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동안의 철도노조 파업이 철회됐다. 그러나 각자의 시각에 따라 파업 철회 이유도, 이후 해법도 제각각이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한쪽에서는 민영화(철도 개혁)에 시동을 걸자고 나섰고, 다른 한쪽에서는 철도 발전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중앙> "철도노조, 차가운 여론에 밀려 파업 철회"?
<중앙일보>는 31일 철도파업 철회 이유로 여론 악화에 따른 동력 상실을 꼽았다. 신문은 이날 사설 '철도 개혁, 지금부터다'에서 "철도 노조 파업 열차가 멈췄다"며 전날 보도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강조했다. "철도 파업 찬성은 39%, 반대는 61%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2030 세대 65.7%는 철도노조 파업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싸움 부채질하는 <조선>·<중앙>, 책임은 누가?)
사설은 이어 "차가운 여론이 노조의 균열을 불렀다"며 "이는 파업 초기 견고했던 노조원의 결속을 깨뜨려 파업 참여 노조원의 복귀율을 파업 철회 분수령이란 30% 가깝게 끌어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파업 동력을 잃은 노조에 투항 외에 남은 선택은 없었다"고도 적시했다. 철도 노조의 파업 철회가 벼랑 끝 백기 투항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사설은 불통을 고집하며 '법과 원칙'만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을, 위법 논란에도 수서발 KTX 면허를 전격 발급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파업 첫날을 시작으로 총 6850명의 노조원을 직위해제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을 칭찬했다.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정부와 사측의 협공이 노조의 파업을 무장해제시켰다는 것이다.
<중앙> 사설의 거들먹거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렵게 이뤄낸 철도 경쟁 체제를 성공시켜야 한다"며 코레일의 방만 경영과 잘못된 노사협약에 따른 비효율 등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민영화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가 '민영화 마녀 사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민영화 유언비어 난무" 발언을 적극 옹호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철도 민영화'로 몰고 간 철도노조가 '민영화 마녀 사냥'을 했다는 비난이다.
신문은 같은 날 사설 '철도 파업 종결, 이제 '민영화 거부감' 어떻게 극복할 건가'에서 "(민영화는) 부작용이 무섭다고 애당초 포기하고 말 정책이 아니"라며 공공기관 민영화(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라고 주장) 추진을 떠밀었다. 사설은 그러면서 "민영화의 '민' 자만 내세워도 무슨 엄청난 비리가 있고 특정 소수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민영화 마녀 사냥'에 국민이 더 이상 현혹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정부, '철도 민영화 아니다' 국민 설득 실패"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최장기 철도파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 덕이라며, 31일 시작하는 국토위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철도 발전 방안, 원점에서 논의하라'를 통해 "이번 철도 파업 사태가 철도노조원뿐 아니라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이유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정부 주장대로 효율적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사설은 그러면서 철도발전 소위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몽(異夢)을 지적했다. "파업이 끝났으니 소위를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의 들러리로나 활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는 안 된다는 주지이다. 실제 철도 소위에서 철도노조와 야권이 요구해온 철도산업에 대한 '민영화 방지법'을 안건으로 올릴지 미지수다. 사설은 이어 "자회사가 언젠가는 민간의 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7일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의결에서 드러났든 사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사회 특별결의를 통해 민영화 시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민영화를 하지 않을 요량이라면 철도 민영화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설은 "민주당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철도발전소위가 또다시 정부·여당 방침을 추인하는 들러리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 '철도파업 철회,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에서 "정부와 철도공사는 이번 파업 사태를 진지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의 원인이 정부와 사측의 대화 거부로 시작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과 파업 참가자 직위해제와 같은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여론의 호응을 받은 "노조를 굴복시킬 수도 없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은 '안녕들 하십니까' 등으로 표출된 여론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철도공사는 파업 가담자에 대해 그동안 강조해온 '원칙'과 무관용'의 입장을 철회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징계와 손배 청구 철회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뿐만 아니라 철도발전소위라는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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