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폐허로부터 받는 뜻밖의 힐링...폐사지로 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폐허로부터 받는 뜻밖의 힐링...폐사지로 간다"

[알림] 폐사지학교 3월 개교, 교장에 이지누 선생님

다음 강의 준비중입니다^^.

인문학습원에 3월 폐사지학교가 개교합니다. 교장선생님은 폐사지 전문가이며 전 <불교신문> 논설위원인 이지누 선생님.

폐사지(廢寺址)는 본디 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향화가 끊어지고 독경소리가 사라진 곳을 말합니다. 전각들은 허물어졌으며, 남아 있는 것이라곤 빈 터에 박힌 주춧돌과 석조유물이 대부분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은 불탔거나 삭아버렸으며, 쇠로 만든 것들은 불에 녹았거나 박물관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폐사지는 천 년 전의 주춧돌을 차지하고 앉아 선정에 드는 독특한 경험으로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주춧돌 하나하나가 독락(獨樂)의 선방(禪房)이 되는 곳, 그 작은 선방에서 스스로를 꿰뚫어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입니다. 아울러 폐사지 답사는 불교 인문학의 정수입니다. 미술사로 다다를 수 없고, 사상사로서 모두 헤아릴 수 없어 둘을 아울러야만 하는 곳입니다.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19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시작으로 불교를 익혔으며 폐사지와 처음 만났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분단 상황과 사회 현실에 대하여, 중반부터는 민속과 휴전선 그리고 한강에 대하여 작업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초반까지는 계간지인 <디새집>을 창간하여 편집인으로 있었으며,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나라 안의 폐사지와 마애불에 대한 작업을,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강에 대한 인문학적인 탐사 작업을 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동아시아의 불교문화와 일본의 마애불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2012년부터 폐사지 답사기를 출간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충청도의 폐사지 답사기인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 그리고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를 출간했으며, 다른 지역들도 바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폐사지는...깨끗한 화선지 같은 열락(悅樂)의 선방(禪房). 사진은 보령 성주사터ⓒ이지누

교장선생님은 <폐사지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각은 무너지고 법등조차 꺼진 폐사지(廢寺址)는 쓸쓸하다. 그러나 쓸쓸함이 적요(寂寥)의 아름다움을 덮을 수 없다. 더러 푸른 기운 가시지 않은 새벽, 폐사지를 향해 걷곤 했다. 아직 바람조차 깨어나지 않은 시간, 고요한 골짜기의 계곡물은 미동도 없이 흘렀다. 홀로 말을 그친 채 걷다가 숨이라도 고르려 잠시 멈추면 적요의 무게가 엄습하듯 들이닥치곤 했다. 그때마다 아름다움에 몸을 떨었다. 엉겁결에 맞닥뜨린 그 순간마다 오히려 마음이 환하게 열려 황홀한 법열(法悅)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폐허일지언정 이른 새벽이면 뭇 새들의 지저귐이 독경소리를 대신하고, 철따라 피어나는 온갖 방초(芳草)와 들꽃들이 자연스레 헌화공양을 올리는 곳. 더러 거친 비바람이 부처가 앉았던 대좌에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곤두박질치던 눈보라는 석탑 추녀 끝에 고드름으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그곳에는 오직 자연의 섭리와 전설처럼 전해지는 선사(禪師)의 이야기,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석조유물 몇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또 아름답다. 텅 비어 있어 다른 무엇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화선지 같으니까 말이다.

꽃잎 한 장 떨어져 내리는 깊이가 끝이 없는 봄날, 주춧돌 위에 앉아 눈을 감으면 그곳이 곧 선방이다. 반드시 가부좌를 하지 않아도 좋다. 모든 것이 자유롭되 말을 그치고 눈을 감으면 그곳이 바로 열락(悅樂)의 선방(禪房)이다. 폐허로부터 받는 뜻밖의 힐링,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은 파수공행(把手共行)으로 더욱 즐거우리라.

▲ 문경 관음사터 석조반가사유상. 사과밭 속에 숨어있다.ⓒ이지누

폐사지학교 제1강은 3월 9일 토요일 당일로,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 제천 일원에서 이루어집니다. 답사 주제는 <하늘재와 화지구곡(花枝九曲)에 깃든 폐사지들>. 문경 관음리 관음사터 마애반가사유상과 충주 미륵대원사터, 제천 사자빈신사터를 돌아보며, 여기에 누구나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 하늘재 트레킹과 황강영당 및 수암사 답사를 보탭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제1강 답사지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서기 156년 4월, 나라 안에서 처음 개척되었다는 하늘재는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고갯길입니다. 길이 오래 묵은 만큼 길섶에는 모래알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는 붕당의 시기에 은둔처사의 삶을 살았던 옥소(玉所) 권섭(1671~1759)의 걸음을 따라 걷습니다.

