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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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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②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87ㆍ끝>

***서영빈/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외국어대학 부학장, 교수, 홍익대ㆍ한남대 교환교수 역임**
(3월 22일 저녁 북경의 한 커피숍에서 취재)

문: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의 갈등을 해소 또는 완화시킴에 있어 동포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관계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 한국의 대 중국 관계에서 서로의 협력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WTO가입은 한마디로 2차 개혁개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20세기 70년대 말부터 시작한 개혁개방이 계획경제체제로부터 시장경제체제로의 국내 경제시스템의 전환이라면 중국의 WTO가입은 세계분업화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국제관례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전면적인 개혁개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WTO 가입조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제조업 평균관세율을 16.8%에서 2005년까지 9.44%로 인하하며 특히 반도체, 컴퓨터, 통신설비 등의 전자제품은 관세를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수업허가 및 쿼터, 내국인 대우, 입찰관행, 기술이전 및 보호비관세장벽도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중국경제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부문은 현재까지 제조업부문에 비하면 외국기업에 대해서 상당한 제한이 있었던 부문이었지만 WTO가입 이후에 유통업(도소매), 금융업(은행ㆍ보험), 정보통신, 회계, 경영컨설팅 등의 서비스시장도 점차적으로 개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이들 서비스분야에 외국기업의 진출이 허용됨에 따라 서비스업은 대규모의 해외직접투자 유입 가능성이 높은 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WTO가입은 거대한 중국시장의 개방을 의미하며 동시에 세계 자본과 선진기술의 대량 유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북경 2008년 올림픽 유치는 한국에도 기회입니다. 중국정부는 올림픽관련 시설 및 환경정비를 위해 약 2천8백억 위안(338억 달러)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북경시는 교통, 환경 부문 등을 중심으로 142개 건설 프로젝트에 1천 8백억 위안(216억 달러)을 별도로 투자하고, 실시 과정에 국가간의 장벽을 없애고 공개입찰을 실시합니다. 이것은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장 건설 경험이 있고, 경쟁력이 강하며 건설자재 품질이 우수한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로 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까지 북경시는 36억 달러의 자금을 도시 디지털화에 투자합니다. 중국의 휴대폰 이용자는 이미 세계 제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DMA의 최신 기술을 가진 한국기업에는 역시 큰 기회로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중ㆍ한 양국 경제ㆍ무역 협력은 더 크게 발전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한중 관계 발전에서 조선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경제교류의 가교 역할입니다. 경제교류에서 조선족은 자기만의 독특한 우세가 있습니다. 중ㆍ한 양국의 전통문화와 생활문화, 그리고 서로 다른 경제질서에 대해 상대적으로 익숙하기 때문에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돕고 이해를 증진시키며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중한 경제교류의 현장에는 거의 예외 없이 조선족들의 자취가 어려있습니다. 조선족이라는 특수한 집단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대중국 진출은 많은 부담을 해소했으며 중국으로서도 해외자본의 유치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문화교류에서 메신저 역할입니다. 중한 양국은 40여년간 문화적 단절과 이질적인 정치, 경제체제 때문에 생소한 골을 깊게 형성했습니다. 조선족은 양국간의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를 메워주고 중국을 한국에, 그리고 한국을 중국에 소개하는 문화교류에 메신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한국관련 정보가 대부분이 조선족들과 연관된다면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의 중국관련 정보 역시 대부분이 조선족들과 관련됩니다. 지금 중국에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교수의 80% 이상이 조선족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의 대학, 학원에서 중국을 가르치는 교사 대부분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문화 메신저로 조선족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 됩니다.

셋째는 민간외교 및 홍보사절로서의 역할입니다. 먼저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 현지에서 가장 확실하게 한국을 홍보하고 한국의 위상을 중국인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조선족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한민족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통일을 위한 다양한 중개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도 조선족은 한국이 중국을 이해하고 한국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차적인 중국 홍보는 조선족들이 하게 됩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왕래가 제일 빈번한 집단이 바로 조선족들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백만 조선족은 모두가 중한 양국의 이해 증진과 민간교류를 위한 홍보사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조선족에게 있어 중국의 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중ㆍ한 양국 경제ㆍ무역 협력이 또 한차례 큰 기회로 되고 있군요.

