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386'에 이어 '신 PK'까지…. '대탕평 인사'는 온데간데 없고, 코드 인사가 난무하고 있다. 보수 언론조차 "탕평 정신 어디 갔나", "정상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인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감사원장에 이어 검찰총장도 부산·경남(PK) 출신이 내정되면서 대한민국 의전서열 1~10위 중 4명이 특정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북, 양승태 대법관은 부산, 정홍원 국무총리는 경남, 박한철 헌재소장은 부산 출신이다. 여기에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경남 거제 출신이다.
서열 2위인 강창의 국회의장을 제외하면, 박근혜 정부는 '경상도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공직에서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며 "박근혜 정부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100% 대한민국 정권이 될 것"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집권 1년 만에 공염불이 된 것이다.
이명박·노무현 집권 1년 차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의 지역 편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두 정권 모두 국무총리와 대법원장에 강원도와 영호남 출신을 임명했다.
<중앙일보>는 29일 자 사설 '박근혜 인사, 탕평정신은 어디 갔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심각한 지역편중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정부에서 '탕평의 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만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지연·학연을 고려하지 않고 적임자를 찾다 보니 생긴 결과"라는 청와대의 말을 전하며 "해명"이라고 일축했다. 궁색한 핑계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한 두 번도 아니고 그 적임자들은 왜 늘 PK에 몰려 있는가"라고 꾸짖었다.
이어 <중앙>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뒤 인사에선 "탕평의 정신은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며, 탕평정신 실종 원인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했다. "청와대 2기 체제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등장하면서 탕평의 가치는 자취마저 감추었다"는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을 '총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인선은 사실상 '김기춘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상왕 총리' 김기춘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 후,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한여름 납량특집"이라며 "소름끼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합작 인선이 '지역 편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조선일보>의 비판은 보다 구체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 청와대 사정 관련 요직 5명 중 4명이 경남 출신인 점을 꼽아 여당 안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신문은 같은 날 사설 "사정(司正) 라인 지역 편중, 정상은 아니다"에서 "사정 라인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들이 견제를 받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대 정권을 통해 생생히 경험했다"며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문제를 예로 들었다. "동향 출신이 못 본 척하다 일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선>은 동향 출신의 사정 기관장들이 밀약할 경우 "정권을 흔드는 사태를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또는 권력자가 사정 기관을 정권의 방패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역대 정권 모두 "오산(誤算)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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