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신운철 씨와는 한 시반에 프레지던트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만 프라자호텔과 혼동하는 바람에 한참동안 시청거리를 헤매었다. 초면의 수인사를 끝내고, 무교동의 한적한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을 때 우리는 곧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운철씨는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중국의 첫 한국 광고 홍보학 석사를 끝내고 박사과정을 공부하고있다. 유학하기 전에는 국가 교육부 직속 36개 중점대학의 하나인 서안의 섬서사범대학 중문학부를 졸업하고 연변대학 신문전파학과 강사를 담당했었다. 깔끔한 이미지에 성격이 좀 급한 듯 말씨가 빨라서 짧은 시간에 비해 취재는 퍽 효율적이었다.
***유학이 즐거워질 수 있는 두 가지 '제6의 감각'**
"두 가지만 구비되면 한국유학이 참 즐거운 유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돈 문제입니다. 서머셋 몸이라는 분이 있는데요, 그 분은 '돈이 여섯 번째 감각이다. 돈이 없으면 다른 어떤 감각도 작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문제가 단연 첫 문제로 제기됩니다. 유학생활은 경제 래원에 따라 생활양상이 틀립니다. 국비유학은 자기 돈이 안 들기 때문에 기본만 해결되면 무난히 공부할 수 있지만, 자비유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공부비용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비유학생이기에 경제문제 해결이 참 힘들어집니다.
영어도 여섯 번째 감각의 하나입니다. 오늘날 영어를 모르면 다른 어떤 감각도 작용하지 않습니다. 조선족은 영어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국에서 우리 세대까지는 영어교육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대중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매스컴을 통한 문화, TV문화, 인터넷문화가 발달했고, 컴퓨터가 없으면 안 되는 나라입니다. 컴퓨터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고 서로 대화합니다. 국제적인 최신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고속인터넷 보급율이 세계1위, 그 활용율은 세계 16위이고, 미디어활용이 발달했습니다. 취직, 아르바이트, 자료검색, 시민활동, 문화활동, TV토크 등 TV와 시청자들의 대화가 다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한국인은 미디어를 통해 서로 조직화됩니다. 지난 한ㆍ일 월드컵 때 한국민 특히는 한국의 N세대가 세계에 한민족의 응집력과 질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와 매스컴을 통하여 인간이 짧은 시간 내에 즉시 조직되는 정보화의 전형적인 일례입니다. 요즘은 한국의 정치도 대중문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노사모>도 인터넷과 매스컴이 없이는 불가능하였습니다.
이런 문화환경, 물질환경에서 경제문제와 언어문제만 해결되면 즐거운 유학이 될 수 있습니다."
"즐거운 유학이 되고있나요?”
“영어 때문에 한풀 꺾이죠. 영어만 아니면...”
그의 목소리는 금방 기운이 빠졌다.
그는 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들었기에 경제적인 기본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공부여가에 모 중국어 학원 강사를 하는 것으로 교통비, 생활비를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괴테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의 영역에 대하여 일단은 적대적이다' 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영어 때문에 열등감이 들 때도 있고, 화가 치밀 때도 있죠. 유학은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영어를 몰라 무시당하는 일들도 있고... 눈 뜬 소경이란 말을 진짜 실감했어요. 우리 아래 세대부터는 절반이 영어과목을 배우고 있죠. 남은 절반도 영어로 바꾸어야 합니다. ”
“그럼 영어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지요?”
“일단 밀고 나가는 작전을 씁니다. 교과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하나하나 찾거나 도움을 요청하곤 하죠.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하는 수 없이 체면을 무릅쓰고 솔직히 '교수님, 모릅니다' 라는 식으로 말씀 드리고 유사한 내용의 한글 책을 대용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영어를 배워내기 위해 모든 시간을 다 이용해 영어를 배웁니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모국어, 중국어, 일어 3중 언어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큰 우세로 작용했습니다. 이제 영어까지 알면 조선족 누구나 다 고급인력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영원히 그런 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지금이 바로 그 가장 중요한 시점에 와있는 셈이죠.”
“즐거운 유학이 되자면 한국학생들과 교수님들의 관계처리도 잘 돼야겠지요?”
“한국학생들은 예의가 바르고, 남을 잘 배려하고, 잘 챙겨주기 때문에 자기만 행동을 바르게 하면 관계 처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금방 왔을 때는 문화갈등이 있었습니다. 간단한 문제에서도 사고방식, 행동양식의 갈등이 생겨서 서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고 이해를 하는 자의 좁은 안목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남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가 남을 얼마나 알려고 노력했는가를 알아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의 인간관계는 복잡하지 않고 선후배관계, 상하 수직관계이기에 그 질서를 잘 지켜주기만 하면 됩니다.
