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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과 맞닿은 억새와 조릿대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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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과 맞닿은 억새와 조릿대 터널"

[알림]<백두대간12걸작선2> 9월 산행은 영취산 구간

백두대간학교(교장 최창남)의 <백두대간12걸작선2> 9월 산행(제23강)은 흐드러진 억새와 조릿대 터널을 지나는, 하늘 청명한 영취산 구간입니다. 무령고개에서 출발하여 영취산을 오르고 덕운봉을 옆으로 지나며 조릿대 터널을 통과하고, 억새 흐드러진 민령을 지나 깃대봉에 오릅니다. 깃대봉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덕유산을 조망하고 육십령에서 산행을 마감합니다. 산행일은 9월 22일 토요일(당일)입니다.

[산행지 안내]

지리학적인 의미에서 우리 땅을 논할 때나 이 땅에서 오천년 동안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 이 땅에 몸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백두대간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백두대간이 단지 이 땅의 시작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백두대간 솟구치며 장백정간을 비롯해 13정맥 산줄기를 뻗어 흐르게 함으로써 이 땅을 형성하였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그것은 백두대간이 강을 품어 흐르게 하였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 영취산에서 산줄기를 본다. Ⓒ백두대간학교

백두대간과 정맥들은 큰 강을 나누는 원수분(原水分) 능선입니다. <산경표(山經表)> 등에서 정맥을 나누는 기준은 산줄기의 장대함이나 산의 높고 낮음, 명산(名山)과 영산(靈山)이 아니라 물을 나누는 산줄기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높고 장대한 산줄기가 반드시 정맥의 산줄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간과 정맥은 우리나라의 10대강이라 불리는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을 품어 흐르게 하였습니다.

백두대간이라는 개념은 산줄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줄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은 강을 품어 흐르게 하고 강은 생명들과 사람을 품어 살아가게 한 것입니다. 우리 땅에 대한 이러한 우리 민족의 생각은 여암(旅菴) 신경준(申景濬, 1712∼81년)의 저서 <산수고>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신경준은 이 책에서 이 땅의 뼈대이고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산과 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산수고>는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됩니다.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산(山)이요. 만 가지 다른 것이 모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은 물(水)이다. 산수(山水)는 열둘로 나타낼 수 있으니, 산은 백두산으로부터 12산으로 나누어지며, 12산은 나뉘어, 팔로(八路, 팔도)가 된다. 팔로의 여러 물은 합하여 12수(水, 지금은 10개의 큰 강을 말하고 있으나 <산수고>는 대진, 용흥강 등을 더하여 12강을 말하고 있음)가 되고, 12수는 합하여 바다가 된다. 흐름과 솟음의 형세와 나누어지고 합함의 묘함을 여기에서 가히 볼 수 있다."

▲ 북바위 오르는 부드러운 숲길 Ⓒ백두대간학교


이처럼 백두대간은 이 땅의 큰 등줄기였을 뿐 아니라 곳곳에 물줄기를 흘려보내어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한 생명의 요람이자 터전이었습니다. 따라서 백두대간을 걷는다는 것은 산줄기를 살펴보는 것일 뿐 아니라 강줄기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9월의 산행은 세 정맥과 세 개의 큰 강을 품어 흐르게 한 산인 영취산으로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생긴 형상이 용이 춤추는 것과 같다 하여 '무룡재'라는 이름을 얻은 고개에서 영취산으로 들어갑니다. '신령 령(靈)' 자에 '독수리 취(鷲)' 자를 쓰는 영취산은 이름 그대로 풀면 '신령한 독수리의 산'이란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산의 영험함, 빼어남, 신묘함을 드러내고 강조하기 위해 하늘의 영물인 독수리를 빌려온 것입니다. 독수리도 영물인데 신령한 독수리이니 얼마나 옛사람들이 영취산을 신령한 산으로 보았는지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영취산은 백대대간에서 매우 중요한 산입니다. 영취산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이 봉화산, 백운산을 거쳐 육십령으로 뻗어가던 중 세 개의 정맥을 풀어 놓은 곳입니다. 첫째가 금남호남정맥입니다. 금남호남정맥은 영취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힘차게 뻗어 있습니다. 무령고개를 지나 장안산에서 무주 주화산까지 이르는 65km에 달하는 산줄기입니다. 이 산줄기에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뻗어 나갑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영취산의 물줄기는 동으로는 낙동강, 남으로는 섬진강, 북으로는 금강으로 흘러듭니다. 이처럼 영취산은 이 땅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나누는 중요한 산입니다.

