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개발연대 시절 재벌총수는 회사에서나 집안에서나 ‘절대군주’였다.
재벌총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가족이나 회사 임직원들에게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상상이 안가는 황제적 권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들은 부하직원들에게는 대단히 박했다. 그러나 관료 등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상상을 뛰어넘는 뇌물을 뿌려 이들을 순식간에 ‘자신의 종’으로 만들어갔다.
여기에 소개하는 S그룹 신모 명예회장의 이야기는 한때 그의 측근이었던 모씨가 83년 11월 하와이의 한 호텔에서 손광식 본지고문에게 토로한 내막을 기록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은 91세까지 장수하다가 지난 99년 1월 타계했고, 그후 그가 일군 S그룹은 부도가 나 지금은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의 관리아래 있다. 편집자
신회장은 여자 무척 좋아했죠. 보기만 하면 '꿀꺽'이라. 방계회사 사장을 '채홍사' 시켜 괜찮은 애 발굴(?)까지 시켰을 정도였으니까요.
***계열사 사장의 역할은 '채홍사'**
한 번은 어느 다방에서 꽤 괜찮은 레지 하나를 찾아냈어요. 채홍사가 쓱 가서 이것저것 정보탐색하고 돌아온 다음에 신회장이 얼굴을 내밀었죠. 차 한잔 시켜놓고 레지 인물 품평해 보고는 아무말 없이 차 한잔 값으로 1만원권 한장 내놓고는 고개를 끄덕하고 나가죠. OK라는 사인이지요.
채홍사 사장은 다 알아서 교섭을 해놓아요. 신회장은 회사로 돌아와 "나 대전에 출장 좀 간다"는 말 남기고 본사를 떠나요. 문제의 레지는 벌써 영등포 해군본부 앞에 대기 중이지요. 얼른 픽 업을 해서 호텔에 숨겨 놓고는, 본인은 점잖게 공장순시로 들어가죠. 일장 훈시도 하고 간부들에게 기합도 주고는 그날 하루 호텔에서 푹 쉬고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양반 '섹스 탐험'에는 특징이 하나 있어요. 한번 손 댄 여자에게 두번 다시가 없다는 겁니다. 오직 원 샷이지요.
사모님도 이런 바람기에다 생활비도 짜게 주어 평생 고생하셨다는 얘긴데, 울화병이 도져 부산인가 내려가셨다가 지방에서 돌아가셨어요.
신회장은 송XX씨(자유당 시절 재무장관)와는 견원지간이었어요. 자유당때 우리 아버지 시켜 송장관에게 ‘와이로(뇌물)’ 왕창 가져다주고 일 하나 꾸민 적이 있는데, 송장관이 그냥 돈만 꿀꺽 하고 잊어먹어 그게 원한이 되었어요. 그런데다가 아들 신사장이 송씨 딸과 결혼한다고 하니까 송장관이 “이젠 아들까지 속였다”고 펄펄 뛰었어요. 그래서 신사장은 신회장으로부터 견제도 많이 받았지요.
송장관과는 이런 악연도 있습니다. “아들 신사장을 꼬드겨서(?) 부산에 콜라공장 만들자고 하고서 쫄딱 망하게 한 적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지요.
신사장은 아버지 앞에서는 아직도 꿈쩍 못해요.
***S전무의 자살. "나는 절대로 결백하다"**
송장관에게는 숨겨놓은 여자가 있었는데 아마 그 여자하고 10년은 계속 되었을 걸요. 이름은 이XX인가 하는데, 바로 문학평론가 이XX씨 누이예요. 아주 인물이 잘났고 지성미가 돋보이는 그런 여자지요. 그런데 이기붕씨도 이 여자를 좋아해서 더블 플레이를 한 셈입니다.
송장관 부인은 이 사실을 알았으나 남편의 공직생활에 금이 갈까봐 입을 다물고 있었지요. 대신 딸들에게는 우선 남편을 손아귀에 넣어 꼼짝 못하게 하라고 교육시켰습니다. 그래서 사위인 H그룹 조회장이나 S그룹의 신사장은 부인들한테 옴쭉 못한다는 얘기들이지요.
