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장·차관의 배기량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의원들의 보좌관 수는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부처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이유로 경비절감을 요구하는 반면 의원들에 대한 세비 지원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차량 배기량 기준 600cc 축소 예상
문병호 우리당 제1정조위원장은 3일 "어려운 서민경제 사정과 에너지 수급상황을 감안하고 국가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고위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부처 장·차관들이 사용하는 전용 승용차의 배기량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관 관용차량은 현행 3300cc에서 2700cc로, 차관은 2800cc에서 2200cc로 낮추자는 것.
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으로 중앙행정기관 전용차량은 장관급 70대, 차관급 140대 등 모두 210대로, 평균 구입가격은 장관급이 4143만 원, 차관급은 3265만 원이다.
문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정협의를 통해서 정부가 규칙을 정해 시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장·차관들이 너무 고급차량을 타고 있다. 이(배기량 한도 축소)에 대해선 당에서도 반대하는 의원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신임 행자부장관이 임명되는 대로 당정협의를 거쳐 관련 규정 변경을 요구할 계획이다.
의원 보좌진…직급은 올리고, 인원은 늘리고
장·차관의 긴축을 촉구한 우리당은 그러나 현재 6명인 국회의원 보좌진을 8명으로 늘리는 동시에 일부 직급을 상향조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당 강성종 의원이 금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은 의원 보좌인력에 3급 보좌관과 8급 보좌관을 신설해 총 인원을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4급 직원 2명과 5, 6, 7, 9급 각 1명인 현재의 보좌진 직제를 3급 1명, 4급 1명, 5급 2명, 6~9급 각 1명으로 확대해 개편하겠다는 것. 직급이 올라가고 인원이 확대되는 만큼 국고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강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세비의 부담이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운전기사와 비서 한 명을 빼면 정책업무를 담당하는 보좌진은 의원당 4명뿐인 셈"이라며 "600조 원이 넘는 예산이 움직이는 국회에서 이 정도로는 정부에 대한 충실한 감시와 견제활동을 벌이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세비의 증가만을 문제 삼는 것은 정책기능 강화의 필요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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