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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파업 손실시간이 스페인의 35분의 1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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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파업 손실시간이 스페인의 35분의 1인 이유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그들은 왜 노사갈등이 심하지 않을까 ②

독일에서 노동조합의 시작은 19세기 베를린에서 담배노동자와 인쇄공들이 조합을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이후 섬유, 금속, 광부, 재단사, 제화공, 건설 등의 분야에서 노조가 생겨났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차례로 각 산업별로 노조가 결성되었고, 1949년에는 독일노총(DGB)이 만들어졌다. 당시 DGB는 회원노조 16개로 구성되었다. 이후 새로운 노조가 생겨나거나 회원노조들 사이에 이합집산이 일어나면서 현재는 8개의 산별노조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노총은 연방과 주, 자치단체 차원의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노조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전체적인 노조활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DGB 조직은 16개 주로 구성된 행정구역과 달리 9개 대지역과 이를 다시 세분화한 60개 소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노조연맹(EGB)이나 국제노조연맹(IGB)과 공조하면서 유럽연합(EU)이나 국제연합(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독일의 노조운동을 대표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사용자측과의 임금협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독일노총에 속하는 조합원 수는 1950년 545만 명으로 35.7%의 조직률을 보였다. 이후 노동자 수의 증가에 따라 조합원 수는 약간씩 늘어났으나 조직률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1990년 약 800만 명에서 독일통일 직후인 1991년에는 거의 1200만 명에 육박하였으나, 2000년에는 다시 약 78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 말 현재 약 615만 명이며, 이는 1950년대 이후 최저수준이다.

▲ '1950~2000년대 독일의 노동조합원 수 및 노조조직률 (단위: 천 명)' * 1950~1990년까지는 서독, 1991년부터는 동서독 통합자료임. ⓒ조성복

서독지역 노동자의 56%, 산별노조 임금협약 따라

독일노총 이외에도 2번째로 큰 독일공무원노조연맹(DBB, 126만 조합원/2012년), 기독교노조연맹(CGB, 28만 조합원/2012년), 항공노조 등이 있다. 독일사무원노조(DAG)는 1950년대 이후 독립노조로 유지되어 왔으나, 2001년 독일노총의 회원노조인 통합서비스 노조에 편입됨으로써 DGB에 통합되었다. 2012년 기준 자영업자(약 450만 명) 등을 제외한 전체 임금노동자 수가 약 3700만 명인데, 노조 전체의 조합원 수는 약 770만 명에 달하므로 노조가입률은 약 20% 라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의 노동조합은 크게 산업별 노조와 개별기업 내 노조의 두 가지 형태로 이원화되어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사(公社)에도 개별기업 노조와 비슷한 조직(인사협의회, Personalrat)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라고 할 때는 주로 산업노조를 가리키는데, 이들은 임금협상의 권한을 가지고 사용자 단체와 임금협약을 체결한다. 임금협약서에는 협약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가 들어 있는데, 임금이나 급여사항, 노동시간, 휴가기간, 노동조건, 협약기간 등이 명시되어 있다.

2010년 기준 300개가 넘는 경제 분야(지역 등을 포함할 경우 약 1100개가 넘는 임금협상분야)에서 '자율적 임금협상'을 통해 약 7만3000천 개의 유효한 임금협약서가 연방노동복지부에 등록되어 있다. 그밖에 약 1만 개의 기업들은 자체기업의 임금협약서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전체 기업의 62%, 전체 노동자의 81%가 직간접적으로 임금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독지역 노동자의 약 56%, 동독지역은 37%가 '산별노조의 임금협약'을 따르고 있고, '기업의 임금협약'을 따르는 노동자 비율은 서독지역이 7%, 동독지역이 13% 정도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에 따르면 서독지역의 37%, 동독지역의 50%에 이르는 노동자가 임금협약에 구속받지 않는 기업들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실질적으로 산별노조의 임금협약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독일, 유럽에서 두 번째로 파업 손실시간 적은 나라

