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장성택의 죄목을 공개하고 체포 장면까지 방영한 배경에 대해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은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세력의 상징"이라면서 "그 상징을 확고하고 확실하게 짓밟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의 숙청을 통해 김정은이 사실상 수령의 지위를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김정은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확고하게 통치하고 있었지만, 장성택까지 제거함으로써 완전히 김정은이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본격적으로 수령이라는 호칭을 쓸 수도 있다"며 "당 총비서에 등극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장성택(빨간 원 안)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TV는 9일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장성택 체포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 역시 장성택의 숙청이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직후 장성택의 개인에 의존하기보다는 핵심 측근 그룹이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정은이 '홀로서기'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정은이 장성택 없이도 북한 내부를 강력하게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보수적인 세력에 휘둘릴 가능성 높아
이와는 달리 장성택 숙청이 김정은 1인 체제를 공고히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장성택 세력을 뒤엎을 정도면 북한 내부에서도 상당한 출혈이 있을 것"이라면서 장성택 숙청에 "공고한 네트워크가 가동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조직지도부, 보위부, 군수공업부 등 당의 조직들과 군부 일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장성택을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이 앞으로 이 세력들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을 통해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향후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1인 영도 체제가 공고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성택이 개혁개방과 평화 경제를 강조했다면 기존에 북한 당 지도부나 선전선동부 등의 보수세력들은 자주와 존엄, 핵무력 등을 강조하는데, 이 세력들이 이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이 "국가재정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성택이 벌인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과 이로 인한 이권갈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통신은 또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은 우리 당의 조직적의사인 당의 로선과 정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중략)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장성택이 추구했던 노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조직의 불만이 녹아들어 있는 부분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표면적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 세력에 업혀있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김정은이 1인 영도 체제를 확고히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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