서: 조선족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한 단계 크게 비약하고 중국에서도 앞서가는 민족으로 부상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족은 고국인들과의 신뢰관계를 잘 쌓고 빨리 자질을 향상시켜 새로운 기회를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문: 한국도 조선족 인적자원에 대한 최대한 활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 앞으로 중국경제의 체질개선, 경쟁력 강화로 한국이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중국이 단기적으로 WTO 가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한다면 중국의 경쟁력이 한층 제고되어 한국 등 주변국가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섰고 현시대의 성공전략도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내가 살아남던 데로부터 윈-윈 전략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의 발전은 이미 억제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중국에서 펼쳐지는 이 기회를 누가 선점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중한관계 발전에서 조선족이 할 수 있는 긍정적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것이 한국에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한국도 이제는 거시적인 견제에서 중국 조선족을 다시 바라보는 안목과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대 조선족 지원은 역사적 원인으로 하여 같은 민족적이라는 다분히 감상적이고 정서적인 위로의 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중국 한족에 대한 지원과 조선족에 대한 지원을 이원화하여 필요에 따라 늦추고 당기는 정책을 구사하여 왔습니다. 이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선족들을 중국 사회의 주류권 안으로 진출시키고 그들이 다른 중국인들처럼 중국 사회에서 성공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앞으로 중한관계 발전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중국 조선족의 역할을 한국과 중국의 경제교류 면에서의 가교역할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그들이 독립적인 경제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와서 민족정체성을 잘 확보한 중국 조선족 사회의 존폐여부는 경제력에 의해 판가름이 날 것입니다. 중국 조선족이 경제적 역할을 키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진출을 위해, 조선족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대중국 진출 전략의 하나로 조선족 엘리트 양성을 본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유학생 지원 사업과 장학 사업의 틀을 새롭게 가다듬어 한국에 나온 유학생 위주의 수동적인 장학지원을 중국 내에서의 선발지원으로 적극 전환하고, 실제로 중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선별하여 과감히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앞으로 중국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21세기의 3대 목표로 경제적 번영, 정치적 민주, 국가적 통일을 들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이제 2020년이 되면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강국으로 부상할 것이고 한국도 세계 10위 권에 드는 경제대국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세기 중국과 한국은 정치, 경제관계에서 보다 밀접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중국 조선족의 역할은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족은 한국의 대중국 진출에 기여를 했고 따라서 중국에도 외자유치의 모범을 보인 민족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한국의 지원 뿐 아니라 아울러 중국 정부의 지원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조선족 자신에게 있어서는 외부적인 지원에만 기댈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의 노력에 의거하여 중국과 한국의 긴밀한 파트너관계 및 다가오는 올림픽 등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합니다.

***장춘식/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현재 전남대학 박사과정 공부 중**
(4월 6일 12시 신촌역 부근의 커피숍에서 취재)

문: 조선족과 한국인의 마찰의 주요 원인이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 마찰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중국과 한국의 사회 발전 단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족은 중국이 금방 개혁개방을 시작해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현재 중국이 고속성장을 한다고 해도 경제수준은 한국보다 15-20년 떨어져 있습니다. 조선족은 중국의 발전단계를 한 단계 뛰어넘어 한국에 왔고, 아무런 정신적인 준비도 없이 이런 사회 격차에 따른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중국보다 한 단계 앞당겨서 아픔을 겪고 있는 조선족이기에 미래적인 안목에서 볼 때에는 중국 전체적인 단계보다 한발 앞서서 나갈 수도 있는 기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코레안 드림의 진통을 잘 겪어나가는 것이 조선족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갈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장: 갈등을 이기기 위해서 우선 조선족의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갈등은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사문제는 한국 국민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조선족은 조선족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조선족이기에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국인의 입장에 바꿔 서서 생각해보면 이해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원리로 이해하면 최저 인건비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 과정에 고용자 인간성이 변수로 작용하여 임금을 후하게 주거나 제 때에 주거나, 아니면 임금을 잘라먹거나 체불하거나 하게 됩니다. 노사문제를 자꾸 동포문제로 부각시키지 말고 자본주의 체제 자본의 원리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동포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불법체류 외국인 43만 명의 일원에 속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악덕주들이 있습니다. 조선족은 자신을 외국인으로 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물론 한국의 해외 동포법이 미비하여 동포권익을 수호함에 부족하고, 그나마 조선족과 구소련 체제의 고려인이 제외된 것은 문제로 제기돼야 합니다. 한국정부가 해외 동포들에 대해 다른 외국인들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한국의 국익과 해외 동포 이익에 부합되는 일입니다. 이것은 한국 정부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이 몫은 한국 정부측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족의 경우에는 한국의 일반 국민들과의 갈등을 자본의 원리로 이해하여 풀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악덕주들에 대한 분노가 한국 일반 국민 또는 동포 차원의 갈등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상호 화합에 유익합니다.

문화갈등은 서로 이해하고, 자신을 반성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한국인들을 깍쟁이라고 하는 조선족들이 많습니다. 한국인들은 여러 명이 모였을 때에 회비를 거두어 식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 대해 조선족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조선족은 체면상 회비를 거두지 않고 누구든 혼자서 식사비를 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꿔서 생각해보면 같이 회비를 내어 식사비를 만드는 것이 여러 사람의 모임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선족도 이런 현실적인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워야 합니다. 이는 한가지 실례에 불과합니다. 문화에 대한 상호존중의 원칙으로 서로 한국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중국적인 부분을 존중하며 상호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버리면 상호 이해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상호 이해의 필수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문: 우리는 한국에서 어떤 면을 배워야 할까요?