하나의 사회, 공동체가 형성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산줄기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산은 강을 품고 강은 사람을 품어 살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강줄기 따라 마을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한 마을에 살며 하나의 문화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거리상으로 아무리 가까운 마을이라 할지라도 높은 산이 가로막혀 흘러내린 물줄기가 다르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 조릿대 터널을 지나는 교장선생님 일행 Ⓒ백두대간학교

영취산 내려오는 길에 무너진 성벽 영취산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 신라 6대 지마왕(祗摩王, 재위 112∼134년) 때 신라의 침범을 막기 위해 가야에서 축성했다고 알려진 성입니다. 또한 임진왜란 때는 왜적과 접전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1983년 12월 20일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8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영취산성을 지나 덕운봉 갈림길에 다다르면 논개 생가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녀의 이름을 높여준 논개의 충절은 아마도 백두대간으로부터 청청하고 장대한 기운을 받아 형성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1574년 영취산 북쪽의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태어나 육십령 동남쪽으로 십리쯤 떨어진 함양 서상면 금당리 방지마을에 묻혔으니 대간에서 태어나고 대간의 청청한 기운을 받으며 살아가다가 대간에 묻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운봉 갈림길을 지나 북바위에서 잠시 숨 돌린 후, 내쳐 조릿대들 숲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늘어선 억새들 춤추듯 출렁이는 숲길 지나면 백두대간이 아니라 고향의 어느 야산 기슭처럼 안온하게 느껴지는 민령입니다. '밋밋한 고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고개입니다. 밋밋하지만 숲 우거져 지친 몸을 쉬기 좋은 포근한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고개이기도 합니다.

▲ 민령에서 바라본 능선 Ⓒ백두대간학교

민령에서 잠시 쉬고 깃대봉에 오르면 억새들이 출렁이며 반깁니다. 가을 깃대봉은 억새와 구절초 향으로 가득합니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와 구절초 향기에 취해 걸어 내려오다 보면 이내 육십령입니다. 옛날에는 도적이 많아 60명이 모인 후에야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육십령은 덕유산과 백운산을 가르는 고개로 조선조 이전에 개통된 고개입니다. 지금은 장수군 장계면과 함양군 서상면을 잇는 26번 국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산과 강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은 '장수'라는 지명에도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장수는 본래 산고수장(山高水長) 즉 '산이 높고 물이 긴 고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장수(長水)입니다. 장수에는 수분치(水分峙)가 있습니다. 수분치는 이름 그대로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되는 고개라는 뜻입니다. 이로 인해 지명도 '물을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 '수분리'(水分里)가 된 것입니다. 또한 수분리에 있는 신무산 북동계곡에 있는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입니다. 이처럼 '장수군'이라는 이름 하나에도 산은 강을 품고 강은 사람을 품어 키운다는 우리 민족의 세계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9월의 산행은 억새 출렁이는 산길을 걸으면서도 사람과 뭇 생명들 품어 살린 물줄기를 생각하며 걷는 트레킹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산길 걸으며 물줄기를 생각하는 산행이라... 멋지지 않습니까?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인 셈입니다. 이 산길 함께 걸으시기 바랍니다.

▶구간소개

-산행코스 : 무령고개→영취산→덕운봉 갈림길→민령→깃대봉→육십령
-산행거리 : 약 12km(도상거리)
-소요시간 : 약 7시간
-난 이 도 : 중하(★★)

[산행계획]

여유있는 산행을 위해 일찍 출발합니다. 모든 산행은 전문산악가이드 두 분이 '안전제일'로 진행합니다. 산악가이드 이철승 선생님은 백두대간 종주 등 산행경력 30년의 공인등산안내인이고, 엄재용 선생님은 백두대간을 3회 종주한 공인등산안내인입니다.

