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하도록 방공식별구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 조정된 구역에는 이어도 수역 상공과 우리의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방 영공이 포함됐다"며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은 7일간의 준비기간을 두어 15일 효력이 발생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 조정에 "군 항공작전의 특수성, 항공법에 따른 비행정보구역의 범위, 국제관례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번 방공식별구역 조정은 국제 항공질서 및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써 민간항공기 운항에 제한을 가하지 않으며 주변국의 영공과 해당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정부가 새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 빨간 선이 이날 조정된 방공식별구역(KADIZ)이다. 이는 보라색 점선인 인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하며 회색 점선인 중국 방공식별구역(중국 ADIZ)과 연두색 선인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와 상당부분 중첩된다. ⓒ국방부 |
정부는 방공식별구역을 비행정보구역과 일치시켜 조정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국방부 정책기획관 장혁 소장(진)은 "비행정보구역은 인접국가와 중첩되지 않는 구역으로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인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이 통용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행정보구역이)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영공, 그리고 관할수역인 이어도의 상공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과 민간 항공기들이 지금과 같은 절차를 통해 비행계획을 통보하면 된다는 점"을 꼽았다.
정부의 이번 방공식별구역 확대와 지난 11월 23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 소장은 "우선 우리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더라도 민간 항공기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 또 우리는 사전에 관련국에 설명했고 이후 7일간 유예기간을 줬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련국들에 설명했다지만
정부는 이번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관련국들에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대체적으로 정부의 안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장혁 소장(진)은 "공식발표 전에 외교부와 국방부가 함께 충분히 (관련국들에)설명했다"면서 "국가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정부의 조정안이 국제규범에 부합되고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도 인정했듯이 정부의 방공식별구역 조정안에 대한 국가별 반응은 분명히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중국과 일본의 기존 방공식별구역과 상당 부분 중첩되기 때문에 양국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공식별구역 확대로 중국은 서해에, 일본은 동해에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서해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면 안 그래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서해가 복잡한 분쟁 양상을 띌 수 있다. 또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반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장 소장은 일본과 중국의 반발에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서 이번 방공식별구역 조정안 발표가 국제 규범에 맞고 과도하지 않으며, 한국 입장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후속 처리에 대한 로드맵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재 이어도 상공의 경우 한국 군용기가 들어가기 전에 일본에 통보하고 있는데, 정부가 새롭게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에 통보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군용기가 들어갈 때 일본에 통보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일본에 통보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장 소장은 "그 문제를 포함해 유예기간인 7일 간 그러한 절차들을 관련국과 협의해서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일단 발표하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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