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최고 의결기구인 내각회의(이하 각의)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포괄적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과 향후 10년 방위력 정비지침인 '방위대강'을 결정했다. 이는 최근 창설된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와 함께 전후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에서 일본은 자위대의 해외 군사 활동 등을 염두에 둔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했다. 또 지난 1967년 공산국가, 유엔 결의로 무기 수출이 금지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및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주요 섬과 주변 암초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동도에서 바라본 서도의 모습 ⓒ프레시안자료사진 |
그러면서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대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종합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일 동맹과 영토보전 대처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일본은 독도 문제도 언급했다. 국가안보전략에는 한국과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과 안보협력 기반 강화"를 강조하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는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입각해 외교노력을 다한다"고 밝혀 독도를 국제분쟁지역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부는 발끈하고 나섰다. 17일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의 거듭된 지적과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몰역사적인 행동을 하면서 한·일 우호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같은 날 저녁에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의 형식을 빌어 독도에 대해 부당하게 영유권을 재차 주장하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측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독도에 대한 우리의 영토주권을 훼손하려는 일측의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18일 쿠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독도 관련 문제에 대해 항의하고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한편 조 대변인은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설정과 관련해 "지역의 안정이 저해되는 일이 없어야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평화헌법의 이념, 그리고 전수방위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투명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이 언급한 전수방위의 원칙이란 '일본은 상대방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전후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주요 원칙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전반적인 내용을 비춰봤을 때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어 전수방위의 원칙을 존중하라는 대변인의 발언은 이에 대한 경계가 담겨있다고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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