수직관계에서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긴 합니다. 교수님과 선배님 앞에서는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중국보다 더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조선족지구에서 온 조선족들은 전통문화가 더 많이 남아있기에 적응이 빠른데, 한족문화를 많이 받아들인 한족지구 조선족들은 갈등을 많이 겪습니다.
교수들과의 관계처리도 괜찮은 편입니다. 미국식으로 능력에 따라 인정하거나, 한국식으로 인정에 따라 인정하기에 이 두 가지만 잘 파악하면 됩니다. 인정이 많은 교수님들이 잘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조선족의 선택은 각 전문 분야 권위가 되는 길**
“청년들은 빨리 유학의 길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든 어디든 세계 각지로 떠나야 합니다. 조선족은 빨리 자신을 제고하는 지름길을 선택하여 중국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신운철 씨는 성격이 급해 자신이 취재 화제를 주도해갔다.
“중국의 상황에서 우리 조선족은 정치분야에 한계성이 있습니다. 조남기 상장같은 정치인이 계속 나타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사고방식에 있어 자연, 이공, 사회, 인문 등 각각의 전문 과학분야 권위로 지위 확립을 하는 것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이 우리에게 더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이다 라는 얘기입니다. 우리 민족은 기질 면에서 정치보다는 기술 또는 전문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의 생각에 동감했다. 조선족은 머리가 총명해 중국의 과학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중국 우주항행 분야의 전문가들 중 미사일전문가를 비롯해 20여명이나 조선족이다. 중국의 저명한 어뢰 총설계사, 중국에서 꼽히는 암치료 전문가, 중국과학원 제4통계 역학이론의 창시자, 중국 마이크로파 원격측정기술 창시자, 세계적인 수학가 화라경의 조수 등도 다 조선족이었고, 중국과학원에 많은 조선족 전문가들이 있다. 조선족은 중국 과학기술분야의 정상수준의 상징인 과학원 원사도 있다. 조선족은 중국의 가장 꼽히는 청화대학, 북경대학 등 명문대 입학율이 높다... 조선족은 이제 경제분야에서도 뛰어난 실력가들이 나와야 한다.
"조선족은 한국유학이 훨씬 적응이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던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한국유학을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손쉬운 유학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교육수준이 높기 때문에 힘들게 공부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은 한국광고계의 톱 학자들이며 미국의 세계 명문대의 겸직 교수님들이고, 세계광고상 최고상을 받은 분도 있습니다. 저의 지도교수의 논문은 미국 50대 베스트 광고학 고전논문에 들었다고 합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서로간의 오류**
역시 같은 권에 있는 취재대상들의 느낌은 비슷하거나 정확했다. 그도 다른 유학생들과 같이 조선족에 대한 한국 기업인들의 변화된 성향에 민감했다.
“물론 전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조선족 파트너에 의해 무난히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기업이 많으니까요. 조선족을 모르는 한국기업인들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 와서 재미있게 느낀 점이라면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조선족 사회에 대하여 전혀 제로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선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한수교 10주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서로가 상대를 너무나 모르고 있고, 알고 있더라도 대개는 피상적인 부천(膚淺)한 이해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지난 오류에 대하여 몇 %의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 옴니암니 궁색하게 따지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을 해소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공부해야 합니다.
현재 중국현지의 한국기업들은 인력 채용시 조선족을 선호하던 데로부터, 지금은 우리말을 배우는 한족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오리지날 중국인”입니다. 원인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싼 가격에 일을 시키기 쉽습니다. 둘째는 서툴지만 우리말을 하고 있기에 의사전달에 문제가 없습니다. 셋째는 그들의 선택성이 상대적으로 조선족보다는 적기에 대학졸업생 이상의 고학력자들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역시 같은 원인으로 그들은 일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일을 열심히 합니다.