이러한 노사 간 파트너십은 사회적 안정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업에 의한 노동의 손실시간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였다. 유럽국가들 가운데 파업에 의한 손실시간이 독일보다 적은 나라는 스위스에 불과하고, 반대로 영국은 독일에 비해 6배, 프랑스는 20배, 스페인은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노총의 회원노조에는 금속(IG Metall), 통합서비스(Ver.di), 광산업-화학-에너지(IG BCE), 건설-농업-환경(IG BAU), 음식료-숙박업(NGG), 철도-교통(EVG), 보육-교육(GEW), 경찰(GdP)의 총 8개의 산별노조가 있다. 이 가운데 금속노조의 조합원이 약 220만 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가장 큰 회원노조이며, 통합서비스 노조가 약 200만 명, 3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Ver.di는 가장 최근인 2001년에 새로 결성된 것으로, 사무원, 우체국, 무역·은행·보험, 언론, 공공서비스 노조 등이 결합한 것이다. 노조의 재정은 조합원의 회비로 운영되며, 대개 조합비는 총수입의 1%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산별노조들도 그 본부를 여러 도시에 분산하여 두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 건설-농업-환경 및 보육-교육 노조는 프랑크푸르트에, 광산업-화학-에너지 노조는 하노버에, 음식료-숙박업 노조는 함부르크에, 통합서비스, 철도·교통 및 경찰 노조는 베를린에 있다.

'종업원협의회'는 개별기업에서 종업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로 복수로 설립이 가능하다. 그래서 각 기업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 여러 개의 협의회를 대표하는 '전체 종업원협의회', '대기업 종업원협의회', 또는 'EU 종업원협의회' 등을 구성할 수도 있다. 1990년에는 모든 기업 내 종업원협의회 위원들의 약 75% 이상이 독일노총에 속하는 노조들에 가입하였으나, 2010년에는 68%로 다소 감소하였다.

이 기구는 기업에 최소 5인 이상의 상근자가 있을 때 구성된다. 모든 종업원은 이 협의회 위원을 선출할 선거권을 가지며, 파견노동자도 3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6개월 이상 근무한 사람은 누구나 피선거권을 가진다.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무보수 명예직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 위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급여를 깎아서는 안 된다.

이 협의회의 주요과제는 임금, 노동시간, 잔업, 단축조업, 휴게실, 휴식시간, 휴가, 산재 등의 문제들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또 기계설비의 교체, 작업경로의 변경, 직업교육의 강화 등에 대한 조치들은 사용자가 이 기구에 단순히 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협의의무가 있는 사안들은 사용자가 협의를 생략하거나 또는 이 협의회의 의견을 무시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경영상의 공동결정제'라고 하는데, 이는 뒤에 언급할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른 것이다.

이 공동결정제는 그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공동결정권, 공동협력권, 정보요구권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 협의회가 기업경영이나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경영진과 협의회가 공동결정제에 해당하는 사안들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양측은 반드시 중립적인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여야 한다.

또 이 협의회는 사용자가 규정들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더 나은 근무환경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며, 특히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나 여성, 외국인, 고령의 노동자를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와 함께 전산, 고용모델, 경영분석 등 특수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부족한 전문지식을 보강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필요할 경우 사용자에게 기업의 전체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고용, 구조조정, 전보, 해고 등 인사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들을 제시간에 받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일부 경영상의 비밀을 제외하고는 전체 종업원에게 알리고 공개적인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잘 조직된 산업별 노조들과 개별기업 내 종업원협의회의 역할,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한 해고보호법, 그리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더라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복지제도 등이 노사의 극단적 대립이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이것들이 주로 노사갈등을 완화하는 소극적 요인들이라면, 이를 예방하는 보다 적극적 요인으로 기업의 주요사항을 노사가 함께 결정하는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제'란 제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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