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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물고기 죽은 통영 가면서 사람 죽은 밀양엔…"

[현장] 서울광장에 설치된 故유한숙 씨 분향소, 경찰이 훼손

"내 고향이 통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고기가 죽었다고 통영에는 갔으면서 사람이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밀양에는 오지 않더라. 박 대통령이 우리를 죽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총칼만 있으면 밀양 주민을 다 쏴 죽일 것 같다."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 한옥순(여·66)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8월 박 대통령은 통영시를 방문해 적조 피해를 당한 어민들을 위로했다. 이를 보는 한 씨의 박탈감은 컸다. 최근 10년간 765킬로볼트 송전탑에 반대하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늘 느꼈던 것이지만, 2등 국민이 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6일, 송전탑에 반대해오던 밀양 주민 유한숙(남·당시 74세) 씨가 음독자살로 사망했다. 유 씨는 사망 전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 등을 만나 "살아서 송전탑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에둘러 화살을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

유족과 대책위가 논의해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그조차 경찰이 천막 설치를 금지하는 등 제지에 나섰다. 결국 주민들은 현재 노상에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22일까지 서울 시청광장에 분향소 설치…"공사 중단 위해 어떤 행동도 불사"

이에 '밀양 송전탑 전국 대책회의'는 12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일까지를 '유한숙 씨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추모 기간 동안 시청 광장에 유 씨의 분향소가 자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故 이치우(남·당시 71세) 씨의 분신자살에 이어 또 다른 죽음이 발생한 만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중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대책회의는 "고인을 추모하겠다는 밀양 주민의 염원은 경찰의 폭력 앞에 무너졌다"며 "분향소에 발걸음 한 번 내딛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의 몽니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추모 기간 동안 한전과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강력한 행동, 더 강력한 연대로 공사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 서울 시청광장 앞에 마련된 故유한숙 씨의 분향소. ⓒ프레시안(남빛나라)

"밀양 주민 죽어도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안 해"

기자회견에는 한 씨를 포함한 밀양 주민 3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공청회'에 참석하려고 먼 길을 나섰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 3~8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려고 지어진다. 밀양 송전탑 때문에 벌써 주민 2명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 주민들은 이러한 '공급 위주·원전 중심'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경찰은 '난동을 부릴 소지가 있다'며 막아섰다. 결국 이들은 공청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 송루시아(여·57) 씨는 "'난동 부릴 사람이 이렇게 차려입고 왔겠느냐'고 호소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며 "원전을 계속 더 지으니 송전탑이 생기는 것 아니냐. 밀양 주민이 그런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들여보내 주지도 않을 거라면 왜 공청회를 열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송 씨는 "나도 레미콘 차에 뛰어 들어서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우리도 일상생활을 누리고 싶은데 송전탑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 씨는 "한전이 보상금으로 집 당 400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반대 주민들은, 거기에 100만 원을 얹어서 500만 원을 한전에 줄 테니 제발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차피 밀양 주민이 죽어도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정말 이 나라에 살고 싶지가 않다"며 눈물을 보였다.

청원경찰이 분향소 훼손…시청로비에서 책임자 면담 요구 중

'밀양 송전탑 전국 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서울시청 청원경찰이 분향소를 훼손했다고 항의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2시 30분 보도자료를 통해 "청원경찰들이 분향소 테이블과 촛대 등을 파손하고 물품을 탈취해 갔으며, 화환도 부서졌다"며 "대책회의 구성원들이 임시 분향소를 다시 설치했다가, 분향소를 부순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시청 본관 로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서울시청 로비에 임시 분향소를 세웠다. 이들은 현재, 청원경찰에게 분향소 철거를 지시한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12일 오후, 서울시청 청원경찰이 故유한숙 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전국 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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