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자신도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의 측면이 있었다면서 "제 정치적 역량의 부족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해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고 자책했다.
"저 사람들 옛날에 많이 해먹던 사람이란 선입견이 있어"
노 대통령은 7일 호주 시드니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우리는 아직도 싸움을 너무 많이 한다. 저부터…"라며 입을 뗐다.
노 대통령은 "저도 옛날 군사독재하고 싸우던 때의 기억이 남아서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갈라놓고, 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토론을 하다 보면 더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저 사람들 옛날에 많이 해먹던 사람, 많이 꿍쳐 놓은 사람, 뭐 이런 선입견들이 좀 있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또 "그쪽에서 보면 맨날 길거리에서 데모 하던 사람, 쟤들 사고뭉치들(이라면서) 이렇게 서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가 사상 투쟁을 오래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서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이것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 점 국민들한테 대단히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제 정치적 역량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에 대한 대가를, 역량이 부족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해 저도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의 국정난맥상에 대한 회한과 대연정 등이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더 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국빈 만찬에서도 한국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호주의 민주주의를 수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 있어도 우리 전력이 더 우월해"
노 대통령은 호주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적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 현지 교민들의 안보불안감을 불식시키고자 애썼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고 할지라도 한국의 군사력은 충분히 (북한과)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우월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비대칭 무기인 핵을 개발해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재래식 전력의 우위가 허물어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인 셈.
노 대통령은 "핵무기에 관한 억지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한다고 약속하고 있고 우리도 거기에 필요한 만큼 한미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과 전쟁을 붙어서 이길 수 없으며, 설사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기지는 못한다"며 "더욱이 정복은 불가능하며, 정복은커녕 지배는 전혀 더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어 "전쟁이 나면 경제도 안 되고 국민의 삶도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지배할 수 없는 국가는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며 "정복할 수 없는 국가, 이길 수 없는 국가에 전쟁을 붙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먼저 전쟁을 벌여봤자 이길 수도 없고, 한국에 치명적 상처를 줘봤자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도발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교민 간담회로 2박 3일간의 호주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뉴질랜드로 이동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7년 만에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 노 대통령은 8일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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