장: 저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반드시 다음과 같은 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전통문화에 대해 잘 배워야 합니다. 한국이 미국 문화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엘리트계층에서는 전통문화를 개발하고 보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매우 감동했습니다. 우리는 조선족의 민족정체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언어, 문화, 예술 면에서 한국을 많이 배워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가 많이 이질화되어 있기에 한국에서 조상의 문화를 많이 공부하고, 중국에 가서도 우리의 문화를 많이 발굴하고, 사회에 많이 홍보해야 합니다. 특히 언어, 문학 분야에서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잘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고국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우리 전통을 잘 지키며 조선족다운 조선족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전통적인 예절, 철저한 질서의식, 책임적으로 일하는 정신, 문명한 시민의식, 생활을 즐길 때는 화끈하게 즐기고 희노애락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정서도 잘 배워야 합니다. 조선족은 아직도 많이 다듬어지지 않았고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우리 조선족이 가지고있는 순수함이고 그래서 미덕이 될 수도 있지만, 질서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덜 세련된 모습으로 비치게 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와 예의를 많이 잃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한국인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철저한 질서의식, 책임적으로 일하는 정신, 고도의 시민의식은 조선족의 자질을 제고함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이런 정신을 잘 배우면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한발 앞서 갈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한국의 월드컵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을 쳐 오다보니 자신을 잊다시피 일해왔습니다. 힘들게 일해 국민 개개인의 피눈물로 한강기적을 쌓아올리고 선진공업국으로 변신했습니다. 현재는 일본 콤플렉스에서도 차츰 벗어났고 대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생존해 갈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긍지 때문에 개인생존과 국가이익을 서로 일치시킵니다. 외세와 관련된 국가의 일과 국가 내부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한국인들은 똘똘 뭉칩니다. 조선족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고방식으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콤플렉스를 떨쳐버려야 합니다. 조선족이 현재의 힘든 상황을 이기기만 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중국에서 앞에 가는 민족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내 하나의 힘은 작아도 개개인의 노력이 조선족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미래적인 생각을 가지고 조선족공동체를 굳게 지켜 하나같이 뭉치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에필로그**

코레안 드림은 잘 살아보려는 인간의 본원적인 욕망의 흐름으로서 잘 살기 위해 세계 50여 개 나라로 떠난 조선족들의 꿈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세계 50여 개 나라 중에서 유독 고국인 한국에만은 비즈니스계획 외에도 사랑의 감정 하나를 더 가지고 떠난 조선족이다. 코레안 드림은 다른 민족에게 없는 조선족의 꿈이다. 조선족은 이 숙명적인 기회를 통해 경제적인 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의 한 자료에 의하면 한해 동안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로부터 연변으로 흘러드는 달러는 연변 재정수입의 두 배가 된다고 한다. 송금자들의 절대 대부분은 조선족이다.

문이 열리면 좋은 공기, 나쁜 공기 다 들어오지만 그래도 좋은 공기가 더 많이 들어온다. 코레안 드림은 역작용도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작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에게는 뿌리문화 전통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민족정체성을 굳게 하는 중요한 사변이다. 한국의 저질문화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한국의 훌륭한 전통문화, 현대적인 서비스정신, 질서의식이 점차 조선족사회에 흡수되어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코레안 드림을 기반으로 조선족사회의 경제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산업화 격변기에 훨씬 빨리 적응했다. 이제 조선족은 코레안 드림을 정확한 가치관으로 인도하고 이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활무대로 한중관계에 기여하며 21세기에도 동화되지 않고 민족정체성을 굳게 지켜 가며 중국에서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이러한 격변기에 조선족에게 충격적인 사변으로 되고 있는 것은 고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혈연적인 관계 때문에 해외 동포가 고국을 인식하는 과정에는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며 고통이 동반돼 있다. 한 뿌리에 달렸던 열매가 다른 풍토에서 자라 반세기를 거치면서 서로 달라진 모습으로 만났다. 비슷한 곳이 있으면서 낯 설은 곳도 많다. 뿌리문화와의 접목은 아픈 과정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삶의 터전, 생존상황이 달라졌다. 한민족이지만 많이 달라진 고국을 통해 조선족은 자신을 인식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얼싸 안으며 다분히 한민족이라는 감상적인 정서로 만났던 서로이다. 조선족과 고국인들은 서로 마찰하고 갈등하는 중에 점차 서로의 거리를 좁혀갈 것이며 피차의 사랑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국인들이 피눈물 어린 노력으로 전쟁의 폐허 위에 눈부신 한강기적을 쌓아올렸듯이 조선족도 이제 힘든 이 격변기를 이기기만 하면 눈물겨운 새 기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고, 중국에서도 앞서가는 민족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한민족에 대한 사랑의 노력이었음에도 고국에 대한 이해의 한계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은 글이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널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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