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벌써부터 차기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정객들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만한 ‘자질’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이 과연 몇이나 지금 대선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인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몇해 전 우리나라 각 언론사의 중견언론인들이 모여 나눈 ‘역대 대통령 자질론’을 손광식 본지고문이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을 우선적으로 현재 차기 대통령 자리를 꿈꾸는 여야 정치인들부터 읽어보았으면 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가르침을 깨닫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편집자
대통령의 자질은 참 중요한거야. YS(김영삼)가 정말 책 한권 제대로 읽었는지를 두고 말들이 있지만, 현대의 대통령은 알건 알아야 해. 매일의 의지만 앞세우는 캠페인이어서는 안돼. 오늘도 신문을 보면 두 가지 발언이 문제가 되었더군.
하나는 “6.25때 원자탄 한방이면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한 6.25기념 군부대 방문 발언이야. 문건으로 발표까지 했다가 취소해 버렸지.
또 하나는 “북한에 쌀 줬더니(15만톤) 군대 식량으로 썼다”는 발언이야.
***YS의 대통령답지 못했던 잇따른 망언**
대통령의 언행은 비록 사실이라도 아주 신중해야지. 그 본질을 YS는 잘 분별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어.
평소부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이데올로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북에 원자탄 떨어뜨리면 누가 죽고 남쪽에는 그 피해가 없는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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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군 이철수 대위가 내려와 남쪽에서 준 쌀로 밥을 해 먹었다는 보고를 받고 "군량미로 썼다“는 말해 전 신문이 사설 쓰고 야단이 일어나고 자민련에서는 ”외미를 사서라도 지원하겠다고 말한 건 누구인데 자기 손으로 한 것도 모른다“고 거꾸로 치고 나오지 않아.
이철수가 한 말이 국방부 기자실에 전달된 것을 보면 이랬다는 거야.
“남쪽에서 준 쌀로 밥을 해 먹었더니 끈기도 없고 맛도 없어서 곧바로 거부했더니 더 이상 군에 지원 안하더라”는 게 골자야. 그렇다면 ‘남쪽 쌀’이라고 전한 것이 실은 ‘안남미’라는 걸 알 수도 있어.
그러니까 사실과 진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지.
또 하나는 동포애 그런 것을 제켜 두더라도 ‘남쪽 쌀’ 먹게 된 북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에 관한 문제지.
쌀은 국제 미곡업자 카길이 말했듯이 ‘정치 상품’이야. 북의 식탁에 남쪽의 쌀이 오르면 그게 심리적 동요를 양성하는 건데 이걸 짚어보지 못한 거 아니겠어.
***“이총리, 당신이 쌀가마니 지고 배에 오르는 모습을 TV에 보이게 하시오”**
하긴 북에 쌀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당시 총리 이홍구가 YS를 만나니까 “총리는 쌀을 선적하는 부두에 나가 쌀부대를 직접 짊어지고 배에 싣는 모습을 보여주시오” 했다는 거야. 아마 TV에 이 모습이 비치게 될 것을 생각한 것이겠지. 그래 이홍구 총리는 밤새 고민을 했어. ‘무슨 옷을 입고 나가 쌀부대를 어떻게 지고 어디다가 부려 놓을 것인가’ 연출콘티를 짜야 하는 일이 간단치 않았다는 거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지만 이홍구가 현장에 도착했더니 이미 쌀을 배에 다 실어 놓은 상태였어. 그래 태극기 흔들며 “만세!” 부르는 것으로 ‘각하지시’를 대신하고 말았지.
아무래도 이런 데서 YS의 자질이 드러나는 것 같애.
하긴 그 양반 30년 동안 한 것이 정치적인 데먼스트레이션(선전) 밖에 없었으니 그럴 법 한 일이지만.
***최규하 왈, “외무부 출신들을 잘 챙겨주시오”**
대통령의 자질을 단박에 알아내는 사람들은 아마도 장관들일거야. 1대1로 만나는 기회가 많으니 그게 잘 드러나지.
최규하 대통령의 얘기인데 C모 건설장관에게 “강원도 모처에 기념할만한 돌이 하나 있는데 그것 잘 관리해 주시오” 하더라는 거야. ‘그래, 대통령의 관심이 국사를 제치고 겨우 그 수준인가’ 하고 장관은 속으로 끌끌 혀를 찼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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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최통에 대한 에피소드로 이런 것도 있어.
한창 국내에서는 광주사태로 야단이 나고 그러는 판국인데 중동방문을 한다고 했어. 외무장관이 들어갔더니 자기가 외교관시절 대사로 가 있었던 말레이시아 페낭 얘기를 어떻게나 열심히 하는지 실무진들이 알아서 일정에도 없던 ‘말레이시아 경유’를 집어넣었어.
나중에 아웅산에서 죽은 김동휘 상공장관이 외무부에서 발탁돼 들어갔을 때 최통 말씀이 “거, 상공부에는 외무부출신이 많은데 물들을 먹고 있다고 하니 장관이 잘 챙겨주시오” 했다는 거야. 자기나 김장관이 외무부출신이라는 거 아니겠어.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지역감정도 아닌 일개 정부부서 정서는 탈피해야 마땅한 일인데 말야.
***“전장군, 이제 당신이 나라를 맡으시오”**
지금 5,6공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느냐 안나오느냐 하지만 나가서 “강압이다” “아니다” 말하기가 힘들 거야. 그래도 답을 해야 한다면 “아니다” 할 수밖에 없을 거야.
전통쪽 얘기로는 12.12사태 때 전통이 피신한 곳은 그전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신문기자 C모씨 집이었다고 하는데, 그때 이렇게 전이 말했다는 거야.
최통이 “전장군, 이제 당신이 나라를 맡으시오” 해서 집에 돌아와 아들 재국이와 새벽 2시까지 고민하는데, 아들이 “아버지가 맡으시지요” 해서 집권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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