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수습한들, 터진 봇물이 멈출까. 새누리당의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이 홍문종 사무총장에 의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여당의 뇌관이 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개편안을 당론으로 지정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의 고삐를 쥔다는 전략이지만, 당내에서조차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수 언론은 개편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야권은 야권대로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를 물타기 하려 한다며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7일 자 6면 기사 '"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는 참고사항"…지방선거 '이한구 개편안' 여당서도 역풍'에서 "새누리당이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만들었던 자체 개혁안(개편안)을 놓고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황우여 대표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비후보 등록일(2월 4일) 이전에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맞물리는 지방자치발전특위를 국회에 설치해 개혁의 틀을 만들자"며 개편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려 하자 유수택 최고위원이 여당 역할론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영암에 지역구를 둔 유 최고위원은 "광주·전남에는 지금도 여당 구청장은 물론 구의원도 없다. (호남에서) 기초의회를 없애고 정당 공천을 유지하면 여당이 단 한 명도 당선될 수 없다"며 "호남 몫의 최고위원으로서 토론도 없이 거수기가 되지 않겠다"고 반대한 것. 6.4 지방선거 5개월여를 앞두고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개편안이 해당 지역구 의원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데 따른 비난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기초의회(구의회)를 없애는 대신 광역의회 의원 수를 현재보다 늘리자는 방침이다. 또 도(道) 산하의 기초의회(시·군 의회)를 폐지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위 이한구 위원장은 5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도(道)는 특별·광역시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의견들이 많다"며 "이 부분은 당 지도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조차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을 지도부의 결정으로 미루는 모습이다. 당내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새누리 "구의회 폐지"…논란 불씨 될 듯)
개편안을 놓고 내홍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야당과 협상을 이끌 국회 정치개혁특위 새누리당 의원도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위 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당 특위의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주장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교육감 선거는 오히려 임명제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할 경우 사실상 정당 공천의 모습을 갖게 된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정당 불(不) 공천이다. 또 김 의원은 "(야당과의) 협상은 당헌·당규 개정 특위가 아니라 우리가(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한다"며 정당 공천 폐지 문제는 "여야 의원 대부분을 포함해 야당 추천 인사도 반대하고 있어 폐지가 어렵다고 이미 결론이 났다"고 했다. 당의 개편안 추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6일 자 6면 기사 '與, 區의회 없애고 단체장·교육감 동반출마(러닝메이트제) 추진'에서 새누리당의 꼼수를 꼬집었다. 신문은 명지대 윤종빈 교수의 말이라며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정도 남긴 이 시점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을 지금 꺼내 든 만큼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결국 합의를 어렵게 만들어서 현행대로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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