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27일 입수한 지난 2011년 12월 1일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WTO 정부조달협정(GPA) 4차 양허안 검토 의견 송부' 공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당시 고속철도를 개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을 주석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 박 대통령이 재가한 개정의정서에는 고속철도를 개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주석이 없다. 고속철도 개방 우려에 따른 국토부의 의견이 묵살된 것이다.
▲ 2011년 12월 국토부가 외교부에 보낸 공문 |
"고속철 개방 배제 명시해달라"는 국토부 의견, 사실상 묵살
GPA는 다자간 협상이다. GPA에 참여하는 15개국(유럽 28개국을 대표하는 EU를 1개국으로 함)이 기탁한 각각의 의정서에 따라 특정 분야를 우리 측이 개방한다고 해도 상대국 중 개방하지 않은 국가가 있다면 해당 국가와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호 개방을 하지 않는 식이다. 다른 국가가 개방한다고 명시하더라도 우리 측이 개방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상호 개방을 할수 없다.
국토부는 이 '검토 의견'을 통해 "EU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구매계약 중 고속철도에 대한 GPA 협정을 배제하는 주석 필요"라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가 이런 지적을 한 것은 부속서 해석의 모호성 때문에 고속철도가 개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1월 3일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류 팬 관련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
"EU의 철도(고속/일반/도시) 상호 개방 요구에 대하여"라는 항목에서 국토부가 "고속철도는 현행 유지(미개방) 원칙, 다만 EU 등이 적극적으로 개방을 요구하는 경우 차량조달 분야는 개방 가능 입장"이라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EU는 고속철도를 명시해 개방 대상에서 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당시 국토부는 EU의 고속철도 개방 요구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고속철도의 차량 분야 개방까지는 열어놓고 있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국토부는 또 "우리의 기술 개발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EU 시장의 진출 기회 확보를 위해 차량 분야만 우선적으로 상호 개방 가능"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알스톰, 독일의 지멘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럽의 고속철도 차량 제조업체가,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국내 조달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어 이번 개정의정서에 개방 대상으로 포함된 철도시설공단의 고속철도 분야를 언급하며 "고속철도 부품도 현재 국산화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어 2015년 이후에 상호개방 가능",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부품 국산화를 위해 고속철도의 자재 개발업체와 구매조건부(2014년까지)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개정의정서에서는 철도시설공단의 개방 대상을 일반철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이같은 입장을 "고속철도 조달 시장 개방"으로 당장 연결지을 수 없다.
그러나 국토부가 스스로 철도시설공단의 고속철도 분야를 언급한 것은, 2015년 이후 조달협정 재개정 등을 통해 고속철도 분야 개방도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부품 국산화'를 위한 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고속철도 조달 시장 개방이 가능하다고 한 부분은 주목되는 언급이다.
정부의 "고속철도(KTX)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해명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개정의정서 부속서에는 이미 코레일이 포함돼 있어, 정부의 설명과 달리 코레일이 관장하는 고속철도 유지 보수 업무 등도 개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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