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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돌이킬 수 없는 길 가고 있다"

[인터뷰] 무료 배포 결정한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 정지영 감독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었던 지난 10일, 두 가지 소식으로 인터넷이 온종일 떠들썩했다. 하나는 지난 9월 동성(同性)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이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또 하나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알려진 정지영 감독이 대형 극장으로부터 상영 중단 통보를 받았던 작품 <천안함 프로젝트>를 무료로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둘 다 반가운 일이지만, 프레시안 독자들이라면 '프레시안 조합원'이기도 한 정지영 감독의 소식이 살짝 더 반가웠을 터, 지난 11일 정 감독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다. "연말도 다가왔는데 영화를 무료로 배포해버리면 감독님은 이 추위에 쫄쫄 굶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 감독은 "저한테 돈이 하나도 안 들어와도 좋으니 제발 <천안함 프로젝트>를 5000만 전 국민이 다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영화 상영을 중단시킨,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보이지 않는 '그들'에 대한 복수라고 했다. "'그들'이 후회할 때까지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마음 같아선 평생 무료 배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영화업계의 유통질서를 고려해야 하는 탓에 무료 배포는 31일까지로 한정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없다면, 올해는 '케빈'과 인사하는 대신 <천안함 프로젝트>를 내려받기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편집자>

▲ 정지영 감독. ⓒ연합뉴스

"상영 중단 결정 뒤엔 '그들'의 손이 있었다"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으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세계인권선언은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음을 알렸다. 정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 제작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려왔다. 2007년 '석궁 테러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까 싶어서 만든 영화가 <부러진 화살>이었다. 3년 전 해군 초계함이 서해 상에 가라앉은 사건이 '북한 어뢰' 때문이라고 정부가 결론짓자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이 생겼고,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천안함 프로젝트>였다.

만드는 영화마다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였지만, 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공개하는 표현, 그 자체에 딴죽을 거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유독 천안함 사건에 대한 표현은 자유롭지 못했다. 영화를 통해 사건의 의문점을 제시하려는 감독의 표현의 자유, 감독의 의문이 무엇인지를 보려는 관객의 표현의 자유, 모두 누군가의 간섭에 의해 꽁꽁 묶였다. 영화 상영 중단 결정은 복합상영관 메가박스가 내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손이 있었다는 게 정 감독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극장이 여러 판단에 따라 상영을 중단시킬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행정 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습니다. 정부가 뭔가 조처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건 정부가 '이런 영화는 만들지도 말고 보지도 마'라는 뜻을 무언(無言)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이건 국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정 감독은 상식적인 물음에서 만든 영화가 상영 중지되고, 정부는 침묵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천안함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려는 내용 그대로라고 했다. 그는 다른 제작자들과 함께 해가 지나기 전에 뭔가 단단한 결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표현의 자유를 널리 알린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한 12월 10일,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볼 수 있도록 무료로 퍼뜨렸다.

"정부가 말썽을 각오하면서라도 영화를 볼 수 없도록 내버려 둔 건, 가능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안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가능한 많은 관객이 많이 보게 하는 것이지요. 이제 제 목표는 '그들'이 후회하는 것입니다. '못 보게 하려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못 보게 되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그러는 바람에 전 국민이 보는구나. 우리가 잘못했구나'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 돌이킬 수 없는 길 가고 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아우라픽처스
얼마 전, 문화방송(MBC)이 이외수 작가의 해군 부대 강연 방송분을 통편집하기로 한 사건도 자극제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편은 아무리 잘못해도 조사나 처벌을 받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도 다만 상대 입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고소당하거나 처벌받습니다. 이외수 씨 같은 경우도 쓸데없이 '기획'을 당한 것입니다. 이런 억압 구조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지는 의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당하다보면 국민 모두가 억압적 현실을 피부로 느낄 테니까요."

정 감독은 현 정부 들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권리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정보원 사태를 두고 '대선 불복' 선언을 하는 시민들에 대한 정부 여당의 반응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도리어 국정원과 경찰 등 선거 부정 사건에 연루된 기관들에 대한 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때 경찰이 국정원이 댓글 공작을 벌이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이 거짓이고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건 당연히 선거 부정행위입니다.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선 결과에 불복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선거 과정이 무효냐 아니냐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특위가 가동 중이지만 더 확실하게 규명해야 할 사건입니다.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거듭 다짐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정원 사태를 비롯한 모든 문제는 대통령에게 달려있어요. 지금과 같은 억압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일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어요. 대통령만이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습니다. '그들'이 후회할 때까지 저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저한테 돈이 하나도 안 들어와도 좋으니 제발 <천안함 프로젝트>를 5000만 전 국민이 다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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