<버스운행>

출발 10분전에 도착하여 버스에 탑승하세요. 버스 앞에 <백두대간학교>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김종선 기사님 전화번호는 010-4152-1055번입니다.

01:00 덕수궁 대한문 앞 출발(지하철 1,2호선 시청 2번 출구)
01:30 사당역 출발(지하철 2,4호선 1번 출구)
01:40 양재역 출발(지하철 3호선 12번 출구)
02:00 경부고속도로(하행) 죽전 버스승차장


<산행일정>

05:00 학교종이땡땡땡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502-1/063-352-1116) 도착
아침식사 및 도시락 싸기
아침 메뉴 : 한식 뷔페식 등
05:50 산행 안내 및 등반 교육
06:10 무령고개로 이동 - 버스
06:30 무령고개 도착, 스트레칭 및 산행 준비
07:00 무령고개 산행 시작
07:20 영취산
08:30 덕운봉 갈림길
10:10 977.1봉, 민령 전 안부에서 점심식사
11:40 민령
12:30 깃대봉(구시봉)
13:00 참샘
14:00 육십령 휴게소, 산행 마감
14:20 집재산장(전북 장수군 장계면 171-38/063-352-3300) 도착
맛있다고 소문난 오리주물럭과 막걸리 등으로 뒤풀이
16:00 서울로 출발
19:00 서울 도착 예정

*상기 일정은 현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산행준비물]

등산복, 장갑, 등산모, 방풍의, 우의, 스틱, 물통, 여벌 옷,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 그리고 반드시 빈 도시락과 수저세트를 가져오세요.

<백두대간12걸작선(傑作選)2>⑪ <영취산 구간>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왕복 교통비, 3회 식사와 뒤풀이, 강의비,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백두대간학교 홈피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을 이용해주십시오(산행에 관한 문의는 이철승 선생님에게 해주세요. 010-8727-0202). 아울러 백두대간학교 카페에도 많이 놀러오시고 회원 가입도 해주세요 (http://cafe.naver.com/baekdudaeganschool)^^.

☞참가신청 바로가기

[산행자료]

[무령고개] 900m.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금남호남정맥을 넘는 첫 고개로, 마치 춤추는 용과 같다 해서 무룡이라고도 불린다.
[영취산] 1075.5m. 장수 영취산((靈鷲山)은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으로 함양 진산인 백운산에서 백두대간이 육십령으로 북상하는 도중에 거치는 산이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금남호남정맥 줄기가 갈라져 나간다. 바로 무령고개를 지나 장안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영취산의 물줄기는 동으로는 낙동강, 남으로는 섬진강, 북으로는 금강을 가른다. 북으로 남덕유산이, 서쪽으로 장안산이, 남으로 백운산이 조망된다.
장수 영취산은 한자로 신령 령(靈), 독수리 취(鷲)를 쓰는데, 그뜻은 산세가 '빼어나다' '신묘하다' '신령스럽다'는 뜻으로 산줄기와 물줄기의 요충지인 이름에 걸맞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옛 지도상에는 영취산의 이름이 없었다. 혹자들은 장안산을 영취산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는 장안산이 주변의 산줄기 중에서 주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취산은 13개 정맥 중 3개의 정맥을 가지친 중요한 지점이다. 장안산-팔공산을 뛰어넘어 진안의 명산 마이산의 금남호남정맥, 대둔산을 경유해 부여 부소산으로 빠지는 금남정맥, 내장산을 경유해 광주 무등산-순천 조계산-광양 백운산으로 떨어지는 호남정맥이다. 동으로 낙동강 서남으로 섬진강, 서북으로 금강을 발원하는 삼강 분수령이다.

