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수준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은 지난 10년간 100대 대기업에, 산업용 전기라는 명목으로 9조4300억 원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근 5년간 직원들에게 총 1조64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한전의 부실 경영을 성토했다. 한전의 부채는 총 95조886억 원(지난해 말 기준)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한전의 재정난에 일조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2010년 기준)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보면, 일본 244, 독일 214, 영국 174, 프랑스 166 등으로 나타난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대기업에 원가 이하로 지급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2003~2012년)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기업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총 1조732억 원을 할인받았다. 그 뒤를 포스코(1조431억 원), 삼성전자(1조165억 원), 엘지디스플레이(6176억 원) 등이 이었다.
반면 2004~2013년 6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액은 7300억 원이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많은 혜택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현재 정부와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재정악화와 경영상 부실은 뭐니뭐니해도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에서 기인한다"(민주당 오영식 의원)는 말에 조 사장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동의했다.
밀양 765킬로볼트(kv) 송전탑 공사에는 여전히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밀양 송전탑 공사의 이유였던 신고리 3·4호기의 완공이 늦어짐에 따라 공사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 사장은 "(신고리 3·4호기의 완공 연기를) 감안해도, 이미 3년 전에 건설돼야 했을 송전탑"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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