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애정이 깊고 변함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이를 두고 금슬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평생을 두고 금슬 좋은 부부는 참으로 드물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인생을 무난히 항해하기 위해서, 만나서는 곤란한 커플의 유형에 대해 명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그 전에 금슬이란 어휘가 워낙 아름답고 아취가 있으니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금슬(琴瑟)이란 거문고를 말한다. 거문고는 예로부터 선비의 악기이기도 하지만, 부부의 정이 두터운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 유래는 시경(詩經)이다.
“아내가 마음에 맞는 것이 마치 거문고를 켜는 것과 같고(妻子好合 如鼓琴瑟)”란 글귀와 “요조숙녀는 금슬로서 벗한다(窈窕淑女 琴瑟友之)”란 문구가 그것이다. 좋은 아내를 선비의 친한 벗인 거문고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당나라 말기의 유미주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거문고는 원래 줄이 오십 가닥이었으니, 가닥가닥마다 내 젊고 좋았던 날의 일들을 생각나게 하네”로 시작되는 시가 떠 오른다. 독자분의 흥취를 위해 원문을 옮겨 놓는다.
“금슬무단오십현(錦瑟無端五十絃) 일현일주사화년(一絃一柱思華年)”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거문고는 원래 줄이 오십 가닥이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슬프다 여긴 어느 임금님이 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거문고는 여섯 줄이다.) 시인이 이 시를 지은 것은 그의 나이 마흔 예닐곱 무렵이었는데, 거문고의 원 줄이 50 줄이라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비겨서, 방안에 둔 거문고를 보니 한 줄 한 줄이 마치 자신의 인생에 얽힌 사연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는 표현이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기본적인 것부터 이야기한다. 부부가 평생 사이좋게 백년해로하려면 두 사람이 지닌 운명의 사이클이 같아야 한다. 가령 남편은 중년 운이 기막히게 좋은데, 아내 되는 사람의 중년 운이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한 쪽은 건강한데 나머지 한 쪽이 아프다면 어려워진다. 병(病) 3년에 효자 없고 열녀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든 부모나 남편, 또 아내가 장기간 병석에 누워 있으면 마음이 떠난다는 얘기이다.
결혼할 때 주례 선생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병들어 누웠을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하면서 두 사람의 애정이 변함없이 동고동락할 것을 얘기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기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흔히들 결혼할 때가 되면 양가 부모님들이 궁합을 보러 간다.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듯이 별 의미가 없다. 예전에야 두 사람이 얼굴도 못보고 시키는 대로 맺어지던 시절이라 궁합이 어느 정도 중요했지만, 오늘날처럼 두 사람이 실컷 사귀고 알 것 대충 다 알게 된 마당에 웬 궁합.
결혼 상대는 두 사람이 태어날 때 받은 자신의 운명과 성향, 부모 슬하에서 자라면서 받은 가정 교육과 본인의 기호, 체질, 사상 등등이 그 시점에서 총 동원되어 결정을 내리게 되는 총체적인 과정이다.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고, 당시 눈에 뭔가가 씌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또한 그 사람의 성격이고 운명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애란 무엇인가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전에도 얘기했듯이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기 쉽다. 따라서 열렬한 정염이나 누구나 가진 관능의 힘만으로 좋은 결혼 생활, 아름다운 부부애를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착각이다. 결혼 경험이 없는 미혼 남녀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결혼한 지 오래된 사람들도 여전히 그런 생각에 빠져 있으니 문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뜨거운 정열로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명리학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사람의 마음과 몸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인생의 봄에 만난 사람들이 가을이 되면 마음도 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처럼 금슬 좋게 해로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대 난제이긴 하지만, 그 반대는 오히려 쉽다. 다음은 애당초 만나서는 안 될 ‘do-not list'를 열거함으로써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권위주의적 남자와 자유분방한 여자(比劫형 남자와 傷官형 여자)
이런 유형의 커플들이 의외로 많은데,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세상에서는 이혼의 확률이 대단히 높다. 권위주의적인 남자들은 일견 과단성도 있고 박력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남성들은 일단 결혼한 후에는 아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친구를 대단히 좋아하고 친구 일이라면 다른 것에 우선하며 그러다 보니 술이 지나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유분방한 여자는 결코 이런 남자와 오래 살기 어렵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있고 든든한 보루 같아서 자신의 일생을 맡기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살아보면 결혼 후에도 뭐든지 남자 뜻대로만 좇아야 하니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이런 여성들은 출산을 기점으로 부부사이에 큰 간극이 생긴다. 이럴 경우 남편이 사회적으로 출세하거나 돈을 많이 벌면 그 재미에 참고 사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사실 속빈 강정이다.
