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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휴대전화 번호는 왜 자꾸 묻는 걸까요?"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16> 서울시교육청, 악습이 부활하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서울시교육청에 악습이 부활하고 있다. 각종 교육청 행사에 참가할 학생과 학부모, 교사 수를 강제로 할당하고, 심지어 학부모 참석자의 휴대폰 연락처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이 학교 현장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공문을 보면 언뜻 '협조 요청'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역교육지원청을 거치면서 '지시 사항'처럼 시행되고 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교사들은 참가자 조직을 강제하는 것은 장학과 지원이 아니라 교육 활동 방해라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우므로 억지로 행사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의원실에 접수된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교육 현장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A초 교사 : 최근 불필요한 연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한다. 예전에는 협조 정도로 내려왔던 공문이 이제 인원수를 명확하게 적시해서 내려온다. 업무 전담팀 교사들이 주로 가게 되는데, 출장 때문에 도무지 학교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B초 학부모 : 교감 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하도 부탁을 하시니, 어쩔 수 없이 몇 번 참가했다. 학부모회를 하면서 학교 행사도 모자라, 이제 교육청 행사까지 끌려다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D중 교사 : 내가 보험 모집원인가?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보고용 연락처까지 받아내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인가?

E중 학부모 : 학부모회를 첫째 아이에 이어서 둘째 아이까지 4년째 하고 있지만, 참가 학부모 연락처까지 보고하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교원 단체와 맺은 단체협약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

교사들의 경우, 2011년 교원 단체와 교육청이 맺은 단체협약을 통해 각종 행사와 연수에 참여 인원을 강제로 할당(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교권 보호에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을 맺기 전에는 교육청에서 각종 행사부터 직무 연수까지 학교마다 인원을 강제로 할당하던 관행이 있었다. 이에 교사들은 불필요한 출장을 다니고 있다는 불만이 쌓였고, 결국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이 문제는 충분한 공감을 얻었고,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정리되었다. 이후, 교사들이 본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업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맥락 속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지켜지고 점검되어 왔다.

하지만,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교육청은 노골적으로 '학교당 참여 인원을 적시'해서 학교로 내려보냈고,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들을 강제 동원하거나, 학부모의 경우에는 전화를 돌려 참여해달라고 일일이 읍소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학부모의 참석률이 좋지 않을 경우 학교 관리자가 하던 학부모 동원 작업은 고스란히 담임교사들의 몫이 되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과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꼭 필요한 연수라면, 교사들의 자율성에 맡겨 본인들이 직접 선택해서 듣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학부모 연수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시되고 지원되어야 하며, 억지로 인원을 할당하는 방식으로는 그 어떤 '교육'도 불가능하다. 또, 학부모들의 개인정보를 보고하라는 식의 과잉 행정에 대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반드시 사과하고 개선해야 한다.

교육의원인 필자가 행정 감사를 위해 11개 지역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최고 21건에서 최저 7건의 인원 할당 공문이 학교에 내려갔다. 특히, 한 지역교육청은 강제 할당을 통해 총 5000여 명의 참석자를 모으려고 했으나, 사업에 무리를 느꼈는지 500명이 참석하는 행사로 줄여서 개최했다.

그 밖에도, 한 지역교육청은 학생행복축제를 개최하면서 학교별로 100명 정도의 학생을 할당하기도 했다. 학생이 준비하고 기획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인원을 강제로 할당한 부분은 지양해야 맞지 않을까? S학교는 지역교육청 담당 장학사로부터 '행복축제'라는 이름으로 학생 참여를 요하는 업무 메일을 받기도 했다.

휴대전화 번호는 왜 묻는 걸까?

문 교육감 취임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교육 행사에 강제 동원을 하지 않는 추세임에도, 4개 교원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사실상 어겨가면서까지 교육 주체들(학생, 학부모, 교사)을 강제 할당하여 참여시키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손전화기(휴대폰) 번호를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태 행정을 부활시키는 것이 과연 문용린 교육감표 '행복 교육'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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