조선족을 싫어하는 원인 역시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중국 한족보다 임금을 더 주어야 합니다. 둘째는 한족보다는 고학력자 채용이 더 힘든 편입니다. (조선족 고학력자와 능력자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며, 임금에 있어서도 통역대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일부 한국기업은 임금을 아끼기 위해 언어가 통하는 고졸생 수준의 조선족을 많이 채용하기에 자질이 낮습니다.) 셋째는 조선족이 선택성이 더 있기에 이동이 쉬워 불안합니다. 넷째는 역시 같은 원인으로 조선족의 신뢰성이 부족합니다. 특히 신뢰성이 부족한 문제는 조선족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또 조선족보다 중국어를 배운 한국인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족이 “오리지날” 중국인이 아닐 바에는 중국어를 배운 “오리지날” 한국인을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합리성”에 의해 한국기업이 성향을 바꿀 만한 이유가 성립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래적으로 보면 상당한 실책이라고 봅니다. 언어는 문화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경쟁력은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언어만 배워서는 한 집단의 문화정신, 생활양식을 알 수 없습니다. 언어는 배워서 알 수 있지만 문화는 체험해야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족들은 한국에 가서 언어는 배워 올 수 있지만 한국문화는 배워오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도 중국에 가서 중국어는 배워도 중국문화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언어로 이해되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를 통해 판독해야 하는 것이 문화입니다.
전공이 광고홍보이다 보니 중국광고협회 비서장(사무국장)을 만나 중국시장에서의 한국기업의 최근 마케팅 및 광고전략 실패원인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중국말을 아는 한국인과 한국말을 아는 중국인이 주요 인력이기에 실무 관계 문화를 알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사이를 이어주는 인력군단이 조선족인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늦게 중국에 진출했지만 일본에 비해 놀라운 속도로 중국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일본 경제인들은 이런 성공의 중요 요인이 조선족의 역할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조선족의 역할을 단순히 통역에 국한시킵니다. 조선족이 한국문화와 중국문화의 문화전환점을 이루어주고 상당한 문화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조선족은 중국이란 큰 틀 속에서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의 체질을 알고 있고, 문화에 익숙합니다. 현재 조선족은 한국에 와서 언어장애가 없기에 주로 사회, 인문, 이공, 의학 등 분야 전문지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인적자원을 홀시한다는 것은 큰 실책입니다.
한국인은 중국에 가서 언어공부를 합니다. 중국 언어를 알고는 조선족과 한족의 노하우나 문화소양에 대해 쉽게 판단하기에 큰 오류를 범합니다.
이 부분에서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서울이나 베이징이나 비슷하다. 서울의 건물이나 거리는 베이징이나 상해보다 못하다. 이젠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정도로 발전하였다.” 등의 급급한 판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울의 인프라와 도시 시스템이 베이징에 비하여 월등하게 앞서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누적되면 잘못된 이미지로 연결되어 엄청난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중국 마케팅을 위한 자문은 한족학생 우선시, 자국 중국어학생 우선시가 되어 있으니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한국은 대중국 무역이 1위, 중국에서는 한국이 2위입니다. 무역파트너는 경제 의뢰성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경제 구도상 한국은 수출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어려운 나라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쉬운 방법은 조선족을 통해 중국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혹은 근사한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입니다.
한국은 동포적인 차원이 아닌 실용적인 의미에서라도 조선족의 역할을 인식해야 합니다. 남북통일문제에서 중국회사 실무에 이르기까지 조선족은 그 문화에 익숙합니다. 때문에 쉽게 정확한 판단이 생기는데, 이 판단을 제때에 전달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회사들을 보면 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 우수한 조선족 인적자원 확보 및 활용 여하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의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조선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인식을 심어주는가, 하는 것은 한국의 기성세대가 차세대들을 의식하며 풀어나가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흥분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은 정보에 의해 조선족을 판단하게 됩니다. 조선족들도 엿듣는 세대들에게 한국을 정확히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미래 민족화합에는 물론이겠지만, 한국의 국익 및 조선족의 이익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조선족에게 피해되는 상황이기에 한국인에게 반목의 감정을 내세우기에 앞서 조선족 스스로 잘 반성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기업들에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기에 미리 오류를 발견하는 것이 한국에 중요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기업이 조선족 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조선족이 한국 기업에 협력을 잘 하지 않는 원인에는 각자 실추된 이미지가 큰 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로의 이미지는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실추, 또는 왜곡되어 있습니다. 서로에게 선입견이 생긴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상호 신뢰성이 떨어지고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큰 테두리에서 민족동질성을 토대로 상호 이질적인 부분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상호 적극적인 부분을 긍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고국인들과 조선족이 취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에 대한 제3의 판독 기능**
신운철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4월 1일 경에 야후차이나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다. 중국인 작자는 한국 명동의류 상가를 돌아보고 나서 한국의 옷들을 알려면 “중국 80년대의 디자인이거나 원단”을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디자인이 “따분하고 촌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적인 입장에서 말하면, 한국 옷은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에 알맞게 색상이 은은하고 선이 단순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국은 색상이 강렬하고 선이 복잡하고, 장식품이 많은 것을 즐겨 입는다. 원단도 감각이 강열한 것을 좋아한다. 연변에서도 한족들이 즐기는 옷과 조선족들이 즐기는 옷은 전혀 다른 감각이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걸어놓은 한국 옷이 눈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옷은 걸어놓고 색상과 양식을 보아서 일단 우열을 판단한다. 한국 옷은 디자인이 단순하기에 입은 효과에서만이 분위기가 나타나고 우수성이 나타난다. 이 특징을 작자는 중국 80년대의 따분했던 옷 양식과 같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가끔 우리가 국가적인 행사에 한복을 입고 가면, 한족들은 한복이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의문스러워한다. 왜 한복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나타내지 않았냐 하는 것이다. 중국 정통 복장으로 된 치포는 여성의 곡선미를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족의 정통의상에는 그 민족의 성격 및 대표적인 문화가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중국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한 판독기능은 조선족의 우세이다.
