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지학교(교장 이지누. 폐사지 전문가·전 <불교신문> 논설위원) 제3강은 오는 7월 13일 토요일, 우리 국토의 '절창' 설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강원도 인제 한계사지와 양양 진전사지, 서림사지, 선림원지 일대에서 열립니다.
▲ 인제 한계사지 남삼층석탑 Ⓒ이지누 |
폐사지(廢寺址)는 본디 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향화가 끊어지고 독경소리가 사라진 곳을 말합니다. 전각들은 허물어졌으며, 남아 있는 것이라곤 빈 터에 박힌 주춧돌과 석조유물이 대부분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은 불탔거나 삭아버렸으며, 쇠로 만든 것들은 불에 녹았거나 박물관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폐사지는 천 년 전의 주춧돌을 차지하고 앉아 선정에 드는 독특한 경험으로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주춧돌 하나하나가 독락(獨樂)의 선방(禪房)이 되는 곳, 그 작은 선방에서 스스로를 꿰뚫어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입니다. 아울러 폐사지 답사는 불교 인문학의 정수입니다. 미술사로 다다를 수 없고, 사상사로서 모두 헤아릴 수 없어 둘을 아울러야만 하는 곳입니다.
▲ 인제 한계사지 석불대좌와 광배 Ⓒ이지누 |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19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시작으로 불교를 익혔으며 폐사지와 처음 만났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분단 상황과 사회 현실에 대하여, 중반부터는 민속과 휴전선 그리고 한강에 대하여 작업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초반까지는 계간지인 <디새집>을 창간하여 편집인으로 있었으며,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나라 안의 폐사지와 마애불에 대한 작업을,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강에 대한 인문학적인 탐사 작업을 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동아시아의 불교문화와 일본의 마애불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2012년부터 폐사지 답사기를 출간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충청도의 폐사지 답사기인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 그리고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를 출간했으며, 다른 지역들도 바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양양 진전사지 부도탑 Ⓒ이지누 |
교장선생님은 <폐사지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각은 무너지고 법등조차 꺼진 폐사지(廢寺址)는 쓸쓸하다. 그러나 쓸쓸함이 적요(寂寥)의 아름다움을 덮을 수 없다. 더러 푸른 기운 가시지 않은 새벽, 폐사지를 향해 걷곤 했다. 아직 바람조차 깨어나지 않은 시간, 고요한 골짜기의 계곡물은 미동도 없이 흘렀다. 홀로 말을 그친 채 걷다가 숨이라도 고르려 잠시 멈추면 적요의 무게가 엄습하듯 들이닥치곤 했다. 그때마다 아름다움에 몸을 떨었다. 엉겁결에 맞닥뜨린 그 순간마다 오히려 마음이 환하게 열려 황홀한 법열(法悅)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폐허일지언정 이른 새벽이면 뭇 새들의 지저귐이 독경소리를 대신하고, 철따라 피어나는 온갖 방초(芳草)와 들꽃들이 자연스레 헌화공양을 올리는 곳. 더러 거친 비바람이 부처가 앉았던 대좌에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곤두박질치던 눈보라는 석탑 추녀 끝에 고드름으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그곳에는 오직 자연의 섭리와 전설처럼 전해지는 선사(禪師)의 이야기,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석조유물 몇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또 아름답다. 텅 비어 있어 다른 무엇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화선지 같으니까 말이다.
꽃잎 한 장 떨어져 내리는 깊이가 끝이 없는 봄날, 주춧돌 위에 앉아 눈을 감으면 그곳이 곧 선방이다. 반드시 가부좌를 하지 않아도 좋다. 모든 것이 자유롭되 말을 그치고 눈을 감으면 그곳이 바로 열락(悅樂)의 선방(禪房)이다. 폐허로부터 받는 뜻밖의 힐링,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은 파수공행(把手共行)으로 더욱 즐거우리라.
▲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 Ⓒ이지누 |
이지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7월 답사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봅니다.
설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강원도 양양은 우리 불교사에 놓인 움직일 수 없는 큰 반석과도 같은 곳입니다. 남종선(南宗禪)을 이 땅에 전한 도의선사가 머물렀고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스님이 출가한 진전사가 있었는가 하면, 그의 제자인 염거화상이 머물렀던 억성사, 그리고 도의선사가 창건하고 후에 구산선문 중 성주산문을 개창한 낭혜화상 무염선사가 출가한 오색석사, 홍각선사가 머물며 교종과 선종의 조화로운 경지를 암중모색한 선림원지와 같은 초기 선종사찰들이 그 어느 지역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기 선종사찰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곳 또한 모두 폐사가 되는 운명을 겪었습니다. 강릉까지 지역을 넓혀 본다면 사굴산문이었던 굴산사까지 폐사가 되었으니 강원도 일대에 온전하게 남은 초기 선종사찰은 한 곳도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치열하게 타올랐던 선의 불꽃이 전각이 없어졌다고 해서 사그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선종은 전남 장흥 가지산문 보림사를 시작으로 구산선문을 열었으니 우리 불교사에 우뚝 선 역할을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립과 반목 그리고 질시로 가득했던 시절을 슬기롭게 지나 온 자취가 역력한 선림원지에서 푸른 하늘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네가 나와 다른 것인지, 내가 너와 다른 것인지 말입니다. 그리고 미천골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생각해 봅시다. 구태여 우리 모두가 똑 같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 참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 양양 선림원지 삼층석탑 Ⓒ이지누 |
2013년 7월 13일 토요일,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출발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폐사지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3강 여는 모임
09:30 인제 한계사지 도착보물 제1276호인 한계사지 북삼층석탑과 보물 제1275호인 남삼층석탑 그리고 불에 타서 깨진 석불좌상이나 석불대좌, 광배와 같은 석조유물들을 둘러봅니다. 더불어 조선 후기 문인들의 기행문을 통하여 한계사의 옛 모습을 찾아봅니다.
10:20 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1:10 양양 진전사지 도착
국보 제122호인 진전사지 삼층석탑 그리고 보물 제439호인 도의선사탑과 같은 석조 유물을 둘러봅니다. 더불어 이 땅에 들어 온 북종선과 남종선 그리고 선종이 뿌리내린 계기와 도의선사의 역할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12:10 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2:25 점심식사 겸 뒤풀이(양양 <실로암막국수>에서 막걸리를 곁들인 보쌈과 막국수요리)
▲ 양양 선림원지 석등 Ⓒ이지누 |
13:10 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3:40 양양 서림사지 도착
서림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삼층석탑과 같은 석조유물을 둘러봅니다.
14:00 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4:20 양양 미천골 도착
(계곡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으로 이동합니다.)
15:00 양양 선림원지 도착
교종과 선종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새로운 빛을 발한 선림원지에서 보물 제444호인 삼층석탑, 제445호인 석등, 제446호인 홍각선사탑비 그리고 제447호인 부도탑과 같은 아름다운 석조유물을 둘러봅니다. 더불어 선림원을 창건할 때 도움을 준 순응법사, 그리고 이곳에 머물며 화엄과의 조화로운 선을 일궈 낸 홍각선사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16:30 서울 향발. 제3강 마무리모임
▲ 폐사지학교 제3강 답사로 Ⓒ폐사지학교 |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 식수, 윈드재킷, 우의, 따뜻한 여벌옷, 충분한 간식(초콜릿, 과일류 등),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 양양 선림원지 홍각선사 탑비와 석등 Ⓒ이지누 |
폐사지학교 제3강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왕복 교통비, 식사와 뒤풀이,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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