-영취산 기슭의 의암 주논개
충절의 여신 주논개는 1574년 영취산 북쪽의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왜장을 껴안은 채로 죽은 논개의 묘는 백두대간 육십령 동남쪽으로 십리쯤 떨어진 함양 서상면 금당리 방지마을 뒷산에 있다. 대간에서 나고 대간에 묻힌 것.
논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보통 경상우도의 병마절도사인 최경회(崔慶會)의 후처로, 임진왜란 때 최경회가 전사하자 촉석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군의 잔치에 참석하여 일본 장수인 게야무라 로구스케(毛谷村六助)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정도까지만 알고 있다.
성은 주씨(朱氏)이고, 본관은 신안(新安, 중국)이며, 전북 장수(長水)에서 태어났다. 원래 양반가의 딸이었으나 아버지가 사망하고 집안에 어려움이 겹쳐 가산을 탕진하자,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최경회(崔慶會)의 후처가 되었다고 전한다. 그 밖의 자세한 성장과정은 알 수가 없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5월 4일에 이미 서울을 빼앗기고 진주성만 남았을 때 왜병을 맞아 싸우던 수많은 군관민이 전사 또는 자결하고 마침내 성이 함락되고 최경회는 일본군에 의해 전사한다(제2차 진주성 싸움). 일본군 왜장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矗石樓)에서 주연을 벌이는데 논개는 최경회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생으로 위장하여 참석하게 된다.
그녀는 계획대로 열손가락 마디마디에 반지를 끼고 술에 취한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를 꾀어 벽류(碧流) 속에 있는 바위에 올라 껴안고 남강(南江)에 떨어져 적장과 함께 죽었다. 훗날 이 바위를 의암(義岩)이라 불렀으며, 사당(祠堂)을 세워 나라에서 제사를 지냈다. 1846년(헌종 12) 당시의 현감 정주석(鄭胄錫)이 장수군 장수면(長水面) 장수리에 논개가 자라난 고장임을 기념하기 위하여 논개생향비(論介生鄕碑)를 건립하였다. 그가 비문을 짓고 그의 아들이 글씨를 썼다. 1956년 논개사당(論介祠堂)을 건립할 때 땅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현 위치에 옮겨놓았다. 비문에는 '矗石義妓論介生長鄕竪名碑'라고 씌어 있다.

-산이 물을 가르는 상징적인 곳, 장수 수분재(水分峙)
호남정맥의 시발점인 영취산에서 서진(西進)하여 완주의 주화산까지가 섬진강과 금강을 가르는 산줄기이다. 19번 국도가 호남정맥을 관통하는 곳이 수분치(水分峙)인데 이곳이 산이 물을 가르는 상징적인 곳이다. 금강의 발원지는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인 신무산(896.8m) 북동계곡의 '뜬봉샘'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는 산고수장(山高水長), 즉, 산이 높고 물이 긴 고장이다. 이 때문에 이름도 긴장(長), 물수(水)를 쓴다.
수분치(水分峙)는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령(分水嶺)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름이 수분재이며, 지명도 물을 나눈다는 뜻으로 장수읍 수분리(水分里)이다. 특히, 수분치에서 서쪽으로 0.5km 위치에 있는 원수분마을 뒤산인 신무산 기슭에는 금강의 발원샘인 '뜬봉샘'이 위치하고 있다.
실제로 옛전에 이 수분재에 집이 있었는데, 이집의 지붕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수(天水)가 남쪽으로 가면 섬진강, 북쪽으로 가면 금강의 물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수분재는 주유소와 휴게소 등이 들어서서 분수령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다만, 분수재 위에 있는 소나무를 정맥꾼들이 '수분송(水分松)'이라고 부르면서 이를 분수령으로 삼고 있을 뿐, 농경지 개간으로 정맥의 능선이 뭉개져 능선 구분도 어렵게 되어 있다.

