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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19>대통령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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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19>대통령과 코미디

"노통ㆍYS도 코미디 폐지"

노태우, 김영삼 등 역대대통령은 겉으론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이 되려 노력하는듯 보였다. 그 결과 한때 TV에서는 이들을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들은 그러나 내심으로는 자신이 코미디의 소재가 되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갖고 있었고, 끝내 이들 프로그램을 중도하차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권위주의화하는 권력의 속성 탓이다.

이 기록은 최창윤 전 장관이 96년 타계하기 직전에 손광식 본지고문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 권력 이면사를 기록한 것이다. 최장관은 육사 18기로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에 참여한 공로로 전통 시절에는 정무비서관, 노통 시절에는 정무수석, YS의 문민정부때에는 총무처장관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 권부의 속성을 꿰뚫고 있던 인물이었다. 편집자

청와대 있을 때 비공식 세미나를 한 번 했는데, 토마스 로빈슨인가 하는 교수가 '권력에 관한 일반이론'이란 걸 주제로 발표했어. 권력의 독재화와 부패과정이랄까 그런 건데, 이게 기가 막히게 맞는 얘기더란 말이야.

"집권 권력자는 처음에는 여러 사람 의견 듣고 민주적이지만 시간이 흘러 2, 3년이 가면 남의 얘기 안 듣고 자기 도그마에 빠지는 일반적 성향이 있다"는 거야. 당시 정무비서관 K는 그 리포트를 보고 “이 새끼 누군지 용케도 맞혔다”하고 감탄할 정도였지. 전통(전두환대통령)의 경우를 용케도 실감 있게 분석한 것 같다는 거지.

***코미디 프로그램을 중도하차시킨 노통과 YS**

우리(청와대 보좌그룹)도 처음에는 전통이 친화력 있고 남에게 개방적인 성격이라 박통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자 자기중심적인 편향이 생겨나고 남 얘기 듣기보다는 자기 말만 하는 경향이 늘어나더군.

노통(노태우 대통령)도 마찬가지야. TV 소재 백화개방 따라 코미디언들이 인물 흉내를 내기 시작했어. MBC에서인가 노통 흉내내는 사람이 나와서 “(무조건) 믿어주세요”하니까 노통이 아주 언짢아 해. 그래서 아침 청와대 회의 때 “그런 것도 나가고 하면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친화감 생기고 경직됐던 사회 분위기도 열린 쪽으로 가게 됩니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소리를 버럭 질러. 그 뒤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슬그머니 그 프로가 없어지더군.

비슷한 프로였던 'YS 인형'도 없어지더군. 아마 강성구 사장(MBC TV)에게 뭐라고 얘기가 들어갔겠지.

***릴리 전 주한대사가 본 북한의 실상**

제임스 릴리(CIA 출신이었던 전 주한 미국대사) 일행이 북한 다녀왔는데 우리 사무실로 예방을 와서 만났어. 북쪽 얘기 좀 들었어. 저쪽 정세 알아보려고 김정일이를 만나자고 했더니 “못할 것 없다”고 하더니 어물어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더라는 거야. 김용순이가 전면에서 일 처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무슨 상황이나 김정일 자신에게 생리적인 어떤 문제가 있는 듯한 낌새라는 거지. 다만 ‘김정일의 이름’으로 체제는 변화가 없다는 인상이었다는 거야.

자기 눈에 남는 것은 연료난이 극심한 듯한 점이라고 그러더군. 유명한 대형 음식점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난방이 안돼 몹시 추웠다는 거야. 아직도 김일성의 사진은 자애로운 모습으로 그대로 걸려 있으나 김정일 사진은 드믄드문 빠져있고 또 새로 단 김정일 사진의 배경은 무장한 군인들이 둘러싸고 있더라는 거야. 군부 지지를 유도하고 있는 중이던가, 아니면 위협적 분위기 연출로 새 지도자의 '자리 매김' 작업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였어. 외교부 청사는 어마어마한 구조물인데, 역시 난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는 거야.

***한자리에서 불고기,냉면 3~4인분을 먹어치운 북한 고위인사**

대우에 있는 사람 얘기를 들어 보면 아주 실감이 나. 북경에서 저쪽 대표를 자주 접촉했는데 김우중 회장이 음식대접 잘하라고 해서 "뭘 먹겠는가"고 물었더니 "불고기와 냉면"이라고 해서 음식점을 수소문해 가지고 데리고 갔다는 거야. 그랬더니 3인분, 4인분씩 먹어.

그 다음날 오늘은 어디로 가고 싶으냐니까 또 "불고기와 냉면"이란 답이야. 그 날도 3인분, 4인분씩 먹드래. 그래서 "왜 한 음식만 그렇게 먹느냐"고 하니까 “사실 우리 지도자급도 하루 두 끼씩 먹고 있다”고만 말하더라는 거야. 이 지도자급 가운데는 남쪽에도 왔었던 유력 인물도 있었는데 중국음식은 그렇게 포식하기엔 적합치 않다는 얘기야.

김우중 회장은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동해안 쪽을 좀 둘러보고 싶다고 했더니 해군 함정이 하나 동원됐다더군. 그걸 타고 동해안 일주를 했는데 군함은 녹슨 구석이 많았고 해병들의 군복은 몹시 낡은 데다가 기워 입은 자죽이 많은 게 눈에 띠었다는 거야.

난 최병열이가 괜찮더군. 예를 들면 10부제는 교통난 완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험한 한강다리' 대책이다. 이런 거 말야. 부하중량이 이대로 가면 나도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한강 다리가 위험하다. 그러니까 6월말 까지 시간 주면 안전 관리하면서 근본적으로 다리들을 모두 두드려 보고 그 다음 10부제 해제하겠다, 이게 설득력이 있게 먹혀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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