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처음엔 인기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꾸 (인기가) 없어지는데, 이 나라(캄보디아)의 지도자들은 지금도 계속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훈센 총리 등 캄보디아 지도자들을 일면 치켜세운 발언이지만 최근 자신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얘기는 그만 할란다…언론 때문에"
21일 저녁 캄보디아 현지 교민들과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고 캄보디아와 동포들의 현안을 언급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 하원의장, 하원 지도자 들을 만났는데, 세 분 모두 폭력적 정권에 국민이 살해당하고 고통 받던 시절에 모두 국민 편에 서서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도자들이 처음엔 좀 인기가 있다가 시간이 있으면 자꾸 없어지는데 이 나라 지도자들은 지금도 계속 존경 받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곧바로 "우리나라 얘기는 그만 더 안할란다"며 "어디 가서 (나라) 안의 얘기를 하니까, 여러분 만나서 편안하게 얘기하는데, (무슨) 큰 뜻이 있나 싶은지 우리나라 신문에 크게 보도되고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화제를 전환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외 교민들의 이중국적 허용 요청 문제와 관련해서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국내에 땅도 사고, 또 거기서 살자고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며 "마치 국적을 버리는 것이 국가를 배신하는 것처럼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적을 두 개 가지게 하는 국가도 간혹 있지만 세계적으로 하나씩 있고 우리나라는 남용의 여지도 있고, 병역도 까다롭게 하는 나라라서 그런 점에서 이중 국적 채택을 못했다"고 부연한 뒤 "여러분, 돈 많이 버십시오. 한국에 와서 사는 데에 불편 없도록 정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현지 국적' 취득 문제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이중국적' 문제는 여전히 허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완곡하게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우려 적중… <중앙>, "'내전'표현은 북한과 좌파의 시각"
한편 이날 동포간담회 이후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가 적중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우리가 옛날에는 식민지배를 받고 내전도 치르고 시끄럽게 살아 왔는데 대통령 되서 보니 여러 나라를 지원하고 있다"며 "47개국 정도를 우리가 지원하는데 세계에 유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캄보디아나 우리나라나 동족 간에 전쟁을 치렀지만 한국은 여러 나라에 해외원조를 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해외동포들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일부 신문이 노 대통령의 '내전' 표현에 대해 "6.25를 내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주로 북한과 일부 좌파 성향 학자의 시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며 쌍심지를 켜고 나선 것.
<중앙일보>는 21일 조간신문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뒤따를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며 "북한은 6.25를 국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우리 민족 내부에서 벌어진 '조선민족 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한다"며 보수적 전문가의 입을 빌어 "노 대통령이 북측 주장을 인용하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캄보디아가 동족 간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우리와 캄보디아 역사와의 공통점을 얘기한 것"이라며 "이를 좌파적인 용어로 이렇게 보도한 것은 아주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그야말로 시비를 위한 시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변인은 "무슨 의미로 쓴 표현인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 색깔론의 잣대를 들이댄데 대해 대변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해당 기자에게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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