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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기본은 갖추자

김지영의 LAUGH & learn <51>

“23.8mm의 World Best Thin” “1.8Kg의 World Best Light” -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한글 제목이 크게 붙어있다. 2003년 4월 30일자 ‘매경ECONOMY’ 라는 잡지 뒷표지에 전면으로 난 삼성전자의 광고이다.

2003년 4월 24일자 문화일보에는‘단순하고 알기 쉬운 히딩크식 영어’라는 칼럼이 실렸다.‘박물관에서 (In the Museum)’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신문에 인쇄된 것을 스캔하여 넣은 것이다.

[신문 기사 사진 삽입, hiddink2 file]-별도 첨부

자존심 영어란 최소한 이런 실수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쉬운 단어, 쉬운 문장을 쓰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틀린 문장, 엉터리 단어, 이런 것들을 버젓이 신문이나 잡지에 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의 대기업이다. ‘매경ECONOMY’가 한국 사람들이 주로 보는 잡지라고 어법에 맞지 않는 광고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광고이기 때문에 “참신해”보이기 위해 “색다른” 표현을 썼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것도 말도 안 된다. “바보짓”을 해서 사람을 웃기거나 관심을 끄는 건 삼류 코미디이다.

문화일보의 ‘히딩크식 영어’는 히딩크를 모독하는 말이다. 히딩크 영어를 많이 들어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의 영어가 단순하고 알기 쉬울 수도 있다. 단순한 영어는 좋은 영어이다. 그러나 단순하다고 “말이 안 되는 말을” 배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선 형식을 살펴보자.

우선 영어 문장이 길어서 줄을 바꿀 때는 가능한 한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줄을 바꾸어야 한다. 한 줄의 길이 때문에 단어 중간에서 줄을 바꾸는 경우에는 음절과 음절 사이에서 줄을 바꾸고 반드시 하이픈(-)으로 연결을 표시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museum 이란 단어 중간에 꼭 줄을 바꿔야 한다면, mu- 줄 바꿔서 seum 이렇게 써야 한다. 위의 신문 기사 사진을 잘 보시기 바란다. a 줄 바꿔서 nd, n 줄 바꿔서 ever, senio 줄 바꿔서 r … 이건 엉터리다. 물론 필자의 잘못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편집 소프트웨어가 길이만 재가지고 줄을 바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궁색한 변명이다. 편집자가 한번 살폈어야 한다.

내용도 막상막하다.

What are you talking about ?

이 말은 대화중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화가 나거나 강한 불만 또는 부인, 항의를 할 때 쓰는 말이다. 알아두면 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 쓸 말은 아니다. 부부 간에 나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표현을 써야 할 만큼 열을 받는 관계라면 빨리 헤어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Don’t toy with me.

이 말도 여기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toy with somebody 는 상대방을 아주 하찮게 보거나 조롱하듯 함부로 대하면서 자신은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정말 이런 식 대화를 하는 부부라면 갈 데까지 다 간 부부이다.

I have been toying with the idea of writing a book on English education.
이런 구문으로 많이 쓰인다. 이 때 toy with는 그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We have the same ddi.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분명히 한국 사람 부부일 텐데, 왜 영어로 하지 ?

띠를 a zodiac or animal belt라고 한다 ?
animal belt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Zodiac이라는 말은 맞는다. 그러나 zodiac belt라는 말은 이상하다. zodiac 자체가 열두 개의 상징물을 둥그런 띠에 그려놓은 점성가의 점술 도구이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의 띠는 Oriental zodiac, Eastern zodiac 이렇게 표현하면 된다.

하나하나의 동물은 an Eastern zodiac symbol 이렇게 표현하면 서양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서양의 zodiac은 일년을 날짜별로 나누어서 따진다. 따라서 사람의 zodiac symbol은 생일에 따라 결정된다. Aries, Taurus, Gemini, Cancer, Leo, Virgo, Libra, Scorpio, Sagittaurus, Capricorn, Aquarius, and Pisces. 이렇게 12개의 하늘에 있는 성좌 이름이 zodiac이다.

We’re scheduled to visit the museum in the afternoon.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부부간에 쓰기에는 거창한 표현이다. be scheduled to, 누군가가 시간을 정해놓고 그것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 영국 여왕 부부라면 어울릴 말이다.

이 기사는 ‘박물관에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대화 내용은 부부간의 ‘띠’ 타령이다. 박물관 이야기는 겨우 박물관이 몇 시에 닫느냐 하는 것밖에 없다. 물론 ‘박물관에서(1)’이라고 되어 있으니 다음 편에 박물관 이야기가 더 나오겠지만, 억지로 만든 대화라는 느낌은 버릴 수가 없다.

또한 영어 문장 하나를 놓고 영어에 없는 한국어를 넣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이 글을 읽고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일으킨다. 원래의 문장에 없는 설명이 필요한 경우 [ ] 속에 넣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히딩크식으로 짧고, 기본적인 단어를 써서 영어를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본의 기본은 갖추고 영어를 하자. 기본의 기본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억지로 짜맞춘 의미없는 대화, 이런 것은 본받지 말자. 잘못하면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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