-팔공산에서 만나는 네 줄기의 강줄기
영취산에서 서진하던 정맥(正脈)은 수분재에서 서북(西北)으로 급히 방향을 틀어 신무산을 거쳐 국도 13번과 만나는 차고개을 건너 팔공산에 이르게 된다.
팔공산은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을 품고 있는 산이다. 팔공산은 전북의 장수군과 진안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인데 팔공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인 동쪽으로 흐르면 금강의 물줄기가 된다. 호남정맥이 금강과 섬진강을 가르는 산줄기라 했으니 왼쪽으로 흐르면 당연히 섬진강의 물줄기가 된다.
그런데 팔공산에서 서진하여 분기하는 지맥이 있다. 마령치를 건너 구름재에 이르면 이 지맥은 다시 스스로 분기하는데 오른쪽으로 분기해간 지맥이 성수지맥이요, 왼쪽으로 분기해간 지맥이 개통지맥이다. 이 지맥은 장수-진안-임실군의 경계이기도 하다. 이리하여 팔공산에서 보면 네 개의 유역을 만나게 된다. 팔공산의 오른쪽을 흐르는 금강유역이 그 하나요, 성수지맥과 팔공산의 앞으로 진행하는 호남정맥 사이의 섬진강이 그 둘이며, 영취산에서 팔공산을 돌아 개통지맥으로 갈리는 요천이 그 셋이며, 마지막 넷은 성수지맥과 개통지맥으로 갈리는 오수천이다.

[호남정맥] 전라북도 장수군 주화산(珠華山)에서 뻗어 내장산에 이르러 전남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다시 전남 광양시의 백운산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의 종착지인 주화산에서 갈라져 남서쪽으로 내장산에 이르고, 내장산에서 남진하여 장흥 제암산(帝巖山)에 이르며, 제암산에서 다시 남해를 끼고 동북으로 상행하여 광양 백운산(白雲山)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는 영산강 유역을 이루는 서쪽 해안의 평야지대와 섬진강 유역을 이루는 동쪽의 산간지대로 갈라놓았다. 이 산줄기의 산들은 대체로 곰재·만덕산·경각산(鯨角山)·오봉산·내장산·백암산·추월산(秋月山)·산성산(山城山)·설산(雪山)·무등산·천운산(天雲山)·두봉산(斗峰山)·용두산·제암산·일림산(日林山)·방장산(方丈山)·존제산(尊帝山)·백이산(伯夷山)·조계산·희아산(戱娥山)·동주리봉·백운산 등이다.

[금남호남정맥] 전북 장수의 장안산(長安山, 1237m)에서 서북으로 뻗어 무주의 주화산(珠華山, 600m)까지 약 65km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이름.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갈라져 금남정맥(錦南正脈)과 호남정맥으로 이어주는 산줄기이다. 장안산에서 수분현(水分峴, 530m)·팔공산(八公山, 1151m)·성수산(聖壽山, 1,059m)·마이산(馬耳山, 667m)·부귀산(富貴山, 806m)으로 이어져 주화산에서 끝난다. 또 주화산에서는 금남정맥이 시작되어 호남정맥으로 이어진다. 또 이 산줄기의 팔공산 서사면(西斜面)에서 발원하는 천천(天川)이 북류하여 금강을 이루고, 남사면(南斜面)에서 발원하는 오원천(烏院川)이 섬진강을 이룬다.

[낙동강] 영남지방 전역을 유역권으로 하여 그 중앙 저지대를 남류하여 남해로 흘러드는 하천. 길이 506.17km. 유역면적 2만3384.21㎢. 압록강(鴨綠江) 다음가는 한국 제2의 강이다. 강원 태백 함백산(咸白山, 1,573m)에서 발원하여 상류부에서는 안동을 중심으로 반변천(半邊川)을 비롯한 여러 지류를 합치면서 서쪽으로 곡류하다가 함창(咸昌) 부근에서 다시 내성천(乃城川)·영강(嶺江) 등 여러 지류를 구심상(求心狀)으로 받아들이고, 유로(流路)를 남쪽으로 돌려 상주(尙州) 남쪽에서 위천(渭川)을, 선산(善山) 부근에서 감천(甘川), 대구(大邱) 부근에서 금호강(琴湖江), 남지(南旨) 부근에서 남강(南江)을 합친 뒤 동쪽으로 유로를 바꾸어 삼랑진(三浪津) 부근에서 밀양강(密陽江)을 합치고 나서 다시 남쪽으로 흘러 남해로 들어간다. 옛날에는 내륙지방의 교통동맥이 되어 조운(漕運) 등에 크게 이용되면서 강기슭에 하단(下端)·구포·삼랑진·수산(守山)·풍산(豊山)·안동 등의 선착장이 번창하였고, 또 6·25전쟁 당시에는 유엔군의 최후 방어선이 된 바 있다. 한편, 김해삼각주 말단부에 있는 을숙도(乙淑島) 일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철새도래지이다.

