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클럽 옥타곤에서는 "I don't wanna be naked"(알몸이 되고 싶지 않아)라는 주제로 모피 반대 파티가 열렸다. 소위 강남의 가장 '핫'한 클럽이라고 불리는 옥타곤에서 모피 반대 파티를 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고가의 사치품인 모피는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파티의 총 기획을 맡은 JK Corporation의 김종경 대표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옥타곤'에서 '파티'라는 형식을 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모피를 사서 입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빅마우스'들 (오피니언 리더,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점이 생기려면 일단 그 내용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이 파티를 열게 된 것도 모피 생산 공정을 알게 된 이후라고 설명했다. 더 좋은 품질의 모피를 얻기 위해 산 채로 동물들의 가죽을 벗기는 모피 공정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파티를 개최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그는 "동물 보호라는 큰 관점에서 보면 모피도 하나의 부분에 포함된다"며, 다음에는 유기견을 비롯해 유기 동물을 돕는 파티를 해보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행사 당일 클럽 옥타곤에서 진행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이번 파티를 기획한 JK Corporation 김종경 대표 ⓒ조균호 |
프레시안 : 모피 반대 파티라는 것이 좀 생소하다. 파티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김종경 : 한 달 전 우연히 한 지인으로부터 모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됐다.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처음 접하고 나니까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무지했었구나' 하는 반성도 되고.
파티를 준비하는 데 좀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많은 파티를 열었다. 경력으로만 따지면 7~8년 정도?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모르는 누군가를 돕는다거나 어떤 목소리를 내본 적은 없었다. 먼 나라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해본 적 없고. 돈 생기면 주위에 힘든 친구들 소주 사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에 무관심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런 파티를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왜 저러나'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좀 있었다.
사실 모피와 관련된 파티 제안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 근데 그런 것보다는 역으로, 이런 식으로 동물에 대한 문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일을 진행하게 됐다.
프레시안 : 모피 문제를 알리는 데 파티라는 형식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김종경 : 실제로 모피를 사서 입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빅마우스'들 (오피니언 리더,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서 입거나 선물을 주는 사람들이나, 소문내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직접적으로 알리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잘하는 일이라서 파티를 벌인 이유도 있다. 만약에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어딘가에 가서 뛰면서 이 문제를 알렸을 것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으면 전시회를 했을 것이다. 다만 파티와 모피의 조합이 의외라고 느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대로 '강남'의 '클럽'에서 모피 반대 파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 어떻게 클럽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종경 : 우리나라는 클럽에서 남녀가 이른바 '부비부비'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안에서는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고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다. 소셜라이징(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련의 행위)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가 다소 경직되어 생각해서 그렇지, 실제 클럽 안에서는 아주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또 옥타곤은 다른 클럽이랑 약간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 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행사들을 많이 한다. 심지어 클래식 콘서트를 여기서 한 적도 있다. 복합 문화 공간의 이미지가 있다.
▲ 옥타곤 메인 스테이지의 대형 LED 전광판에 우리에 갇혀있는 밍크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조균호 |
옥타곤에서는 남자가 상의탈의만 해도 바로 쫓겨난다. 싸움도 잘 나지 않고 남자가 여자한테 심하게 집적거리는 경우도 없다. 이 클럽에 오는 사람들은 다들 본인이 하나의 콘텐츠다. 클럽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옥타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런 곳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면 한 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옥타곤은 한 번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강남에서 가장 큰 규모다. 또 전 세계 클럽 12위가 됐다. 파급력이 큰 곳이다.
클럽이라는 곳 자체가 편견으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도 올바른 클럽 문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물론 클럽에서 나오는 뒷이야기나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날 때는 내가 더 의아해진다.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김종경 :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동안 마케팅이나 홍보 일을 주로 하는데, 스스로가 엄청난 뜻을 갖고 거기에 흔들려서 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제가 이런 일을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갑작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피를 만들면서 너무 생명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설명하니까 주위사람들이 오히려 놀라더라. 아예 믿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렇게 만들겠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나 엄청 많은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주위 반응을 보면서 일단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프레시안 : 모피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에게 모피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알리는 것이 오늘 파티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인가?
▲ 클럽 옥타곤의 한쪽 벽면에서는 밍크를 잡아다가 모피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조균호 |
프레시안 :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 하실 계획이신지?
김종경 : 정기적으로 하고 싶다. 조금 더 색깔을 넣어서 보여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만 운동을 하자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너무 강요하는 식으로 가면 좋은 뜻이 산으로 가버릴 수 있으니까.
유기견을 비롯해 유기 동물을 돕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해보고 싶다. 다음 파티는 동물 학대나 보호 같은 것에 조금 더 관점을 맞춰갔으면 한다. 연말이나 연초 정도에 한 번 더 할까 싶다. 크게 봐서 동물 관련 이슈들을 돌아가면서 다뤄볼 구상을 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