한국에서 조선족의 역할이 과소평가 된 원인은 한국 매스컴의 과장보도, 왜곡보도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부 한국 기업인들이 자신의 기업전략의 허점과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기는 싫고 체면만이라도 건지고 싶어, 책임을 조선족에게 돌렸거나 조선족파트너의 부정적인 부분을 기업실패의 주원인으로 부풀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여 이득을 챙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선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단이든 도적놈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한국기업의 주체는 결과적으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실패의 주 원인을 본질적인 문제에서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현재 청도시 정부에서는 중한 사신으로 되어 외자유치, 중한무역 및 청도 건설에 큰 공적을 쌓은 조선족들을 높이 평가하고 조선족에 대해 특별한 배려정책을 펴나가고 있으며, 큰 명절 때면 특별히 다과회 등을 조직하고 조선족들에게 위문과 감사를 표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진출이 많은 성공을 가져오고 있는 것에는 해외 6천만 화교, 화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한다. 한국도 세계 140여개 나라에 동포들을 두고 있다. 이는 다른 문화권의 정보를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방대한 문화전환계통으로서 한국의 큰 자산이다. 한국의 중국시장 공략에 있어 조선족의 역할에 대한 부정은 오류일 수밖에 없다.
***조선족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때**
“1992년도에 모국과 중국은 공식적으로 수교하였고, 교류와 합작에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이는 조선족이 중국 최고의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조선족 자체의 몫입니다. 절호의 기회는 최대한도로 활용하려고 하는 자세가 가장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족은 자질을 높이고, 신뢰성을 확실하게 키워야 합니다. 개혁개방 전에는 너무나 순진했던 조선족이었습니다. 한국을 통해 다른 민족보다 쉽게 취직하고, 쉽게 돈을 벌면서 돈에 대한 인식이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일부 젊은이들은 월급이 인간의 표준이기나 한 듯 돈만 적으면 비전이고 신뢰고 다 던지고 가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도 중국말, 한국말을 안다는 것을 밥통으로 생각하는데 이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인도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인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보다 더 기능적인 것을 갖춰야 하고, 이런 기능에 신뢰성이 안받침 되어야 경쟁에 이길 수 있습니다. ”
“조선족과 한국인들의 모순의 초점이 어떤 면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본주의 한국은 시장법칙에 따라 능력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데, 조선족은 같은 민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있기에 쉽게 감정이 상해합니다.”
“조선족의 잣대도 빨리 변화하겠지요. 시장법칙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요즘 서방과 동방의 사회과학 연구와 실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화제가 바로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꼭 상품이나 기업만이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경제 및 글로벌 정보 사회에서 모든 것은 자체 브랜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이는 상상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에 관여된 모든 것은 끊임없이 포장되고 통합, 조직화됩니다.
우리 스스로 <조선족>, <연변>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때가 왔습니다. 한국인의 이미지 관리는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앞으로 10년 내지는 100년을 대비하여 조선족이란 큰 브랜드를 관리하고 이미지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새로 정립된 민족의 브랜드 이미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란 새로운 개념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마치 <붉은 악마>가 월드컵 때 자신의 이미지 관리로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였듯이 말이죠, 마치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코카콜라가 세계를 통치하여 코카콜라의 제국을 형성하였듯이 말입니다.”
거의 모든 취재가 사전에 약속된 시간에 의해 짜여진 것이다 보니 신운철 씨와의 취재도 역시 총망히 끝났다. 아쉬운 취재였지만 부족한 부분은 메일로 보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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