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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 대결' 대분단체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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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 대결' 대분단체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한반도 브리핑]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와 한반도 평화

2000년을 전후로 해서 흔들리기 시작했던 분단체제가 다시 견고해지고 있다. 역사는 가끔 이렇게 거꾸로 가기도 하면서 갈짓자(之) 형태로 발전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분단체제가 다시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분단체제를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와 연결해서 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림대 이삼성 교수는 '동아시아의 대분단체제'(East Asian System of Great Division)는 냉전-탈냉전으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독자적인 구조라고 분석하였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이루는 기본 축으로 미·일 간의 해양 동맹과 중국대륙 사이의 분열을 들면서 이 기본축과, 한반도와 대만해협에 존재하는 국지적 분단질서들이 긴장하고 갈등하면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분석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와 연결해서 사고함으로써,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운동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단체제와 북풍

당연한 것이지만 필자는 그동안 한반도의 분단체제 극복과 평화를 위해서는 △ 국제적인 요인, △남북관계, △남북한 내부 상황 등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국제적인 요인에서는 미·중 관계, 북·미 관계, 한미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는 남북한 정부의 정책이 핵심요소이다. 또한 남북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 남한 내부의 국민여론 등도 고려사항이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얽히면서 분단체제를 구성해왔다.

▲판문점에서 대치하고 있는 남북 병사들 ⓒ연합뉴스

지금까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운동에서는 정세분석을 할 때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남북당국의 정책을 중심으로 하였다. 그러면서도 극복해야 할 구조로서는 남북한의 대결관계를 중요시하였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극복을 위한 운동이나, 분단이 남북한의 정치구조를 재생산하는 구조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한국 정치에서는 북한의 행위가 현실적인 위협이 아님에도 위협으로 증폭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북한의 존재 자체가 국내 정치적으로 수구냉전질서를 유지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수구세력이 기득권 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북한의 위협을 존립의 기반으로 활용해왔다.

이에 대해 진보세력은 수구세력이 남북관계를 악용하는 것을 규탄하면서도 거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남북의 대결이 남북의 상이한 두 체제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남북 내부에 그 대결체제를 유지시키는 구조를 재생해내고 있다. 이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구조로서 분단체제를 만들어왔다. 진보세력은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는 치열하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수구세력이 남북관계를 악용하는 것을 규탄하는 것과 북한의 위협이 실재화되는 것에 대비하는 것을 분별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상황에서도 '북풍'이나 '남북관계 악용'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추억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대소련 봉쇄정책과 대중국 봉쇄정책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변경이나 이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충분하게 시도되지도 못했다. 역량의 한계일수도 있지만 인식의 한계도 한 원인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동적 태도에 대한 규탄도 아직은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운동으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시아에서 대분단체제가 유지되고 공고해지고 있는 데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의 핵심은 대중국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대소련 정책으로 자리 잡았던 봉쇄정책은 동아시아에서 대중국봉쇄정책으로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냉전 시대에 유럽에서 대소련 봉쇄정책을 펼쳤던 이유나 탈냉전인데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대중국 봉쇄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봉쇄정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외교관인 조지 케넌(George Kennan)은 유럽대륙에서 하나의 강력한 패권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우려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지 케넌은 모스크바 주재 외교관이던 1946년, 워싱턴에 보낸 장문의 전문에서 소련 봉쇄를 주창했다. 케넌이 소련봉쇄를 주장한 것은 유럽에서 강력한 패권 국가가 존재할 경우 반드시 바다 건너 미국의 위협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조지 케넌은 자신의 구상이 지나치게 군사화 되었다면서 미국정부의 봉쇄정책을 줄곧 비판했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 들어 아시아회귀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에 대해 봉쇄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해서 미국과 함께 G2 국가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소련의 부상을 위험스럽게 염려했던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될 경우 태평양 건너 미국의 국익에 위협이 된다는 발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으면서 과거의 범죄에서 면죄부를 받아 군사대국화하려는 일본의 보통국가 전략을 용인해주고 있다. 미·일 동맹이 중국 봉쇄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 군사력의 대외적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과거사 문제 때문에 한일동맹을 구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해서 한미동맹을 결합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이는 필연코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시도를 비롯한 한일간의 잦은 군사협력과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이 한반도 인근에서 열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멋대로 하지 않겠다는 중국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주창하면서 미국과 협력과 공존을 희망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그동안 '도광양회', '유소작위', '화평굴기', '돌돌핍인' 등으로 표현되어 왔다. 80년대 이후 중국외교는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가 외교정책의 기조가 됐다. 이후 90년대에는 "대국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책임대국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광양회 기조에서 벗어나 '필요한 역할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변신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 평화롭게 대국으로 발전한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가 언급되다가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의 '돌돌핍인(咄咄逼人)'이라는 말도 회자되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중국위협론이 끊임없이 확산되자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신형 대국관계'를 제시했다. 경제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대외마찰을 줄인다는 현실론 외교라고 할 수 있는 덩샤오핑(鄧小平) 도광양회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도광양회는 '겸손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도광양회가 '숨어서 힘을 기르자' 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서방의 의혹을 사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중국이 대국으로 '굴기'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예방하자는 덩샤오핑의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용어로 '제멋대로'를 사용하는 경우는 국제사회의 질서를 무시하는 가장 심한 돌발적인 상황을 지적할 때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고 겸손하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중국의 '굴기'가 국제사회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신형 대국관계'에도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관계는 냉전 시대 미·소의 대결과 같은 전면적인 대결은 아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미·중 경제협력이 확산되면서 역설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가 늘어나는 이중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미·중 갈등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대분단구조를 공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운동

유럽통합으로 발전한 유럽과 비교해 보면 동아시아에서 대분단구조의 특징을 더 명료하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간단한 사실을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봉쇄정책의 대상이었던 소련은 붕괴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유럽의 소런과 같이 미국이 염려하고 있는 중국이 날로 성장해가고 있다. 유럽에서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였지만 동아시아에서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우경화, 군사화되고 있다. 유럽에는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같이 평화지향적인 노력을 하는 국가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위한 운동과 한국이 평화국가로서 비전을 가져나가는 것을 동아시아의 과제로 도출할 수 있다. 평화국가로 발전을 위한 노력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평화도시로서 동아시아 도시들과 연대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한반도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평화운동을 위해서는 분단과 한국의 민주주의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운동과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인식하는 것이 분단극복을 위한 국제적 요인을 인식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유지되는 대분단체제는 동북쪽으로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북방영토 분쟁에서부터 동해, 한반도의 휴전선과 서해 NLL, 남중국해에서 센카쿠(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 분쟁과 대만해협 등으로 이어지는 대분단선을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평화적인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응고된 대분단선의 한 축을 완화시키는 동아시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안목을 가지고 분단극복을 위한 평화운동을 전개할 때 그동안의 성과에 몇 가지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사회 내부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여론이 중국의 성장, 미·일 동맹을 통한 중국견제, K-Pop을 비롯한 한류 등과 같은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나서 동아시아의 역사와 대분단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미국을 향한 시민외교가 필요하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일본에서 평화헌법 준수를 묶어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공동의 과제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아시아 패러독스 극복과도 맥락을 같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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