신회장에게는 아주 충직한 전무급 보좌관이 하나 있었는데, 신씨가 정미소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의 재벌총수가 되기까지 곁에서 열심히 봉사했어요. 그런데 경리담당 부하 직원 하나가 부정을 저질러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부하 놈이 이럴진대 상사 놈도 같으리라’고 생각하고 신회장은 문제의 S전무에게 자기가 사준 집을 내 놓으라고 압력을 넣으면서 부하를 시켜 각서를 쓰라고 했어요.
S전무로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어요. 면도칼로 양 팔목의 동맥을 자르고 자살해 버렸습니다. “나는 절대로 결백하다”는 유서를 남겼지요. 나중에 그 전무 부인이 울고불고 야단이 일어나자, 신회장은 집안친척인 전 검찰 고위층인사 신모씨를 동원해 유서도 쓱싹해 버리고 ‘없었던 일’로 처리했지요.
***아들들이 질색을 한 후처와의 '회식'**
재벌 총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신회장은 회의하자고 그러면서도 자기주장만 내세워 밀어 버리지요. 절대군주예요.
월급은 짜게 주고 그 대신 1천만원, 2천만원씩 사원들에게 꾸어준다거나 뒷전으로 봉투를 주는 스타일이지요. 그러니 사원은 황송해서 충성심을 발휘하지요.
이 그룹의 콩기름장사는 당초 아들 신사장의 아이디어였어요. 월남에서 돈 벌어 가지고 새 사업을 물색할 때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들이 이 사업 분야를 건의했죠. 그러나 처음에는 “네가 뭘 안다고......”하면서 튕바구(핀잔)를 주었어요.
지금 신회장 부인은 부인이 살아있을 때 내연관계를 갖고 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미리부터 집으로 끌어들여 놓고는 “내를 보살펴줄 사람 아이가”하고 소개를 해 아예 입을 못 열게 해버렸지요. 정식 후처로 들어앉힌 다음에도 신회장은 아들들에게 “돌아가면서 저녁을 하자” 해서 아들들은 아주 질색입니다. 꼭 이 후처와 아버지가 자리를 함께 하는데, 아들 며느리와 나이도 비슷해서 서로 안 가려고 형제들끼리 ‘회식 당번’을 미루지요.
아무래도 젊은 후처의 영향인지 그러시는지 신회장은 요즘 ‘남성의 능력’에 대해 노심초삽니다. 3,4일 소식이 돈절하면 부리나케 근처 L내과로 찾아갑니다.
***관료들을 매수한 뒤 종 부리듯**
이 양반 ‘소금기’가 아주 쎈 분이지만, 와이로 같은 것 쓸 때는 왕창 왕창입니다. 품질승인 관계로 공업진흥청에 서류를 돌릴 때 모 과장에게 기름칠을 하는 문제가 등장했어요. “얼마를 주면 좋겠느냐”고 물어서 “50만원 정도면 어떻겠냐”고 했죠. 그랬더니 “아니다”고 해요. 어리둥절해 가지고 ‘괜히 크게 말했나 좀 깎아서 말할 걸’ 하고 우물쭈물하는데 어럽쇼 "한 5백만원 갖다 줘라"하는 거예요.
왜 그랬나를 나중에 알았죠. 그 건만 아니라 공진청의 그 과장은 그 이후 완전히 신회장의 수족이 되더군요. 종 부리듯 해요.
언젠가 신회장은 별안간 해외출장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당시는 여권 신원조회에 좀 시간이 걸려요. 이걸 당장 해 오라는 거예요.
힘들다고 하니까 “돈 좀 집어주면 될 것 아니냐” 해서, 한 10만원 하니까 50만원 주면서 “퍼뜩 가 본나”하는 거예요. 신원관계를 담당하는 치안국 모계장에게 돈 갖다 디밀었더니 놀라 자빠지는 겁니다. ‘시세’의 몇 배를 갖다 안기니 안 그렇겠어요.
그 다음에는 공진청 과장이나 똑같죠. 신원 관계만 나오면 “아무개 계장한테 가 보거래이”죠. 가기가 무섭게 그 치안국장 계장님은 일을 끝내게 처리 해주는 건 물론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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