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시간 남짓 회동을 가졌다. 회동 이후 양측은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시 주석이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바이든 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이 북한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만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의식한 듯 "국제정세가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 문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에 대해 미중 관계가 향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상호 신뢰와 평등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
양측이 2시간이 넘는 회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만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방문 전 일본에 들렀던 바이든 부통령은 동북아 긴장을 줄이는 차원에서 중·일 간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시 주석은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이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이번 회동의 주요 의제로 삼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회동 이후 시 주석이 신형대국관계를 거론하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중요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회동에서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주요 매체들이 이렇듯 방공식별구역을 의제에서 제외시키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곧 중국 측이 이 논의를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사실상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동북아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중·일 간, 중·미 간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5일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방한 길에 올라 일본과 중국의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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