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이 줄곧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신고리 3·4호기의 완공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한전은 공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명분 없는 공사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일 조환익 한전 사장은 "신고리 3·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6일 신고리 3·4호기가 제어케이블 성능시험에서 탈락하면서 내년 8월경으로 예정됐던 완공이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17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년 이내에 (신고리 3·4호기의) 케이블을 모두 교체하겠다"며 예상보다 빠른 공사를 자신했다.
한전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 18일 "신고리 3·4호기의 케이블 교체를 1년 내 마무리하겠다는 한수원의 발표에 따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도 한전에 힘을 실어줬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지난 6월부터 케이블 성능시험에 탈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외에서 케이블을 공급할 업체를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성능시험을 앞둔) 미국산 케이블이 테스트를 통과하면 11월 말이나 12월 말부터 납품을 받아 내년 말 이전까지는 충분히 케이블을 교체하고 (신고리 3호기) 건설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명분 없는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상경 투쟁에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환익 사장은 온 국민을 속였고, 밀양 주민들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제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어떤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우리는 믿지 않을 것"이라며 "조 사장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신고리 3·4호기가 완공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므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 과연 누구로부터 보고를 받고 계시느냐"며 "아마도 청와대 비서관, 총리실 간부급 공무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보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밀양 현장에 와서 극소수 찬성 측 주민 대표와 관변단체, 한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겠냐"고 물었다.
대책위는 "인터넷상의 입 험한 자들이 '보상금 더 받으려고 떼쓰는 노인네들'로 매도해도, 왜 이렇게 밀양의 노인들이 목숨을 걸고 공사를 막고 있는지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최근의 밀양 사태는, 일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노동하며 헌신한 이 어르신들에 대한 너무나 심한 모멸"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나라'를 이야기하셨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의 삶이 소중하지만, 더더욱 이 어르신들의 삶은, 이 분들 노년의 행복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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