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상표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롯데백화점의 경우, 영문명으로 된 상표와 중국어로 된 상표가 모두 등록된 상황이라 그 피해는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심각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를 들 수 있는데 에르메스는 1997년 중국 진출 당시 영문 상표인 HERMES만 등록하고 중국어 표기인 爱马仕(아이마스)는 상표로 등록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의 한 의류업체에서 爱马仕(아이마스)를 자신의 제품에 사용하였고, 에르메스 측은 불법도용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증거부족으로 소송은 기각 당했다. 아무리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상표라 해도 중국에서는 먼저 상표출원을 등록하는 사람이 상표권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에 상표등록을 출원한 건수는 1221만 건이며, 현재까지 817만 4000건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 중국은 세계 1위 상표등록 출원을 자랑하는 국가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외국 기업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의 최다 상표등록 출원 국가인 동시에 상표권 침해도 가장 많이 받는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의 상표권 관리 및 상표등록 출원에 대한 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중국은 상표출원 등록에서 선(先)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먼저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등록해 놓고 보자는 상표 등록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상에서는 선 출원된 상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상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출원을 무효화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1982년 제정되어 2001년 제2차 개정을 거친 중국 '상표법'은 중국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외국 기업이 중국기업에 대한 상표권 소송을 제기할 경우 거의 승소의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현행 상표법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보다 공정한 경쟁과 시장질서 확립 및 유명상표의 보호 등을 위해 제3차 개정을 실시했다. 2013년 8월 30일 통과된 개정 상표법은 내년 5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상표심사 기간의 단축, 출원방식의 최적화, 유명상표 보호와 관련된 규정의 정비, 악의적 선등록 금지 등 현행 상표법의 문제점들이 비교적 폭넓게 개정되었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상표의 심사기간, 이의신청 기한, 이의신청 주체 등을 이전에 비해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적시에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상표권 침해자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고, 불법행위 배상액을 대폭 인상하여 피해자의 권익이 비교적 강화되었다. 특히나 한국의 유명 상표에 대한 상표등록 출원과 출원을 대리하는 행위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이번 상표법 개정 효과에 대한 기대가 만발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지식재산 선진국과 보조를 맞추게 되었다," "중국의 시장질서 개선을 기대한다," "상표법 개정을 필두로 저작권법 개정 추진이 가속화 될 것이다" 등등. 사실 규정이 이전에 비해 명확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후 이와 관련된 세부 실시세칙 및 조례가 어떻게 제정ㆍ발표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보다 세부적으로 규정돼야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유사상표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기준이라든지, 유명상표 등록 시 유명상표를 인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 등이 지금보다 더 객관화되고 명확해져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상표권 침해 최대 피해국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고, 한류 등의 영향이 중국에 미치는 정도가 커질수록, 상품의 상표권뿐만 아니라 인명, 지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침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는 아직 상표권과 같은 지적 재산권이 법률제도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상표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SNS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이 중국 진출을 앞두고 60여 개의 상표를 등록한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악의적 선 등록을 예방하기 위해서 관련 제휴업체 또는 계약관계 기업과의 계약서 작성 시 상품과 상표, 로고 등에 관해서도 꼼꼼히 작성하고 보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관계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