2. 물질적 욕심이 큰 반면 학문이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남자와 여자(財强印弱형 남녀)
상당히 흔한 유형의 커플이다. 물질적 욕심이 크다는 것은 금전욕도 크고 성욕도 강한 커플이 된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면 이상이 같으니 잘 살 것 같지만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대개의 경우 헤어지게 된다. 가령 남편이 실직하든가 사업에서 망하면 아내는 마음이 금방 떠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내가 아프거나 하면 성욕이 강한 남편은 금방 외도를 하게 되고 아내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반발하게 되니 헤어질 확률이 아주 높다.
이런 커플들은 정말 운이 좋아서 일생이 순탄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산다는 것이 어디 그런가. 그 결과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흔히 남자가 망하면 여자가 도망가는 경우가 바로 이 유형이다.
3. 정력의 차이가 심한 커플(어느 한쪽이 火强水弱형일 경우)
정력은 성욕과 다르다. 성욕은 동기유발이고 정력은 그것을 받쳐주는 힘이다. 문제는 특히 성욕은 강한데 정력이 약한 사람으로서, 대개의 경우 양력 5,6,7 월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흔하다. 이런 분들은 정력이 약해서 무리하면 중년 초입부터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고, 발기 부전, 당뇨병, 여성의 경우 심한 냉대하 증세나 난소염과 같은 부인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정력은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좋고 성욕은 여름에 태어난 사람들이 강한 것이 일반적이다. 유난히 강장제를 밝히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이런 유형의 사람이기 쉽다. 또 걸핏하면 성을 잘 내는 사람은 성욕강ㆍ정력약의 사람이 많은데 외관상의 특징은 치아가 부실하고 흰 머리가 많고 몸은 마른 편이며 경우에 따라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 있다.
부부 모두 성욕이 강한데, 한 쪽은 정력이 약하고 반대쪽은 정력이 강하다면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된다. 예전에는 정력이 약한 아내들은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눈감아 주었지만, 오늘날에는 그것이 어렵다. 또 반대로 정력 약한 남편을 둔 아내들의 외도 또한 대단히 많다. 특히 남편이 당뇨병에 걸리면 거의가 발기부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상으로 결혼해서는 안 될 유형의 커플을 알아보았다. 부부 금슬이 좋다는 것은 재벌이나 대통령 되는 것 못지 않게 어렵고 따라서 대단한 행복이다. 인격적으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아량과 포용이다. 아량과 포용력이 어느 한 쪽에라도 있으면 그 부부는 가끔 다투긴 하겠지만 무난히 인생을 항해할 수 있다. 금슬 좋은 부부란 바로 양쪽 모두 아량과 너그러움을 갖춘 부부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아름다운 금슬을 위해 장한가(長恨歌)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칠월칠일장생전(七月七日長生殿;7월 7일 장생전에서)
야반무인화어시(夜半無人和語時;깊은 밤 남몰래 언약 맺기를)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했고)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했네)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넓은 하늘 오랜 땅도 끝날 때가 있겠지만)
차한선선무절기(次恨線線無絶期;이 한은 면면히 이어져 끝이 없다네)
(연리지란 처음엔 두 그루에서 싹이 났지만 나중엔 가지가 이어져서 마치 한 그루처럼 되는 나무를 말하고, 비익조란 날개가 한쪽 뿐이라 암수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새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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