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대통령 시절 각료를 지낸 사람들은 '특별 위로금'이란 걸 받았어. 국정에 수고가 많았다 하여 내탕금에서 주는 건지, 정치자금으로 들어 온 것에서 주는 건지 확실치 않았는데 액수가 매우 컸다고 해.
언젠가 흉허물이 없는 사이인 퇴임 모 장관과 그게 궁금해서 물은 적이 있어. "난 그 때 장관 안 해서 모른다"는 거야. "그럼 당신 각하(노태우 대통령)는 전별금 조로 얼마 주었는데?" 하고 슬쩍 말을 돌렸더니 "5천" 하는 거라. 5천만원인데 선배(장관) 얘기 들으면 전직 때(전두환 대통령) 보다 '엄청 짜다'는 얘기야.
그러자 동석했던 한 언론사 사장이 "그래, 맞는 얘기야" 하는 거야. 그가 전직 장관 L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형님, 장관 지낸 지가 언젠데 용케도 버티슈" 했더니 "응, 전별금 두둑히 받았거든" 하는 거야. "얼마?" 그랬더니 "먹고 살 만큼" 하는 걸 보니 상당한 것 같애. 대충 이자수입 규모로 따져 보니 한 5억 원은 될 것 같애. 모르지, 이쁜 X에게는 많이 주고 미운 X에게는 덜 주었는지...
나중에 두 대통령 '손 크기'가 경호대 쪽에서도 나왔어. 전직 대통령들이라 경호실 친구들이 나와 있었는데, 연말쯤에 촌지로 주는 수표가 0이 하나나 차이가 나더라는 거야.
모택동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도 했지만 실은 추종세력에서 나온다는 학설도 있어. 이념을 따르는 추종 세력이 뒷받침을 하지만, 실제로는 충성분자들이 만드는 울타리가 강하냐 여부에 달려있어.
충성심을 길러내는 권력의 자질은 우리 정치 수준에서는 아직도 돈이야. 권력으로부터 물러나고 많은 반대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전통)가 아직도 무리를 거느리는 것은 이런 본질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그건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성격에서 오는 면이 클지 몰라.
어느날 편집국 제작 회의에 이런 '비보도 뉴스 파일'이 전달되었어.
"어제 전통(언론인들은 그렇게 부른다)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대통령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다고 소리쳤음 . 최근의 사건(장영자 사건)이 자신의 주변까지 옥죄어들고 있어 심기가 매우 불편했던 것 같다."
심각한 국면이 되었을 때 아주 묘한 웃음을 짓던 박 대통령과는 달리 그는 그냥 이런 식으로 표출시키는 거야. 속에 묻어두지를 않아.
5공 청문회와 재판을 통해 어마어마한 정치자금 규모가 드러났지만 여기서도 그의 스타일은 독특했어. 건설업계의 K회장이 '헌금' 통고를 받고 돈을 싸들고 청와대로 들어갔을 때 얘기야. 물론 독대로 대통령을 만났지.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자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으로 "얼마를 가져왔느냐"고 묻더라는 거야. 그래 석장이라고 대답했데. 그랬더니 "채우시오" 하더라는 거야. 다시 물어 볼 수도 없고 뭣 주고 뺨맞는 꼴이 되었어.
그래 물러나는 길로 경호실장에게 "대통령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했지. 그랬더니 "회장님 사업 어렵다는 걸 저희들도 알고 계시니 그냥 다섯으로 채우십시오" 하더라는 거야. 세 개도 억지로 만들었는데 다섯 개로 채우라니 죽었구나 했지. 그러나 '양정모(국제그룹 회장)도 버티다가 망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청와대를 나와 두 개를 채워 가지고 가까스로 접수(?)에 성공했다고 허허 웃어.
"큰 거 한 장으로 채우라고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사족을 붙여. 석 장의 단위? 30억이지. 두장 더 채우면 50억이구.
한 때 장관들은 전통의 호출이 있으면 화장실로 가 양치질부터 했어. 대통령이 가까이 불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입 냄새가 나기 마련 아냐. 그걸 대통령이 참지 않고 "좀 떨어져 말하시오, 원 냄새가..."하고 책망을 한 적이 있었다는 거야. K장관은 아주 이 부분에 예민했어. 외국 출장 갔다가 온 산하 단체장 C씨가 7백달러인지 8백달러인지 하는 향수와 특수 입안 청결제를 사다가 진상한 것도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야.
그런 것까지 C회장이 어떻게 알았을까. 스토리는 그게 아니지. 장관이라고 매일 국사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거라 쉬는 시간이 필요해. 목욕도 하고 고도리도 치고 술도 마시고 또 무엇도 하고 말야. 그런데 그걸 아무 데서나 잘못했다가는 소문 요상하게 나고 잘못 구설수에 오르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어. 그야말로 '위험한 휴식'이지.
이걸 아주 극비에 '메이드(made)'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 상하관계라도 괜찮아. 능수능란한 친구같은 사교꾼이면 돼. K장관의 그 사람이 바로 C씨야. 대통령이 입 냄새 질색 팔색이야 하는 소리를 듣고 향수 및 기타로 아부를 한 것이지. 그런 걸 잘 하면 아무래도 손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 산하단체장의 의자는 견고해지게 돼.
사실 정부단체의 장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이런 '비공식적 의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전두환 대통령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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