30세부터 유람에 나서 87세가 되도록 쉬지 않고 걸었던 그는 무시로 하늘재를 넘었습니다. 경상도 문경 화지동(花枝洞)에는 부실(副室)이, 충청도 황강(黃江)의 한수재(寒水齋)에는 그를 길러 준 큰아버지 수암(遂菴) 권상하(1641~1721)가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길을 오가며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그랬듯이 구곡원림(九曲園林)을 경영하였는데, 바로 <화지구곡(花枝九曲)>이 그것입니다. 3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흩어져버린 아련한 흔적을 찾아 그도 잠시 머물렀을 하늘재 주변의 폐사지를 찾아 갑니다.

9곡 중 제8곡인 문경 관음사터 반가사유상 앞에서 그가 남긴 시를 읽으며 넘는 하늘재는 여태 걸었던 하늘재와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더불어 고개 너머 제9곡인 미륵대원사터와 송계계곡의 사자빈신사터에서는 충청도 불교 전반에 대한 강의와 독특한 사사자석탑에 대한 미술사 강의도 흥미롭습니다. 이어 권상하의 사당인 제천 수암사와 황당영당까지 답사길이 이어지는데, 눈 녹은 물 흐르는 계곡의 반석이나 절터 잔디밭에 앉아 잠시 선정에 드는 것은 덤입니다.

▲ 충주 미륵대원터 불두의 봄화장ⓒ이지누

제1강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9일 토요일>

07:00 서울 출발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폐사지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
다.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09:30-10:00 문경 광수원(廣水院) 답사
<화지구곡>의 제3곡으로 넉넉한 품을 지닌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늘재와 갈평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이 이 앞에서 합쳐 큰물을 이룹
니다.
10:20-10:40 갈평리 오층석탑 답사
갈평리는 깊은 산중 대처이지만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권섭은 이 일대를 황장봉산이라 하며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라는 아름다운 곳이라 했습니다. 관음원터에 있던 오층석탑이 이곳으로 옮겨져 있습니다(제7곡).
10:40-12:00 관음원 도착, 관음리 마애반가사유상 답사
하늘재로 들어가는 들머리입니다. 원은 지금의 여관 같은 곳. 그런데 이곳에 관
음사라는 사찰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장대석만 남았을 뿐 전각의 흔적을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석조반가사유상 한 구가 나그네들을 반깁니다(제8곡).
12:10- 하늘재 트레킹
12:50-13:10 충주 미륵대원터 삼층석탑
13:10- 미륵대원터

대원은 미륵대원을 말하는 것으로 하늘재 너머 충주의 미륵대원사터가 있는 곳
을 말합니다. 하늘재를 내려가 충주쪽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삼층석탑과 넒은 터가
있는데 그곳이 대원입니다. 그 곁에 있는 폐사는 미륵대원사터입니다(제9곡).
13:20-13:50 미륵대원사터
미륵대원사는 언제 창건되어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설화로는 통일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세웠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절터에 남아
있는 석조유물을 살펴봤을 때 고려시대에 창건되었음이 분명합니다. 절터 한가운
데에 서있는 원주형(圓柱形) 석불입상은 보물 제96호로 지정되었으며 높이는
10m에 달합니다. 미륵대원사는 석불입상이 서 있는 곳에 목재로 지붕을 씌워 석굴
암의 양식을 흉내낸 반축조(半築造) 석굴의 금당을 가진 아주 큰 규모의 사찰이었
습니다.
14:00-15:00 점심식사(닷돈재휴게소식당)
15:20-16:10 제천 사자빈신사터
사자빈신사터(師子頻迅寺址)는 미륵대원사터에서 송계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만나는 절터입니다. 나라 안에 드물게 탑을 세운 시기와 까닭에 대하여 명문으로 밝혀
놓은 탑이 있는 곳입니다. 그 탑은 사자 네 마리가 탑신을 받치고 있는 보물 제94호
인 사사자석탑입니다. 이러한 사사자석탑은 남북한을 합하여 모두 네 기가 보고되
고 있으며 남한에 셋, 북한 금강산에 한 기가 있습니다.
16:20-16:40 황강영당 및 수암사
황강영당과 수암사는 권상하의 공부방인 한수재(寒水齋)가 있었던 곳입니다. 권상
하는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이며, 붕당의 시기에 은둔하여 성리학에 몰두한 학자
의 입장을 견지한 인물입니다. 영당 앞으로는 월악산이 우뚝하고, 오른쪽으로는 송
계계곡이 그윽하게 흐릅니다. 또 단양에서 청풍을 거친 남한강이 이곳에 이르러 황
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 때문에 황강영당이 되었으며 수암은 한수재와 마
찬가지로 권상하의 호입니다.
16:50- 서울 향발

▲ 폐사지학교 제1강 답사로 Ⓒ폐사지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의, 따뜻한 여벌옷, 간식(초콜릿, 과일류 등),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점심식사가 늦으므로 각자 충분한 간식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 화창한 봄날의 제천 사자빈신사터 사사자석탑ⓒ이지누

폐사지학교 제1강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왕복 교통비, 2회 식사와 뒤풀이,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참가신청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