[섬진강] 길이 212.3 km. 유역면적 4,896.5㎢.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八公山)에서 발원하여 진안군 백운면(白雲面)과 마령면(馬靈面) 등에 충적지를 만들고, 임실군 운암면(雲岩面)에서 갈담저수지로 흘러든다. 곡성읍 북쪽에서 남원시를 지나 흘러드는 요천과 합류한 후 남동으로 흐르다가 압록 근처에서 보성강과 합류한다. 그 이후 지리산 남부의 협곡을 지나 경남 ·전남의 도계(道界)를 이루면서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들어간다. 대체로 강너비가 좁고 강바닥의 암반이 많이 노출되어 있어 항해하는 데는 불편하다.

[데미샘] 데미라는 말은 더미(봉우리)의 전라도 사투리.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인 팔공산 북서쪽의 '천상데미(하늘에 오르는 봉우리)' 서쪽 기슭, 진안군 백운면 원신암마을 북쪽 계곡 상추막이골에 위치. 천상데미에 있는 샘이라 하여 데미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수정같이 맑고 이가 시리도록 차가우며 다른 어떤 샘에서도 맛볼 수 없는 미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민령] 깃대봉과 영취산 사이에 있는 중요한 참고점이다. 백운산은 논개의 고향이다. 생가는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이고, 무덤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금당리 방지마을이다. 민령은 바로 논개의 생가와 무덤을 오가는 대간의 고갯길이다. '밋밋한 고개'라는 우리 이름인데, 소리에 따라 '岷'이라는 한자를 음차하였다.

[깃대봉(구시봉)] 1014.8m. 장수군 장계면과 경남 함양군 서상면의 경계에 있다. 옛날 임금님이 신하나 백성들 중에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땅을 하사했는데, 이를 사패지(賜牌地)라 했고, 이 땅에는 누구의 사패지라고 하는 깃대를 꽂아 놓은 데서 깃대봉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깃대봉은 특히 가을의 억새와 구절초 향으로 유명하다.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 남덕유산, 동으로는 기백산, 남쪽으로는 장안산과 백화산이 보인다. 정상에는 구시봉으로 표지석이 되어 있다.

