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갑, 경찰봉 사용 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의무 조항을 폐지했다. 일선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10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경찰이 "불법 행위에 대해 '물포·캡사이신' 등의 장비를 사용하고, 현장 검거 등을 통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며 한층 강화된 시위 진압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장구 사용에 대한 보고서 폐지가 거론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한 직무집행 시의 보고절차 규칙'을 개정했다. 경찰 장구를 사용하면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한 규정을 없애고 근무일지에만 관련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 것.
경찰은 "경찰 장구 사용 보고 의무 폐지는 오히려 불필요한 서류 작업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밝혔다. 다만, 사용 빈도는 낮지만 위험성이 높은 테이저건은 사용할 때마다 '전자충격기 사용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도록 했다.
경찰 장구는 총기 등 무기류가 아닌 수갑, 경찰봉, 포승줄, 방패, 전자충격기(테이저건) 등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에 사용하는 장비이다.
장구 사용 남용으로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경찰은 "기존 규정으로도 충분히 이를 방지할 수 있다"며 "내부 훈령인 '경찰 장비 관리규칙' 상 경찰 장구를 사용하다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사후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갑과 경찰봉 사용에 대한 보고서 폐지는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절을 앞두고 '철저한 채증으로 엄히 사법조치 하겠다'던 경찰의 입장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위에 물대포가 동원되는 등 '불법 시위 엄단'은 갈수록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당시 전국 경찰 지휘관 회의에서 "집단 폭력으로 이익을 관철하려는 풍조에 대해 적극 대응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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