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박근혜-문재인 후보 측에 보낸 '주요 교육현안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대학교원과 비교할 때 (교사들은 정치참여에 있어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며 "향후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선거운동 허용 등) 법률 개정 여부를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선거 운동 참여 허용 등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은 셈이다.
▲ 교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 내용 |
▲ 교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 내용 중, 박 대통령은 공무원인 교원의 "선거 운동 허용 등 법률 개정 여부를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
그러던 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증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인 교원의 선거 운동 참여를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해놓고, 당선 11개월만에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공세를 펴던 중에 나왔다. 또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의 체계화된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되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는 전공노와 전교조 등 공무원 단체의 정치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전공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여권의 논리는 원세훈 전 원장을 정점으로 한 국정원 직원과 전공노 소속 노조원을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십명의 정보 전담 고급 인력을 '심리전단'이라는 이름으로 배치해 보고 체계까지 만들어가며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을 했던 국정원, 그리고 공개리에 정책협약을 맺고 특정 후보에 대한 개별적 지지 활동을 펼쳤던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교총에 했던 '공무원 선거 운동 참여 검토' 공약에 대해 향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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