[육십령] 육십현(六十峴) 또는 육복치(六卜峙)라고도 하는데, 백두대간 중의 덕유산(德裕山)과 백운산(白雲山) 사이에 있으며 신라 때부터 요충지로 알려져 왔다. 오늘날 이 고개는 영남과 호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교통로로 전주~대구 간 26번 국도가 지나간다. 예부터 함양-장수 주민들의 물류를 교환했던 고개라고 한다.
육십령의 유래는 첫째, 함양 감영에서 이 고개까지의 거리가 60리(24km)이고 장수 감영에서 이 고개까지도 60리(24km)라고 하여 육십령.
둘째, 이 고개를 넘으려면 크고 작은 60개의 고개를 넘어야 겨우 닿을 수 있어 육십령.
셋째, 옛날엔 이 고개에 산적들이 많아서 60명이 모였다가 올랐다는 이야기인데, 이 고개를 넘기 위해서 양쪽 산 아래 마을에서 며칠씩 묵어가며 기다렸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밑에는 장정들이 모여 있던 주막이라 해서 장군동(壯群洞)이 있고, 산적을 피해서 살다가 이루어진 마을이라고 해서 피적래(避賊來)라는 마을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외 또다른 설도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남아있어 세 번째 이야기가 신빙성이 높다.
육십령으로 통하는 요새지 중에서 서하면 봉전리 황석산성이 있다. 선조 30년(1597년)에 왜군의 2차 침입이 일어나자 함양국수 조종도와 안음현감 곽준은 영·호남을 잇는 육십령을 왜군이 반드시 노릴 것으로 판단하고 군민을 이끌고 의병을 일으켜 맞싸웠다. 중과부적이기도 했지만 장수인 김해부사 백사림이 "성 밖으로 나오면 잡지 않겠다"는 왜군의 속임수에 빠져 성문을 열고 도망치는 바람에 요새는 함락되었고, 조종도와 곽준도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훗날 백사림은 정부에 의해 참수형에 처해지고, 왜군 사령관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요새를 함락시킨 왜장에게 포상했다고 하니 황석산성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 일전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최창남 교장선생님은 백두대간 전문가이며 작가,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2008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인문학적 산행기를 <프레시안>에 연재했습니다. <백두대간 하늘길에 서다>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하였으며 <노동의 새벽>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등 민중가요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최창남 교장선생님은 <백두대간12걸작선2>를 시작하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백두대간12걸작선>으로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웠던 눈 덮인 지리산, 모진 눈보라에 몸 떨며 황홀했던 소백산, 장엄한 산줄기에 절로 마음 내려놓았던 덕유산, 깊은 산에 자리한 거대한 풍력 발전기 곁을 지나던 선자령, 제비꽃 무성하던 봄의 대덕산, 철쭉 붉게 타오르던 봉화산, 빗줄기와 운무 따라 오르던 함백산, 구름 위로 걸었던 오대산, 무릉도원 풀어냈던 청옥·두타산,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함께 바람과 구름까지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황홀지경을 보여주었던 조령산, 고요히 산길 걸으며 자신을 만날 수 있었던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에 이르기까지 12번 산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백두대간은 더욱 살가워졌습니다. 몸은 대간 길에 머물기 원하고 마음은 대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듣기 원하게 되었습니다. 친밀함은 더욱 가까워지고 그리움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런 마음의 길을 이어 나가기 위해 <백두대간12걸작선2>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백두대간12걸작선2>를 시작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왜 백두대간인가?'
'왜 우리는 백두대간을 걷는가?'


백두대간은 이 땅의 시작입니다. 백두대간이 열리며 이 땅의 모든 산줄기가 이어 일어나고 열 개의 큰 강을 비롯한 수많은 물줄기가 흘렀습니다. 생명의 터전입니다. 삶의 출발이고 정신의 뿌리입니다. 또한 백두대간은 하늘의 뜻이 발현된 하늘의 땅입니다. 하늘의 지혜가 머무는 신성한 땅, 거룩한 공간입니다.

백두대간은 '지혜의 머리가 된 산'인 백두산(白頭山)의 '하늘의 연못' 천지(天池)에서부터 '머물면 사람 사는 세상과는 다른 지혜를 얻게 되는 산'인 지리산(智異山)의 '하늘의 봉우리' 천왕봉(天王峰)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 산줄기입니다. 하나의 산줄기요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하나의 산입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오고가는 생명의 통로일 뿐 아니라 기후와 언어, 삶과 문화를 구분 짓는 큰 산줄기입니다.

따라서 백두대간을 걷는다는 것은 이 땅의 처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잃어버렸던 첫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늘의 지혜를 얻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의 바람에 기대어 그 산길을 다시 엽니다.

새로운 산행 코스를 선정하는데 몇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구간별로 이야기가 있는 산행을 만들어갑니다.
둘째, 근교 산행을 즐기는 분들이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산행 코스를 잡았습니다.
셋째, 숲의 소리를 듣고 나무와 꽃을 느끼며 천천히 산행을 합니다.
넷째, 계절별로 아름다운 구간을 선정하였습니다.
다섯째, 산행 구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간별 난이도 표시하였습니다.
여섯째, 종주 산행을 하기 원하는 분들을 위해 지리산과 설악산 종주를 넣었습니다(1박2일로 진행되는 산행으로 난이도 '중상(中上)'의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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