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 새해를 맞아 편지를 보낸 지 약 10개월 만에 전국의 50만 공무원에게 또다시 이메일을 한꺼번에 발송했다.
청와대브리핑에 함께 띄운 이 이메일에서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우리 공무원들이 이제 당당하게 잘못된 보도의 정정을 요구하고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요구가 정도이고 개혁이다"
노 대통령은 이 이메일에서 "지난 11월 11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서 서울경찰청 관련 정정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이내 제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 왔다"며 "언론관계에 특히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는 경찰 공무원 조직이 언론사를 상대로 재판까지 거쳐서 끝내 정정보도를 받아냈고 게다가 직원들이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어서 소송비용을 마련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 저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을 당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가슴이 찡하다"며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우리 공무원들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부처의 보도대응을 통해 게재된 정정 또는 반론보도문이 매년 100여 건 안팎에 이르는데 이는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고된 작업을 하지 않고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라고 반론보도문 증가를 치하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공무원들이 이제 당당하게 잘못된 보도의 정정을 요구하고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것이고 개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개혁"이라고 극찬을 이어갔다.
"대안 없는 비판은 안 된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조직은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근거 없는 보도나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책에 대한 비판은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에 관하여 언론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책임 없는 비판을 하게 되면 국가정책은 제대로 수행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공무원 여러분은 잘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도 힘이 든다"며 "그러나 신념을 가지고 견디어 나가겠다"며 이메일을 매조지했다.
정부에 말 안 통하는 국민들은 더 답답
노 대통령이 50만 공무원들에게 이메일 동보발송이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울 뿐더러 이것이 개혁이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벌써부터 뒷말이 많다.
여야의 고착화된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한미 FTA 문제,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 등에 대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언로가 통하지 않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격렬한 시위까지 벌이는 판국에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언론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냐? 나도 고생이 많다"는 편지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
정부는 지난 주 한미FTA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자 5개 부처 합동담화문을 발표해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경찰청은 아예 "앞으로 시위조차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한국 언론들이 문제가 많고, 특히 현 정부를 향한 일부 보수 언론의 '무작정 때리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연 정부는 자신들을 향한 국민들의 언로를 터놓고 있는지 먼저 짚어 볼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