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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붉은 승려, 운암 김성숙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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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붉은 승려, 운암 김성숙을 아십니까?

[화제의 책] 정찬주의 <조선에서온 붉은 승려>

2013년 한국에서 '역사전쟁'이 치열하다. 좁게는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정체성'과 '정신'의 문제다.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결국 이 나라는 식민지라는 오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해방과 동족간 전쟁. 결국 60년간 지속된 정전, 즉 남북간 대치 상태. 2013년, 정전 6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간 대치 상태는 한발짝도 더 나아간 게 없다. 오히려 북한에선 자신의 고모부까지 처형하는 요란스런 '3대 세습'의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남한에선 정치적 반대파에게 무조건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등 퇴행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과 북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분단을 이용하는 '적대적 공존관계'가 고착화되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국주의에 대항해 싸웠던 조선의 독립 투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민족의 미래를 꿈꿨는지 되짚어보는 작업은 매우 의미가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급변하는 세계 정세 때문에 다시 한번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제2의 구한말'을 맞이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의 사상적 스승인 운암 김성숙 일대기인 <조선에서온 붉은 승려>(정찬주 지음, 김영사 펴냄)도 그런 목적에 걸맞는 책이다. 이 책은 김산과, 그 스스로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붉은 승려였다"고 칭한 김성숙, 거침없는 테러 투쟁으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의열단원 오성륜,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해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정율성 등 그간 우리의 '현대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독립투사들을 다뤘다.

승려 출신의 운암 김성숙 선생(1898~1969)은 법명이 태허(太虛)로 조선과 중국에서 민족주의 혁명가로 활동했다. 3.1 독립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뒤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하다가 조국이 해방되자 상하이임시정부 국무위원 자격으로 귀국하였으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세 번의 옥고 등 냉대였다. 임시정부에서도 이승만의 지나친 친미 노선 때문에 대립을 빚었던 터이니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1946년 미군정법 제2호를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6개월, 간첩사건 누명으로 1957년 6개월, 1961년 5.16 쿠테타 직후 아무 죄 없이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69년 눈을 감을 때도 제대로 가난으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할 정도였고, 평생을 독립을 위해 싸운 그의 빈소를 찾은 당시 정부인사나 여당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뒤늦게 198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또 하나 그의 일대기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 거물들과의 교류에 대한 대목이다. 마오쩌둥(毛澤東)과의 만남, 비밀스러운 저우언라이(周恩來)와의 우정, 여성혁명가이자 선생의 중국인 아내였던 두쥔후이(杜君慧)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 등이 대서사시로 펼쳐진다. 이념을 떠나 '스케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북 분단이 우리의 시야의 폭을 얼마나 제약하는 정치적 요소인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을 쓴 정찬주 작가는 소설을 통해 우리의 항일투쟁사가 세대를 초월하여 바르게 널리 알려지고 민족혼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의 재가 제자로 오랜 기간 불교 관련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왔다. <다산의 사랑>,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암자로 가는 길> 등 주요 저서가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 2011년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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