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 값싼 산업용 전기 몰래 쓰다 적발

10년간 불법 사용 9만3000건…심지어 골프장에서도 유용

삼성, LG, 현대기아차, CJ,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일반용 전기를 써야 할 곳에서 그보다 값싼 산업용 전기를 몰래 쓰다 적발돼, 거액의 위약금을 납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 계열사 6곳이 200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납부한 위약금은 총 291억587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사용(계약 종별 위반)하다 2회 이상 적발된 대기업 8곳이 납부한 전체 위약금의 99.3퍼센트를 차지한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뒤를 이은 곳은 LG로 같은 기간 계약 종별 위반으로 세 건 적발됐으며, 총 3180만 원을 위약금으로 납부했다.

현대기아차는 2353만 원(2건), CJ는 2103만 원(2건), 이랜드는 6100만 원(2건), 인터파크는 4727만 원(2건), S&T는 431만 원(2건), 신세계는 392만 원(2건)의 위약금을 물었다.

10년간 불법 사용 9만3000건, 위약금 1571억 원

지난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기 용도를 위반하거나 무단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총 9만309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발생한 위약금은 1571억 원 수준이었다. 위약금은 부당 전용으로 덜 낸 요금의 두 배를 물게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종별 위반이 5만9315건(921억), 무단 사용 및 증설이 2만6794건(443억), 계기 조작 관련이 1276건(43억), 사용 시간 외 기타가 5706건(164억)이었다.

종별 위반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산업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사용한 경우다. 제조 설비를 이전한 후 그 자리를 연구시설과 사무실로 사용하며 산업용 전기를 쓰거나, 제조시설 내의 연구시설 등을 신고하지 않고 산업용 전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영어마을과 어학당, 평생교육 시설, 대학 병원, 기숙사 등에 교육용 전기를 사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충북 ○○ 사관학교는 골프장에서 교육용 전기를 몰래 쓰다 적발되기도 했다.

"대기업, 산업용 전기로 이미 혜택 받으면서 종별 위반으로 불법 이득까지"

김제남 의원은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미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로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으면서도,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할 곳까지 불법적인 전기 사용으로 또다시 수백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혈세를 대기업들이 불법적으로 강탈한 행위로, 전력 당국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용도별 전기의 위반 사용은 비정상적인 전기 요금 때문으로, 용도별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위반 사례를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용 전기 요금을 비롯해 용도별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고, 왜곡된 전기 체계를 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기준, 용도별 판매 단가(원/시간 당 킬로와트)는 주택용 123.7월, 일반용 112.5원, 교육용 108.8원, 산업용 92.8원, 농사용 42.9원, 가로등 98.9원, 심야 전력 58.7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