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몰아세우기'로 자신감이 붙은 탓일까. 문화방송(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외수 씨에 이어 이번에는 22일 '국정원 대선 개입' 시국 미사를 열기로 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정치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논란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22일 오후 7시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 본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기로 밝히면서 벌어졌다. 사제단 대표들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부산교구 신도들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천주교인들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적은 수차례 있지만, '대통령 사퇴'를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전주교구를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종교 본연의 업무보다 정치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헌법을 통해 정교 분리를 명문화한 국가이지만 사회의 지도자인 종교인은 언제든지 정부와 국회에 조언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종교인의 본분을 망각한 정치적인 의도가 보이는 행위라면 이를 용납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천주교가 내건 '대통령 사퇴'는 레토릭에 불과할 뿐인데, 여당이 과민 반응을 한다고 반론했다. 민주당 허영일 부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유 대변인이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이 22일 진행하는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비난한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맞섰다.
허 부대변인은 "지난 대선 국가 권력에 의해 얼마나 광범위한 불법이 저질러졌으면 천주교까지 나서서 불법 선거를 규탄하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진행하겠는가"라며 "천주교의 시국미사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사회에 정의를 세우려는 지극히 정당하고 양심적인 종교인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왜 천주교 사제들까지 나서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하려고 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지금은 분명한 정권 위기 상황이다. 이를 어물쩍 덮고 가려고 하면 그 위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측은 천주교 미사가 '대선 불복'의 뜻으로 비춰질 수 있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2일 "종교인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된 정통성 있는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종교 단체들이 정권 퇴진을 촉구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0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참여한 종교인들을 연행해 사법처리해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후 2009년 10월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맡았던 방송인 김제동 씨가 한국방송(KBS) <스타골든벨>에서 5년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하면서 '정치적 방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설가 이외수 씨의 <진짜 사나이> 출연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화방송(MBC)은 최근 해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이외수 작가가 강연한 것을 녹화했으나, 이 사실을 새누리당 심재철, 하태경 의원 등이 문제 삼고 나서자 22일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 작가 출연분을 통으로 편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이 작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 발표에 대해 "소설"이라면서 의구심을 드러냈던 것을 문제 삼았다.
'불통' 이미지와 '공안정국 조장' 등으로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에서 2010년 11월 13.5%포인트 떨어진 40.8%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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