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남한 기업이 우회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남한 기업들의 북한 내 신규투자를 금지한 5.24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수순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5.24조치에 대한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조치의 예외적 사안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북·러 합작사의 지분 중 러시아 측 지분 일부를 코레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 회사의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구상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의 지분 인수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셈이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5.24조치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5.24조치를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 합작 기업의 북한 내 투자는 5.24조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3일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기업 또는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과 외국의 합작 기업에 대해 원칙적으로 5.24조치의 적용 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 참가는 5.24조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5.24 조치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정부가 국내 기업의 직접 투자는 금지하고 외국과 합작 형식의 투자는 허용하는 셈이 된다. 이를 두고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외국 기업 간에도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조치가 사실상 5.24조치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북한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다른 기업들이 이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밝힐 경우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는 측면에서 예외적이고 일회적인 조치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한 측면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국내 기업 참여를 허용한 배경을 고려해볼 때, 향후 이와 비슷한 사안이 등장한다고 해도 5.24조치 예외 적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협력기금 대출 상환 유예, 기업 숨통 트이나
한편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남북협력기금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주 기업들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해 기존 남북협력기금 대출금에 대한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며 "유예 대상은 입주기업들이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대출한 시설투자자금 및 운전자금 중 향후 6개월 이내에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원금 및 이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환 유예 혜택을 받는 기업은 총 28개사로 금액으로는 97억 원에 해당한다. 박 부대변인은 "이를 총 대출 잔액과 비교해보면 약 46%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환 유예를 통해 추가적인 자금난을 방지함으로써 기업들의 조기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요구했던 경협보험금 유예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입주기업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이 수령한 경협보험금이 1761억에 달하는 데 반해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받은 대출은 213억으로 액수가 많지 않아,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경영난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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