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남한 국정원 요원을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남북 간 공식 채널을 통해 신원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억류된 국민의 신변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관계기관에서 북한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식채널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여러 가능성을 두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서 협조하겠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북한이 억류했다고 주장하는 남한 국민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면 신변안전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신원조사를 즉각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부대변인은 "관계부처와 함께 추후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대응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만 답했다.
정부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남한 국민의 신변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과 같이 사실 확인을 꺼리는 것은 억류된 국민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일반 국민의 북한 억류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북한에 바로 신원 확인요청을 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0년 2월 26일 북한이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단속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을 때 통일부는 바로 당일 브리핑을 통해 "보도 직후 북한에 현재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이나 현재 체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 개성공단 중단 사태 당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신속한 철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국민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수차례 밝혔던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는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처럼 억류된 국민이 실제 국정원 요원이라서 통일부 입장에서 이렇다할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이 이번처럼 정보원을 체포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박 부대변인은 "과거에 외국 정보요원이나 교포, 탈북자 등에 대해서 체포했다고 발표한 적은 있었으나, 정보원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상황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이러한 발표를 한 의도에 대해 박 부대변인은 "(신변) 확인이 되지 않는 지금 이 시점에서 뭐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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