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만드는 코리아 타코마 사장 김종락씨는 JP의 형이야. 언젠가 장충동 자택으로 취재를 갔을 때 이런 말을 하더군.
"갸는 그림이나 그리고 다니지, 1인자는 못 되어. 대궐 안이 뒤숭숭하다고 쳐 봐. 천하의 혁명꾼들이 움직일 것 아녀. 갸도 달려갈 기여. 그리고 대궐 문을 밀어봐. 삐꺽 소리는 나는데 안 열려. 그럼 담이라도 타고 넘어가야 할 것 아녀. 그게 아녀. 그대로 돌아서 와버릴 거여."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을 때인지라 자신의 아우를 정치적으로 보호하려는 생각이 아닌가 했지만 JP라는 인물의 정치적 컨셉을 극명하게 표현한 것 같애. 아우의 정치 행로를 근접거리에서 지켜보고 왔으니 오죽 정확하겠어.
10.26 안개정국 때 신군부가 한때 PP(박정희 대통령)의 후계자로 추대하려 했을 때 뒤로 물러난 거나, PP가 살아있을 때 후계구도를 단단히 설계하지 못한 것 등을 빗대어 말한 것 같애. 형님의 말대로 그는 1인자가 못된 대신 2인자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하면서 정치 현역 무대에서 40년을 넘기고도 아직 건재하고 있어. 대단한 생명력이야.
'둘째의 서러움'이란 것이 있지. 부사장, 부반장 같은 거야. 한 치 앞에 최고 권력자가 있지만 체감 거리는 까마득하지. 체감거리뿐 아니라 실제 힘의 크기도 상대가 되지를 않아. 사도세자의 비극 속에는 권력의 첫째와 둘째의 숙명적 갈등이 깔려 있었다고 볼 수 있어. JP도 마찬가지야. 2인자로 자타가 인정했지만 회의감도 상당했을 거야.
총리 시절 출입기자들과 회식을 하는 기회가 있었어. 그 땐 회식하면 요리집이었지. 거나하게 한 잔을 걸친 JP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 온 사나이는
구름 머무는 정든 땅에서....."
이런 노래야. 노래가 끝나자 S기자가 JP에게 귓속말로 넌즈시 이렇게 말했지. "바로 총리의 심정이 그거라는 거죠." 하고 말이야. JP는 술김인데도 화를 벌컥 내더라는 거야. 마음을 들켰다는 반응이지. 몸은 2인자인 총리이지만 후계 권력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으니 말야.
지금은 박통의 정치적 후계자라 자처하고 있지만, 쿠데타 이후 그와는 상당한 갈등을 겪어 왔다고 볼 수 있어. 실제로 '자천 타천'으로 외유 길에 오른 적도 있지만 그 무렵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혁명하자고 할 때 벌벌 떠는 걸 손잡고 밀고 나가주었는데 날 물먹여"하며 불만을 토로하더라는 거야.
정치인들은 숨겨진 여인이나 '사교적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체로 '하반신'에 관한 한 관대한 관행이어서 워싱턴 정가처럼 정치적 스캔들로 비화하지는 않아. 진짜 이야기들의 보고는 이런 라인들이야. K모 의원은 휴대폰을 두 개 가지고 다니는데, 하나는 숨겨진 여자와의 핫 라인 용이야. 번호를 아는 사람은 '마담 X'뿐이지.
지난 번 대선때 장안에는 한 권의 책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어. 서라벌 예대를 나온 미모의 무속인 심진송씨가 쓴 거야. 그 내용 중에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JP의 정치적 장래를 암시한 부분이 나와. 다음 천하의 주인은 이러이러한 삶이 될 것이라 했는데 그건 누가 보아도 JP라.
'이게 무슨 소린가. 대세가 뒤집힌단 말인가.' 모모한 인사들이 서울 외곽에 있는 심 여인의 집을 찾아갔어. 그리고는 깜짝 놀랐어. JP의 사진이 걸려 있는 거야. 단순한 무속인의 역술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치 프로파간다의 새로운 방법 도입인지, 아니면 JP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던 것인지는 기자들도 추적하지 않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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