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 머물던 철도노조 지도부 11명이 애초 의도했던 때보다 약 6시간이나 늦은 14일 오후 5시 10분께 경찰 출석을 완료했다. '자진 출석' 예고에도 경찰이 자존심을 앞세워 '강제 구인' 형식을 고집한 결과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호송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철도 파업과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에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맙다. 또 23일간의 기나긴 시간 국민 철도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해준 조합원들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꼭 잡은 손 놓지 않고 변함없고 끊임없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경찰 출두 이후에도 철도 파업의 정당성과 민영화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25분께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도철 스님 등 조계사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장님을 비롯해 여러 스님과 신도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발언을 마친 뒤에는 심주완 종무원 조합대표가 빨간색 목도리를 박 수석부위원장 목에 둘러줬다.
이에 앞서 민주당사에 머물던 최은철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자진 출두해 현재 용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강제 연행 '그림' 한 번 만들겠다고 경찰 '옹고집'
이로써 23일 이어진 철도 파업의 후과로 체포 영장을 받은 노조 지도부 전원이 경찰에 출석 또는 연행됐다. 그러나 '체포' 형식을 고집했던 경찰은 '자존심 때문에 옹고집을 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지도부 전원의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며 "지난 노사 간 갈등으로 생긴 모든 부담을 현 지도부가 책임지고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오전 11시 25분께 민주노총 건물 밖으로 나오려던 김 위원장을 경찰이 둘러싸고 강제 연행을 시도하자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까지 진입해 조합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후 경찰은 민주노총 앞 호송차까지 노조 지도부와 의원 한 명이 동행하겠다는 민주당 설훈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의 중재도 거부하고 건물 2미터 앞 지점에서 지도부를 체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출신인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은 야당 관계자와 한 통화에서 "경찰 자존심"을 언급하며 체포 형식에 대한 강경한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자진 출석 의사를 분명히 밝힌 지도부를 어떻게든 모양을 구기겠다고 경찰이 강제 연행하겠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총 관계자들 일부가 이날 대치 과정에서 경찰들에게 믹스 커피를 나눠주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22일 민주노총에 난입한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는 찾지 못하고 허락 없이 맥심 커피 두 박스 가져간 것에 대한 조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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