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Y중학교는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2011년 6월 기준으로 전체 847명의 학생 중에서 조식 지원을 받고 있는 학생이 30명, 중식 지원을 받는 학생이 300여 명, 기초생활수급자가 77명, 한부모가정 학생이 42명, 차상위계층 학생이 110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사각지대에 놓여 담임 추천으로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 학생도 60명이 넘고, 살레시오의 집, SOS마을, 나자렛의 집 등의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도 30명이 넘는다. 이런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은 인근 중학교에는 단 한 명도 배정되지 않고 모두 Y중학교에 배정되었다. 더 나아가 각종 범죄와 연관되어 유예되었다가 복학한 학생도 10여 명이며, 보호 감찰 대상 학생도 5명이나 된다.
저소득과 빈곤, 질병, 부모의 결손과 방임, 학대, 폭력, 가정불화와 해체, 가정교육의 부재 등으로 상당수의 학생들이 정서적 불안정과 미발달, 폭력, 추행, 낮은 자존감, 무기력감, 우울증,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인 태도 등을 일상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열악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들의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심한 자괴감, 박탈감, 우울감에 빠져들 때도 있다. 심지어 시도 때도 없는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에 시달려 명예퇴직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있으며, 전출을 희망하는 교사도 상당수에 이른다(위 이미지는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
선생님에게 "XXX 나대지 마"…스트레스 받는 교사들
실제로,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을 제어하면, 거친 욕설은 다반사다. 수업(受業)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XXX, 나대지 마"라는 말까지 듣는 일도 있다. 담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놓으라 하면, "내 건데 왜 뺏어 가냐"고 악을 쓰는 학생도 있다. 여러 번의 지도 후에 퇴실을 명령하면, 학생이 욕을 하고 문을 발로 차고 나가는 것은 거의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심지어 교사의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물리적인 폭력도 일어나고 있다.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 어른과 아이 사이에 존재해야 할 태도, 급우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아무리 가르치고 지도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지적하고 지도한 교사에게 폭발적인 분노를 쏘아대는 학생들마저 있다.
인근의 사회복지관에서 지역의 특성을 소개하는 글에도 "대규모 목동 아파트 지역의 중·상층과 동일한 생활권에서 생활하고 있는 양천구 내 저소득 계층은 경제적, 생활환경적, 문화적, 심리적인 모든 측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위와 같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취약 계층의 심리적, 경제적 자활·자립 사업이 필요하며, 지역 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심한 자괴감, 박탈감, 우울감에 빠져들 때도 있다. 심지어 시도 때도 없는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에 시달려 명예퇴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전출을 희망하는 교사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습 멘토링, 정서 멘토링을 하고 있으며, 특별범죄예방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청소년 신경정신과에 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수차례 치료를 받게 하며, 초등학교 3~4학년 때 시작된 이른 흡연으로 중독된 학생들을 직접 인솔하여 금연침을 맞히고도 있다. 또한 자비로 산부인과와 내과 등에서 관련 학생들을 치료 받게 하고, 외부 상담 기관에 의뢰하여 우울증, 분노 장애, 공격적인 태도 등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가 부재하는 경우가 많아 담임교사가 부모 대신 응급 상황을 처리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 밖에도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하여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있으며, 점심 식사 지도는 물론 쉬는 시간과 방과 후에도 아이들 상담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낸다. 더 나아가 퇴근 후에도 늦게 귀가하는 학부모와 상담, 학생과 전화 상담, 가정방문 등을 하며, 전화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지도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고 있다.
교사들의 이런 온갖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학교 평가점수는 3년 연속 최하 등급인 B등급을 받았다. 결국 교사가 받게 되는 학교 성과급 액수도 3년 연속 꼴찌였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더욱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현장의 교사들은 "교무실의 책상과 유리창을 걷어차고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던 학생들의 난동보다 훨씬 더 우울하고, 비참하고, 분노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윤 창출하는 기업도 아닌데 학교에 성과급?
학교는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경제 논리를 학교 현장에 대입하고 각종 비교육적 평가를 남발하여, 학교 구성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의 개인 성과급, 교원 평가 등 개인별 평가에 더하여 학교 성과급, 학교 평가, 시도교육청 평가 등 기관 평가까지 강화되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비교육적인 실적 쌓기를 장려하는 셈이다.
교육의 성과는 쉽게 측정할 수 없으며 '학생의 성장'이라는 장기적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본질이므로, 매년 평가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성과급은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부에서 정한 전국 공동 지표(50%) △학업 성취도 평가 향상도(초등 제외) △특색 사업 운영 △방과 후 학교 학생 참여율 △체력 발달률 등과 시도교육청에서 정하는 자율 지표(50%)를 합산하여 초·중·고 학교 간 성과급을 S, A, B등급으로 나눠서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하지만 위와 같은 비교육적인 지표들로 인해 △토요일 강제 등교 △강제 방과 후 학습 △학교 교육 활동 전시사업화 △교사 연수 실적 쌓기 강요 △학생들의 체력 점수 조작 등과 같은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실적 위주의 전시성 행사와 관련 업무 폭증으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각기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개별 학교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피해를 보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위에서 사례로 든 Y중학교 외에도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학교가 서울에서 74개나 된다. 교사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지역의 빈곤율과 같은 다른 요인들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또 다른 Y중학교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생들도 매년 바뀌고 교사들 구성도 매년 바뀌는데도 3년 연속 최상위 또는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은, 평가 지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과 유리된 학교 성과급 제도를 섣부르게 추진한 교육부에 일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거기에 수동적으로 응해, 각 학교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함에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은 교육청에도 이차적인 문제가 있다. 이제라도 누가 봐도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를 하든지,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자신이 없으면 차제에 이런 비교육적인 평가는 폐지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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