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에서 열린 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국정감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650억 원이다. 미디어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이 절박하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KBS는 준조세 성격으로 징수하는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8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야당 의원들은 최근 보도 부문 등에 나타난 불공정 문제를 수신료 인상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공영방송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은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채동욱 전 검찰청장 논란을 다룬 TV조선 보도 '베끼기' 사건을 대표적 불공정 방송 사례로 지목하며, 이에 대해 책임 추궁을 했다.
▲ 길환영 KBS사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감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한 달간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을 했나. 조선일보를 그냥 인용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길 사장은 "인터뷰 당사자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카드 필적 등 증거 제시한 게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노 의원은 "반론(보도)은 있었느냐"느냐고 물은 뒤, "KBS는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 없이 사생활 문제를 의혹만 갖고 한 달 내내 보도했다. 공영방송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BS가 공영방송이라면서 조선일보 2중대인가. 그러면서 수신료 인상을 얘기하느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채 전 총장 보도는 과도하게 다룬 반면, 국정원 사건에 대한 보도는 미흡했던 점을 짚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3대 종교인 천주교의 신부님들이 모여서 (집회를) 할 정도면 대단한 사건인데 왜 보도가 안 됐느냐"며 "반면, 채동욱 혼외 건에 대해선 의혹 수준이고 인사청문회도 아닌데 헤드라인만 11번이고 총 44건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KBS는 선정적으로 보도한 적이 없다. 뉴스 가치에 대해선 여러 기준이 있다"고 답했고, 이에 이 의원은 "'선데이 서울'이냐? 예능 방송이 아니지 않느냐"며 호통을 쳤다.
최민희 의원은 "수신료 인상은 국회에서 승인이 필요하다. (KBS가) 일방적으로 새누리당과만 얘기해선 수신료를 절대 못 올린다. 야당과 국민이 KBS가 최소한 양해할 수 있는 정도의 공정방송을 하지 않으면 수신료를 절대 인상 못 한다"고 못 박았다.
"1TV 광고라도 허용해야" VS "국민적 상식 납득 못 해"
야당 의원들이 완강히 거부 의사를 내비치자, 여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의 대체 방안으로 '1TV 광고 재개' 카드를 꺼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일본 NHK와 영국 BBC 등에서는 재원의 70~90%를 수신료로 채우는 반면 KBS는 공공재원 확보가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며 "올해 12월 재승인할 때까지 수신료를 현실에 맞게 올리거나 그게 어렵다면 1TV에 광고를 허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KBS는 수신료와 광고 수입으로 운영하나, 공영성 강화를 위해 KBS 1TV과 제1라디오에 한해 1994년부턴 광고를 폐지하고 수신료로만 운영해오고 있다.
조 의원의 '깜짝 제안'에 한선교 의원장은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부의원장에게 관련 법령을 물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가 하면, "건설적인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위원장의 발언은 피감기관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김 부위원장도 "그간 정치적 합의로 1TV는 수신료로 재원을 마련하고 2TV는 광고 재원을 허용했다"면서 "수신료 인상 문제가 막혀있다고 그를 빌미삼아 KBS1에 광고를 허용한다는 주장은 역행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에 KBS1에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없지만, 그보다 국민적 상식에 KBS1에 방송을 허용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왔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KBS1 TV 광고 재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상일 의원도 "수신료 문제에 따른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KBS가) 신뢰를 더 받아야하고 그런 부분에서 공영성, 공정성의 문제에 대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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