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밤 문화가 달라서 그렇겠지만 독일에서는 새벽까지 번쩍이는 화려한 네온사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일부 고가품이나 기념품 상점들은 밤늦은 시간에 거리를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들을 위해서 밤새 불을 켜놓기도 한다. 동네의 밤거리는 도심보다 훨씬 더 적막하다. 상점들도 일찌감치 문을 닫기 때문에 네온사인은 고사하고 가로등 외에는 불빛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대부분의 집조차도 어두컴컴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우리처럼 전깃불이 환하게 켜진 집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아마도 벽을 비추는 흐릿한 조명이나 초를 켜놓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아도 저녁 시간이 긴 겨울밤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어둑한 곳에서 지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좋아해서도 그렇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싼 전기 요금 때문에 전기를 아껴야 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물 절약이 몸에 밴 독일 사람들
독일 사람들은 물을 아끼는 데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물론 음식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는 곤란하겠지만, 독일에서는 설거지할 때 우리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개 수돗물을 틀어 놓고 흐르는 물에 헹구어 낸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설거지통에 세제를 풀고 사용한 그릇들을 담가 손잡이가 있는 긴 솔로 닦은 후에, 물에 아주 살짝 헹구거나 또는 대부분 그냥 꺼내어 거품을 마른 행주로 닦아낸다. 그것이 끝이다. 마른 행주로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독일 물에는 석회가 많아서 설거지 후에 그대로 두면 하얗게 자국이 남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샤워기로 물을 뿌려가며 청소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주로 건식 화장실인 이유도 있겠지만) 세제를 묻힌 솔이나 스펀지로 닦은 다음, 이를 다시 마른 걸레로 닦아낸다. 한 번은 집사람이 독일 친구 집을 방문하여 우리 식대로 설거지를 했던 모양인데, 친구의 어머니가 그것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역시 수도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고, 그래서 물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간혹 과거에 간호사로 독일에 온 고모나 이모가 있어서 이들 집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독일인들과 같이 사는 게 너무나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곤 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었다. 그 집에서 같이 사는 동안 자신들이 애도 아닌데 독일인 고모부나 이모부가 쫓아다니면서 "전깃불을 꺼라,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 쾰른대 본관 앞에 늘어선 자전거. ⓒ조성복 |
독일,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 행렬
독일에서는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다니는 대중 교통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쾰른의 경우 도시 외곽에서 중심가를 지나서 반대편 외곽으로 달리는 여러 편의 전철들이 (중심부를 지날 때는 지하철로 되는) 운행되고 있고, 서로 다른 외곽을 연결하는 데에는 버스들이 다니고 있다. 가끔 버스 회사 직원이 버스에 동승해서 정류장마다 승차하는 승객을 세고 있거나, 또는 정류장에서 시간대별로 타고 내리는 승객 수를 체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배차 간격 등을 조정함으로써 언제나 쾌적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출퇴근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중소도시로 갈수록 자전거 이용이 많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도시 곳곳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자전거들이 가득하였다. 지도 교수가 배낭을 멘 채 자전거를 타고 연구실에 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았었다. 그 밖에도 주변 도시로 출근할 경우에도 2대의 자전거를 이용하여 1대는 사는 곳의 집과 기차역을, 다른 1대는 출근도시의 기차역과 직장을 다니는 데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 빈 택시가 돌아다니지 않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독일에서는 택시가 손님을 찾아 거리를 헤매지 않는다. 택시를 타려면 택시 정류장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서 무슨 거리 몇 번지로 오라고 불러야 한다. 그래서 보통 집 근처의 택시 정류장 전화번호를 기억해 둔다. 전화로 부르면 대개 1유로 정도가 요금에 추가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택시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더욱 손쉽게 택시를 부를 수도 있게 되었다.
독일에는 약 5만 대의 허가받은 택시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80% 정도는 약 500개에 이르는 각각의 택시 본부(협동조합의 형태)에 속해 있다고 한다. 베를린에는 약 4500대를 보유한 유럽 최대의 택시본부가 운영 중이며, 2011년 기준 월 약 7만 5000건의 이용자가 있었다고 한다. 베를린은 인구가 약 340만 명이고 최근 관광객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이를 감안하여 택시의 수를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만 7만여 대라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도 인구수와 이용률 등을 감안하여 택시의 수를 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무한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버스 회사를 지원하는 것처럼 택시 기사의 급여를 일정 부분 지원한다면, 독일처럼 택시 정류장 제도를 도입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니는 수많은 택시로 인한 교통 체증과 휘발유의 낭비를 막을 수 있고, 동시에 이들이 뿜어내는 배기가스의 공해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에어컨 없는 독일의 대중교통
독일의 기후는 여름에는 고온 건조,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려 저온 다습한 편이다. 여름에는 30도가 넘어 제법 온도가 오르더라도 건조하다. 땀이 나지 않고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일반 대중교통 시설에 아예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독일에서도 습하고 무더운 날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에어컨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은 여전히 최소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겨울철에 백화점만 들어가도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외투를 입고 들어가도 별로 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와는 습관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밤에 잘 때는 보통 난방을 줄이거나 아예 꺼버린다. 기숙사에 살던 기억을 되돌아보면, 잠잘 시간이 되면 매번 난방 배관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더우면 잠을 못 잔다고 하던 독일 친구들의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잘 때 썰렁하다고 느껴지면 주로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잠을 청한다. 또한 겨울에는 집에서도 외투 같은 털옷을 입고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겨울철이 다가오면 이런 것들이 슈퍼에 세일 품목으로 많이 나오고 인기를 끈다.
비싼 에너지 요금 정책에 따라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된 독일의 이 같은 모습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에너지의 과다 사용은 에너지 수급 비용을 많이 들게 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킨다. 자연히 이를 예방하거나 복구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많이 유발한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은, 각 개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공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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