의 기재**

양파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다 보면 눈물이 난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양파를 벗겨내는 것과 같다. 더구나 중국경제 마운드의 투수, 후베이 상인은 양파의 속처럼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중국 상인의 막강한 타선으로 비유되는, 톱타자 광둥 상인에서부터 2번 푸젠 상인, 3번 저장 상인은 물론 중국상인의 지존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4번 타자 상하이 상인마저도 후베이 상인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다. 서 있는 자리는 다이아몬드의 중심인 마운드이지만, 두뇌는 양파의 중심처럼 종잡을 수 없는 후베이 상인의 그 느리고 속이 두터운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긴다. 오히려 중국상인의 하위 타선이라 할 수 있는 산둥, 스촨, 베이징, 산시, 후난 상인들이 상대적으로 짭짤한 단타를 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후베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프랑스(CITROEN, ECIA)와 네덜란드(필립스), 독일(SIMENS) 등 유럽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우한에다가 총영사관까지 설립해 놓았다. 그러나 후베이에 진출한 외지나 외국상인들은 대부분 힘들게 투자한 만큼 그에 값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눈물 콧물 흘리며 재채기까지 하며 깐 양파가 아무 알맹이가 없다. 벗겨도 또 벗겨도 알맹이는 없고, 나오는 것은 껍질 같은 속, 속 같은 껍질뿐이다. 다이아몬드 중심처럼 투명한 게 아니라 양파 속처럼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말이 있다.

“후베이의 개혁개방 속도가 동남연해에 비해 늦은 원인은 후베이 상인들이 너무나 영리하기 때문에 외지 상인들이 후베이 상인들과 접촉하기 꺼리기 때문이다."

후베이 상인은 중국상인 중에서 ‘장후치’(江湖氣)가 제일 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장후치란 강과 호수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겉으로 의협심을 내세우되 허풍기가 있는 품을 뜻한다. 경제적 실리에 밝고 교활하고 속임수에 강한 야바위 기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베이 상인에게는 시장이란 사람들이 서로 속이도록 허가된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도 절대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본심을 타인에게 쉽게 노출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후베이 상술의 특징은 한마디로 ‘속을 알기 어려운 두터움과 정밀한 계산’이다.

그런데 후베이 상인은 유난히 참는다는 말을 아주 자주 한다. 그들의 인내는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있다. 인내는 포커페이스와 함께 후베이 상인들이 장사하는 데 있어 주무기다. 이들 양파의 중심 깊숙이 사는 후베이 상인과 협상하거나 거래할 때 요구되는 접근방식은 그들보다 더 오래가는 ‘초중국인적 인내심’으로 마치 매콤 달콤한 맛과 함께 끈적끈적한 점액이 묻어나는 양파껍질을 한 겹씩 벗겨나가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결코 호락호락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대국적인 안목에서 그냥 넘어갈 것은 넘어가되 따져야 할 것은 반드시 하나하나 꼼꼼히 계산하고 따져야 한다.

끝으로, 후베이 상인을 섣불리 믿지 말아야 한다. 이쪽에서 그쪽으로 믿음은 주되 그쪽에서 주는 믿음을 액면 그대로 받지 말고 언제나 경계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⑥우한의 한정지에 시장. 중국 경제 다이아몬드의 중심에 자리하지만 이곳 후베이 상인의 상술은 마치 양파의 중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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