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이어 국방부, 안전행정부까지 번지는 대선 개입 논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도움받은 것 없다'라며 정치권과의 거리 두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조차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기간의 침묵이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답답한 속내를 대놓고 토로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새 검찰총장 인선 문제로 여론 환기를 하고 있다. '윤석열 폭로'를 '수사 외압'이 아닌 '항명'으로 보면, 현 정국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관권 선거'가 아닌 '검찰 내부 기강 문제'처럼 보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25일 차기 검찰 총장 후보자의 면면을 자세히 분석보도한 이유다.
<조선>은 검찰 안팎의 의견이라며, 차기 검찰 총장 후보자 '김진태-소병철-길태기-한명관'에 대한 지면 청문회를 가졌다.
신문은 먼저, 서울고검장과 대검차장을 거친 김진태 후보자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구속 기소했을 만큼 "추진력 있는 원칙론자"라고 평가했다. 단점으로는 자기 주장이 강한 점을 꼽았다. 한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김 후보자를 총애했다고 덧붙였다.
현 법무연수원장 소병철 후보자의 경우 신문은 1991년 수서 비리 사건, 2003년 재벌 2·3세 사기 사건, 2010년 성범죄자 전자 발찌 부착 법률 개정 등을 주도한 점을 들어 '리더십'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지역을 막론하고 두루 신망이 높다"는 것. 그러나 병역 면제자에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 '북풍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점을 들어 "보수 인사들과 껄끄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검찰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갖췄다"고 평하면서도 "최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항명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공안·기획 분야의 주요 보직을 거친 한명관 후보자의 경우, 올 4월 검찰을 떠나 유학 후 변호사로 개업한 점을 들어 "고액 수임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전이나 형식을 엄격히 따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법조계 원로들의 말을 인용해 "4명 중 누구도 역부족일 수 있다"며 난파선이 된 검찰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이명재, 노무현 정부 시절의 송광수 전 총장처럼 지혜롭고 리더십 있는 총수를 위해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을 전했다.
어찌보면 이런 평가는 당연하다. 현재 검찰 내분 문제가 결코 '정치적 독립'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윤석열 사태'로 불거진 검찰 내부 불만을 해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상태다. 전임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와 정권의 노골적인 '찍어내기'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새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를 제대로 추스르려면 이미 커질대로 커진 '관권 선거' 의혹에 대해, 야당과 그 지지자들까지 만족할 만한 엄정한 수사를 보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관권 선거'의 사실상 수혜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낙점한 검찰총장이 과연 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슈퍼맨' 아니면 '배신자', 둘 중 하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아닐까?
결국 현 정국을 풀 사람은 새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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