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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위기의 동아시아에서 균형추 역할 할 수 있다

[특별 기고] 오는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미-일 vs 중국 대치에 균형추 노릇 가능

현재 전개되는 동북아시아의 풍경은 100여 년 전에 벌어졌던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하다. 동학혁명에 나선 한국 농민들을 대량 살육하고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중국(청)을 대신해서 1895년 한반도의 지배권을 차지하려 했다. 영국과 미국은 제정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이유로 일본을 돕기 위해 영일동맹(1902년 1월)과 태프트-가쯔라 밀약(1905년 7월)을 체결했다. 영국과 미국의 지원으로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영국은 제2차 영일동맹(1905년 8월)을 맺었고 미국은 워싱턴에서 포츠머스 러-일강화조약(1905년 9월)을 주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확정시켰다. 미국은 필리핀을 차지했고 영국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미얀마와 인도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다.

1992년 이후 새로 등장한 러시아연방공화국은 동북아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다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드는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균형추 역할을 해줄 나라이다. 지난 70년 가까이 동아시아의 유일 패권국가로 이 지역의 운명을 좌우해온 미국이 이제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패전국 일본을 다시 이 지역의 군사적 강자로 부상시키고 있다. 더욱이 원하지 않는 한국을 미-일-한 군사동맹에 끌어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시도는 이 지역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세력 대결장으로 변모시키기에 충분하다.

러시아연방공화국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오는 11월 12~13일 푸틴 대통령의 방한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에서 미-일과 중국의 대결은 러시아의 입지를 넓게 제공한다. 러시아의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쪽은 중국이다. 핵강대국이기도 한 러시아는 미-일과 중국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러시아는 한국이 미-일-한 군사동맹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 또한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핵 폐기에 동의하도록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해를 표시하되 미-일과 대결하는 데 러시아가 대결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다시 군사적 강자로 등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특히 핵무장을 시도하는 것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은 외교력을 통해 동북아 평화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남·북한 필리핀 베트남 몽고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평화공동체(안보협력기구)의 구성이 그것이다. 러시아와 함께 핵심적 역할을 해줄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이 미-일과 중국의 대결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탈출구가 바로 동아시아평화공동체 구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동아시아 국가로 선포했고 시베리아-동부러시아의 개발을 21세기 러시아연방공화국의 국가과제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중심은 한국-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한국이 함께 동북아안보협력기구를 성사시킬 경우, 이것은 유럽에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이 함께 오랜 협상과 숙려를 통해 헬싱키체제를 발족시켜 유럽의 평화와 경제번영의 기틀을 놓은 선례를 따르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은 경제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지만, 군사적으로는 대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보 협력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남북한 러시아가 대륙-해양세력으로 나뉘어 서로 대결하는 군사동맹만 있었다. 이제 러시아와 한국의 주도로 다자안보협의체가 발족할 경우 동북아의 정치-생태환경은 전혀 새로운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20세기 초 대한제국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보려 했던 제정 러시아는 러-일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물러서야했다. 그러나 한 세기가 더 지나 러시아연방공화국이 다시 위기에 처한 한반도와 손잡고 동북아에 평화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나타났다. 러시아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들고 나왔다. 동북아에서 앞으로 러시아가 만들어갈 궤적이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2013년은 한국인의 국외집단이주가 최초로 시작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1863년에 조선의 농민들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의 연해주 하산지역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제정 러시아 당국은 이듬해인 1864년 이들의 이주를 인가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국외집단이주 사례가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 파송이라고 알려졌는데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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