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학습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철퇴를 내리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달초 일제히 시작되는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시내 382개 중학교 1∼3학년, 317개 고등학교 1, 2학년 수학 기말고사 문제를 점검, 교육과정 진도를 벗어나거나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를 냈는지 집중 점검한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점검결과 문제가 드러난 학교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경고하고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정기고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학교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그에 맞는 평가가 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관련 기사: 현직 학원장의 고백 "애들이 수학 포기하는 이유는…")
수학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이미 여러 차례 공론화됐다. 한국의 경우, 외국에 비해 정규 교육과정의 진도가 빠른 편이다. 예컨대 외국에선 미적분 개념을 대학에서 처음 배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선 고교 과정에서 기초적인 미적분 개념을 배운다. 그런데 정규 교육과정보다 더 빨리 진도를 나간다면, 아이들에게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학원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학 선행학습은 아이들에게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이해시키기보다 문제풀이 요령만 암기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구경 학습'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실제로는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선행학습이 오히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망치는 것이다.
지능이 평균보다 월등한 영재조차 선행학습은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선행학습이 아니라 심화학습이라는 게다.
그런데도 수학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린 배경에는 학원가의 '선행학습 마케팅'이 있다. 학교 진도를 앞질러서 가르치면, 학습효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상술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학원가가 주도하고 학교가 따라갔던 수학 선행학습 관행이 낳은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설익은 선행학습보다 맛있는 제철학습"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수학 선행학습과 영어 조기교육의 부작용을 공론화해 왔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9일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1만 시민 선언식을 하기로 하고 지난달 18일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이라는 비교육적 관행을 더는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되며 △선행학습이 불필요한 대다수 학생에게 선행학습 상품을 부추겨 영업이익을 꾀하려는 사교육 시장을 규제해야하며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근본원인인 학교시험과 대입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용을 법률에 담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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