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서울시교육청은 3월 8일부터 4월 12일까지 실시했던 국제중 특별 감사 결과(영훈학원 및 대원학원과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 감사)를 발표했다. 사실,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발표 시기를 계속 미루어 '봐주기식 감사', '비리 사학과 한통속', '삼성 눈치 보기' 등 뒷말과 의혹이 많았다.
우여곡절, 아니 천신만고 끝에 어렵게, 참으로 어렵게 5개월 만에 '영훈학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 원본'을 받았다. 원본을 살펴보니,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숨기고 싶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았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성적 조작'에 대한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성적 조작으로 합격한 15위(이재용 부회장 아들)와 16위 학생(영훈중 학운위 지역위원 아들) 모두 학교에 컴퓨터와 발전기금 등 물질적인 기여를 했음도 명시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기 개발 계획서와 추천서 자유 기술 부분 두 영역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115명 중 이재용 부회장 아들을 포함하여 특정 3명뿐이었다. 성적 조작을 통해 이들 3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16위 이내에 들어 합격권이었던 학생 3명이 자기 개발 계획서 영역에서 최하점을 받고 끝내 탈락하고 말았다.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탈락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이 보고서는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영훈국제중 '심사위원회'는 주관적 채점 영역인 '자기 개발 계획서'를 채점하면서 객관적 채점 영역이 상위 33%에 속한 학생 중 13명에게 최하점인 10.2~10.6점(15점 만점)을 부여했다. 문제는 자기 개발 계획서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지원자 13명의 교과 점수와 담임 추천서 체크리스트 점수가 만점인 22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담임 추천서 체크리스트 점수가 10점 이하인 지원자들도 자기 개발 계획서 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14점 이상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에 부정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아냈음에도 침묵했다. ⓒ연합뉴스 |
언론과 시민들을 기망한 조승현 감사관은 스스로 거취 표명해야
교육청의 감사 자료를 받아들고 보니, 그간 시교육청이 '삼성 눈치 보기'를 했다는 심증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조금 돌려보자. 지난 5월, 이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부정 입학한 정황과 근거가 교육의원인 필자와 몇몇 기자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특별 감사를 실시한 서울시교육청은 웬일인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해 따가운 눈총을 자초하고 있었다. 지난 5월 20일 "성적을 조작한 합격자 가운데 이 부회장의 아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다"고 하면 될 것을 조승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특정인의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조 감사관은 "말할 수 없다. 학교 측에서 채점표를 폐기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정황을 발표하면 오해를 살 수 있고, 명예훼손이나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어 일절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참으로 무책임한 사족을 달았다.
이에 대해 교육의원인 필자는 5월 29일, 많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부정 입학 사실을 밝혔다. 끝까지 감추려고 했던 부정 입학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졌다. 서울북부지법에서 영훈국제중학교 입시 비리와 관련한 공판이 열렸고, 오원찬 서울북부지법 공판판사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영훈중의 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입학 시험 점수 가운데 주관적 영역 점수가 만점으로 고쳐진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증인 신문은 총 6명에 대해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채점에 관여한 교사 3명이 각각 증인으로 나섰다. 2013년 영훈중 입학 전형 채점에 참여해 엑셀 파일 입력과 순위표 작성 등 업무를 맡은 교사 A씨(26·여)는 오후에 진행된 공판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섰다. A씨는 검찰 측이 "A씨가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이군의 주관적 채점 영역 점수를 만점으로 고쳐 순위표를 뽑아 B교감에게 줬는데 B교감이 '그래도 합격권에 안 들어왔네'라고 말을 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그렇다고 인정했다.
▲ 서울시교육청 감사 자료 중 ⓒ김형태 교육의원실 |
이 부회장 아들이 성적 조작을 통해 부정 입학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을 찾은 조승현 감사관 등은 "이 부회장 아들이 성적 조작으로 합격한 정황이 있는 학생 3명 가운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은 언론에 확인해준 바가 없다"며 "교육청 관계자가 확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교육청에 두 사람 말고도 많은 이들이 근무하지 않느냐"고 반박까지 했다고 한다.
이미 감사를 통해 부정 입학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아직도 말을 못할까. 이미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학교 측에서 채점표를 폐기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등 그는 왜 언론에 거짓말을 했을까.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시민들과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조승현 감사관은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 본인의 판단인지 교육감의 지시나 명령인지 밝혀야 할 것이고, 만약 본인의 판단으로 은폐하려 한 것이라면 의당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과 이재용 부회장, 입장 표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 취해야
문 교육감 또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 최종 서명을 한 것으로 보아,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 입학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숨기려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해명과 사과, 그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특별 감사가 끝난 뒤 감사 결과 보고서 원본을 교육의원이 요구하면 바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문용린 교육감 취임 후에는 달라졌다. 갑자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도대체 왜, 무엇을 숨기기 위해 저러는 것일까' 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일, 숨김없이 감사 결과 보고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만 발표했더라면 그동안의 무성한 추측성 보도와 불필요한 소모전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삼성 측에서도 부정 입학한 사실에 대해 더 책임 있는 사과 표명과 조치를 취했을 것이고, 당연히 검찰 수사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이 "삼성 측은 봐주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듯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며 억울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교육감에 당선된 후 얼마 되지 않은 1월 28일, 삼성전자와 MOU를 체결하였다. 석연치 않은 일들이 이어지게 되면, 이런 평범한 MOU의 '배경'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삼성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을 털고 싶으면 명쾌하게 전말을 밝혀야 한다.
교육청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문건으로 확인된 만큼, 이제 이재용 부회장도 정식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지 결코 '삼성 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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