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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규제 조장 서울교육청…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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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규제 조장 서울교육청…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리나?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19> 학생인권조례 개악안 철회돼야

최근 서울 개포고에서 한 학생이 학교 담벼락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자 학교에서 이 대자보를 철거했다. 학생들을 징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자보를 붙인 중고등학생 4명과 청소년단체들은 개포고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인권위에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대자보를 철거한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부모를 소환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 현재 서울시교육청(이하 교육청)의 묵인 하에 일어나고 있는 학생 인권의 현주소다.

교육청은 2013년을 이틀 남긴 지난해 30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학생인권조례)'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교육청이 법적 논란을 핑계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탄압을 가해왔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8일, 대법원의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각하 결정으로 법적 논란은 종식됐다. 더 이상 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그 대안으로 조례를 개정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시민단체 등이 학생인권조례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학생 인권의 기준을 후퇴시킨 개악안은 철회돼야 마땅

교육청은 이번 개정안이 "학생인권조례를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인권의 기준을 후퇴시킨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명백한 개악안으로 규정할 수 있다.

우선,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이었던 두발 자유 조항에 규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학생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반인권적 생활지도가 부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두발 규정을 정하라고 했던 2000년 당시 교육부의 방침과 다를 게 없다. 무려 13년을 거슬러 올라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학생의 의무에 학칙 준수 조항을 삽입했다. 반인권적인 학칙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학칙 준수 의무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 밖에도 차별 금지 조항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을 배제했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및 미혼모 학생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으며, 일괄적 소지품 검사를 가능케 해 학생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규제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학생인권옹호관의 독립적 지위를 부정함으로써, 학생 인권 구제의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학생인권조례 43조(학생인권영향평가) 2항에 보면 '교육감은 조례안 정책을 입안할 경우 학생인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1항에서는 '학생인권위원회는 교육감이 제정, 입안하려고 하는 조례나 정책 등이 학생의 인권 및 인권 친화적 교육 문화 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37조(학생참여단) 4항에서는 '참여단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4항 2호에서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에 관한 의견 제시'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인권위원회나 학생참여단의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았다. 즉, 절차를 어겨가면서 개정안을 낸 것이다.

인권에는 여야나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을 종식시켜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이를 조장,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중적 약자이다. 권위적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받고 있고,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무관심에 고통받는다. 만약 학생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과연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겠는가?

교육학자 출신 교육감답게 지금이라도 학생 인권 신장에 앞장서야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 학생 인권의 신장과 확대를 반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나라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분리된 삼권분립 국가다. 조례 제정은 입법부인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교육감은 그간 단 한 번도 의회와 협의하거나 상의하려 하지 않았다. 이는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이며, 다시 말해 1000만 시민을 무시하는 것과 똑같다.

사법부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결정과 판결이 나왔으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력화를 시도했던 그간의 잘못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 상상력은 접어두고 싶었다. 그러나 문 교육감이 일부 보수 세력과 단체에 잘 보이려 안간힘 쓰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교육자의 양심은 어디에 뒀는지, 정치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괜히 김칫국 마시는 형국'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교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정말로 교권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이미 제정된 교권보호조례부터 수용해야 할 것이다. 교권보호조례를 두고 대법원에 제소까지 한 교육 당국을 보면 누가 '교권 보호'의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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